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된 교육체제로 취업률 높여야 생존할 수 있어

위기의 시대, 전문대학의 앞길은 어둡기만 하다. 어두운 길을 밝힐 ‘롤 모델’이 절실하다. 세계수준의 전문대학(WCC) 육성사업 선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본지는 지난해 8월 선정된 7개의 WCC를 모두 찾아갔다. 이들 대학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성화된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취업에서 두각을 보인다는 점이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가 이어졌으며, 흔들림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 그 결과 WCC는 지방 전문대학이라는 한계를 넘어 이제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오는 8월 말 WCC 2차 선정을 앞둔 지금 앞서 선정된 7개 대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백하다. WCC야말로 전문대학의 미래라는 것이다.

■ 높은 취업률 자랑 = WCC의 공통점은 바로 ‘높은 취업률’이다. 올해 2월 거제대학 졸업자 269명 가운데 70명이 대기업에 취업했다. 이 중 39명은 대우조선해양에, 나머지는 삼성중공업·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SPP조선 등 해양·선박 대기업으로 향했다. 거제대학 교수들은 방학 중 조선소 등 현장으로 적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 동안 연수를 다녀온다. 연수기간 중 교수들은 일과시간 내내 현장직원과 함께 다니며 업무를 습득한다. 그리고 이를 교육에 반영한다.

연암공업대학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 연계 취업률 조사에서 올해 84%를 기록, 전국 전문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핵심전공·실무과목을 별도 과정으로 운영해 학생이 졸업 후 입사하자마자 재교육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 가능하다. 선발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업 취업이 보장돼 학생들의 지원이 몰린다.

영진전문대학은 지난해 졸업자 중 삼성계열사 268명, LG계열사 350명, 하이닉스 등 기타 대기업 273명 등 국내 대기업에 891명을 취업시켰다. 이는 4년제 대학도 부러워하는 성과다. 성공 비결은 역시나 주문식 교육이다. 지난 1994년 기업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국내 최초 도입해 올해 4월 현재 국내 기업(협약인원 5022명) 327개 사, 해외기업(협약인원 1501명) 107개 사와 주문식 교육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독특한 색깔로 승부 = WCC의 또 다른 특징은 고유 색깔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다른 대학과 차별되는 교육시스템으로 두 발 세 발 앞서 나가며 전문대학의 교육 모델을 선도한다.

대전보건대학은 현재 874개 기업체와 협약을 맺고 학생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인근 대덕연구단지를 비롯해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오창과학단지·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의 여건을 고려해 ‘WCC-HIT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산학연협력지원센터·현장실습지원센터·취업창업지원센터 등 3개 센터를 구심점으로 삼고 지역기업과 산학협력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영남이공대학은 경쟁력 있는 이공계 분야에서 산업체 수요에 맞춰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메카트로닉스 분야를 특성화해 전국을 대표하는 분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메카트로닉스 분야인 기계·자동차·전기전자·의료기기·컴퓨터 등 관련학과는 모두 높은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울산과학대학은 ‘트랙과정’을 운영한다. 분야별로 특화된 교육이 진행되며 학생들은 다양한 과정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과정을 운영해 국내외 유명기업 전문가를 초청한 실무집중교육을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한라대학은 ‘문제중심학습법(PBL; Problem Based Learning·)’에 있어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한다. 지난 2000년 2월 호주 뉴캐슬대학의 사례를 대학에 도입한 이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는 소문이 나 이를 배우기 위해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1000여명이 넘는 교수가 제주한라대학을 방문했다.

■ 별도 예산, 증액 절실 = 오는 8월이면 2차 연도 WCC가 선정된다. 앞서 길을 걸은 대학들은 WCC 업그레이드를 위해 몇 가지 개선점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WCC에 대한 별도 예산 마련과 이에 따른 전폭적인 지원이다.

강익태 연암공업대학 기획처장은 “WCC사업에 대한 직접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WCC에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추가로 지원금을 교부해주는 형태다. 그는 또 “별도 전문대학 선도모델로 이어지려면 별도 사업 예산을 마련하고 사업비 역시 증액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삼 영남이공대학 기획처장 역시 “4년제 대학의 경우 WCU사업에 대해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는데 체계적인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WCC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발전을 유도하는 지표 개발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김원태 대전보건대학 산학협력단장은 “평가지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인 취업률을 이렇게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1년 단위로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장기적 발전을 유도하는 지표로의 수정을 요구했다.

WCC 총장들이 말하는 대학의 미래

정지영 거제대학 총장 “대형조선소들이 몇 년 전부터 해양 플랜트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해양플랜트 수주액이 선박 수주액을 넘어서고 있다. 해양플랜트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정무남 대전보건대학 총장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전문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더욱 신경 쓸 것이다. 대전에서 졸업해도 아프리카나 캐나다에서 직업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세방화(Glocalization)’를 이룰 것이다.”

박문화 연암공업대학 총장 “업계의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필요에 따라 수업 연한을 자율화해 3년, 4년짜리 심화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이호성 영남이공대학 총장 “평생 직업교육이라는 시각에서 교육과정을 만들려 한다. 정규학생을 위한 직업교육, 졸업생 미래를 위한 교육, 졸업생을 위한 재교육 등 세 축에서 평생 순환형 글로벌 직업교육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수동 울산과학대학 총장 “지역마다 중점 산업이 있고 이를 이끌어나갈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시대 변화에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실무·현장 중심 교육과정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데 힘 쏟겠다.”

최재영 영진전문대학 총장 “그간 주문식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생교육은 현장실습 중심으로, 기업 지원은 고객지향 맞춤형으로 가겠다. 차별화된 교육과 산학협력 패러다임인 기업일괄육성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성훈 제주한라대학 총장 “글로벌 스탠더드 교육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스위스의 SSTH, 프랑스의 르코르동블루, 미국 CIA 요리학교 등 세계 유수의 3년제 프로페셔널 스쿨을 넘어서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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