김상배 본지 논설위원·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 김상배 본지 논설위원
가을이 깊어 모든 곡식이 익어갈 무렵에도 시골길 가로등 밑의 들깨는 여물 줄 모른다. 바로 옆의 다른 들깨들은 모두 여물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데도 가로등 밑의 들깨는 혼자 여름을 맞은 듯 익을 줄 모른다. 원인은 무엇일까? 일조량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들깨에게는 밤 시간에 더해지는 가로등 불빛이 일조량을 늘린 것과 같다. 가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들깨에게는 여전히 여름인 것이다. 이렇게 조명은 식물의 생체리듬을 완전히 교란시킬 수 있다.

사람들에게는 조명이 어떠한 역할을 할까? 밤 시간의 어둠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 이렇게 일하는 시간을 늘림으로써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고, 풍요로운 현대문명의 기초를 세웠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인류는 얼마나 행복해지고 건강해졌을까? 들깨에게 나타났던 비슷한 일들이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바야흐로 LED 즉 발광다이오드의 시대이다. 전류를 흘려주면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는 그 빛이 약하여 처음에는 전자계산기의 디스플레이, 전기가 들어온 상태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표시기 등에만 사용되었다. 그러던 것이 기술개발로 발광효율이 높아지면서 교통 신호등, 컴퓨터 모니터의 광원, 휴대용 전자기기 디스플레이의 광원, LED TV의 광원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는 백열전구와 형광등을 대체하는 일반조명에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특수한 용도의 것을 제외한 모든 광원이 이 발광다이오드로 대체될 것이다. 특별히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인공조명이 LED 식물공장을 가능하게 하여 1차 산업 농업의 2차 산업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발광다이오드가 일반 조명에까지 쓰이는 주요 이유는 발광효율이 높아서 에너지 소모가 적다는 것, 수명이 길어 교체주기가 짧고 교체비용이 적다는 것, 작고 가벼워 원하는 곳에 원하는 모양으로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조명이 가능하다는 것, 키고 끄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백만분의 1 초 미만으로 매우 짧고 빛의 방향성이 좋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만 밝힐 수 있다는 것, 색깔 조절이 실시간으로 무한히 가능하다는 것 등이다. 이에 따라 발명왕 에디슨의 최고 작품 백열전구는 서서히 그 종언을 고하고 있다. 발광효율이 낮아 전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문제가 인류 최대의 화두로 등장한 현재 발광다이오드는 인류에게 그 빛만큼이나 밝고 큰 희망의 불빛을 주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이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조명기술의 체계적인 개발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우리가 준비하여야 할 조명기술이 발광효율이 가장 높은 발광다이오드를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문제는 기본 방향을 어떻게 선정하여야 할 것인가에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에너지 절감이다. 발광다이오드를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에너지 절감이 이루어지지만, 빠르게 켜고 끌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는 더 커진다. 사람들이 없거나 지나가는 차가 없을 때에도 가로등을 켜고 있는 현재의 방식을 새로운 발광다이오드 조명에서 고집할 이유가 없다. 즉시 켤 수 있고 또 켜져 있는 시간이 짧을수록 동작기간도 길어지는 발광다이오드의 속성을 활용하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곳만을 밝힐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센서와 전자정보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조명이다. 이렇게 하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조명공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보다 더 중요한 기본 방향은 인간/환경 친화적 조명이다. 조명이 인류의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인류는 밝은 낮과 어두운 밤에 익숙해져 있고,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DNA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낮과 밝은 밤을 보내고 있다. 이 밝은 밤 때문에 나타나는, 즉 조명공해로 생기는 밤 시간의 멜라토닌 파괴는 생체 리듬 파괴와 유방암 발병률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조명공해는 식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밤 시간의 조명공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또 하나의 큰 방향은 예술조명이다. 이렇게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에너지 절감형, 환경 및 인간 친화적, 예술 조명의 시대를 우리가 열어야 한다.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구현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