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교수···김정운 著 '노는 만큼 성공한다'

 
놀이는 새로운 창조위한 시간
보이지 않는 가치 일깨우고파

당신은 잘 놀고 있나. 놀면 불안해지고 죄책감마저 드는 한국인들에게 김정운 교수가 물었다. 노는 것을 계획하는 사람은 행복하고, 이런 사람들은 일하는 것마저도 행복하다. 진정한 놀이에서 창조적 생각이 나온다는 김 교수의 저서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나오자마자 직장인들에게 화제가 됐다. ‘놀면 불안해지는 병’과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에 따른 생산적 여가 문화의 부재’라는 덫에서 허우적거리던 직장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학기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주제로 숭실대 독서후기클럽을 운영한 이종원 베어드학부대학 교수가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대학생들 역시 직장인들처럼 제대로 놀 줄 모른다는 것.

“독서후기클럽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스터디모임에 책을 가져갔는데 ‘여기 놀러 왔느냐. 왜 노는 법을 다루는 책을 가져왔느냐’는 핀잔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우리 학생들 역시 노는 문화가 빈약합니다. 직장인들이 술 마시고 일탈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그렇더라고요. 술 마시고 놀기, 영화 보기 정도랄까요. 김정운의 <노는 만큼 성공한다>는 놀이가 창의성과 연결되는 것에 주목하는 부분에서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가 활동을 뜻하는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란 단어만 봐도 알 수 있죠. 레크리에이션은 ‘다시’를 뜻하는 ‘re’와 창조를 뜻하는 ‘creation’이 합쳐진 단어에요. 다시 말해 노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닌, 새로운 창조를 위한 시간인 셈이죠.”

▲ 김정운 著 <노는 만큼 성공한다>
이 교수는 이번 학기까지 모두 다섯 학기째 독서후기클럽을 운영했다. 주제는 ‘후회 없는 대학생활’. 첫 학기는 강인선의 <하버드스타일>과 한홍의 <시간의 마스터 : 성경에서 배우는 리더의 시간관리> 로빈 피어스의 <시간관리 tip 120!> 등 올바른 시간 관리에 대한 책을 다뤘다. 지난해에는 KAIST 학생들의 자살과 맞물려 김주환의 <회복탄력성>을 함께 읽었다.

이렇듯 책 읽기를 통해 알찬 대학생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대학생활을 지도하는 게 이 교수의 목표다. 학생들의 길잡이가 되는 좋은 책을 권해주는 일은 교수로서 그의 ‘의무’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교수는 자신이 읽었던 좋은 책을 PPT로 요약해 수업 시간에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이 교수가 책 읽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학시절의 체험 때문이다. 은사였던 조요한 교수(전 숭실대 총장)에게서 ‘철학의 제 문제’ 과목을 배울 때 한 학기 동안 12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경험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책을 모두 읽은 후 발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어요. 학부생이었던 제게 10여권이 넘는 책 읽기는 큰 도전이었죠. 정말 열심히 읽었어요. 아침 일찍 도서관 가 저녁 늦게까지 두꺼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참 위대한 철학가로구나’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어요. 단순한 문학가가 아닌, 소설을 통해 철학을 읽을 수 있었죠. 책 읽기를 통해 그렇게 시야를 넓혔고, 그 때 책 읽는 재미도 붙였던 것 같아요.”

이 교수는 독서에 대해 ‘좋은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시간과 지역을 넘나드는 책 읽기를 통해 본인의 현재를 점검하는 동시에 공동체는 어떻게 나아가는지, 우리 사회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학기 학생들과 함께 읽고 토론할 책 목록에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넣어뒀어요. 좋아하는 일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학생들은 돈을 택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노는 만큼 성공한다> 역시 그런 관점에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있죠. 앞으로도 눈에 보이는 현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들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독서를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바로 교수로서 제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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