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내 과기출신 “대학업무 과기부와 통합해야”

교육부 출신은 “초·중·고 교육과 대학 직결” 반발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차기 정부에서 옛 과학기술부 부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 교육과학기술부 내 ‘대학지원실’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대권 주자들이 하나같이 과기부 신설을 공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대학지원 업무를 과기부가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옛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 교과부 내 대학지원실 논란의 중심= 25일 정치권과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차기 정부 구상에서 과기부 부활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목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과학기술부 신설과 과기부 장관의 부총리급 격상을 공약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식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과기부 신설에 긍정적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교육부와 과기부 통합 때부터 반발했던 과학기술계 역시 과학기술 전담부서 설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은 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 전담부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차기 정부 국정과제와 정부조직(안)’을 제안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과부는 내부적으로 향후 부처 분리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옛 과기부 출신들을 중심으로 대학지원 업무를 신설 과기부가 갖고 와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기부 출신의 한 교과부 과장은 “실제로 고등교육과 국가 연구개발(R&D) 기능이 통합돼야 한다는 논리에서 과기부 신설 이후 대학 업무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KAIST 등 R&D에 특화된 대학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대학의 업무까지 과기부가 가져와야 한다는 논리는 좀 더 고민해 봐야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과기부 출신 과장은 “선진국도 고등교육과 연구개발이 통합돼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대학에 대한 연구 지원도 대학 사정을 아는 상황에서 연구비를 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며 과기부 신설 시 대학업무 이관에 대해 옹호했다.

◆ 과기부 부활해도 기능·역할 작아= 이런 논리는 그간 국과위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설되면서, 향후 과기부가 부활하더라도 규모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주장에서 비롯됐다. 한 교과부 과장은 “원자력안전위나 국과위는 모두 법률에 근거해 설치됐기 때문에 향후 과기부가 부활해도 이 위원회들까지 통합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기부 내 대학업무 이관 논리도 부처의 ‘볼륨’을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국과위나 원자력안전위나 ‘전문성’을 내세워 상설 위원회로 독립됐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이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강화를 위해 교과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국무총리 소속 상설 행정위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지난해 10월 출범시킨 바 있다. 그에 따라 지금의 교과부에 원자력 관련 업무는 R&D와 진흥기능만 남은 상태다. 또 국과위가 상설 행정위원회로 지난해 3월 출범하면서 교과부의 과학기술정책 조정기능이 통째로 이관됐다.

이런 이유로 과기부가 신설된다고 해도 과학기술 관련 기능 축소가 불가피하다. 과기부 출신들을 중심으로 R&D를 비롯한 대학지원 업무를 갖고 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교육부 출신 인사들은 발끈하고 있다. 대학 쪽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사무관은 “교육에서 대학을 뺀다면 교육부는 무엇을 하란 얘기냐”라며 “교육부가 초중등 교육만 담당하면 교육청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사무관도 “해외에서 고등교육과 R&D가 통합된 사례가 있는 것은 알지만 초중등 교육이 대학 입시·교육과 직결된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 교과부 부처 분리론 맞서 대응논리 마련= 교육과 과학이 통합된 현 교육과학기술부의 4년간의 성과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교과부는 ‘교육’과 ‘과학’ 부처 분리 주장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있다. 김봉수 행정관리담당관은 “부처 통합 이후 4년간 나타난 시너지 효과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만약 정치논리에 의에 부처가 분리된다면 체제가 안정되기까지 시간낭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과기부 출신의 한 고위공무원도 “과거 과기부는 연구개발에, 교육부는 인력양성에 지원을 해왔다”며 “그러나 부처 통합 이후 양쪽을 다 고려하게 되면서 통합 효과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고위공무원은 “장관이 교육보다는 과학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과기부 출신 인사 중 겉돌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과학기술 분야는 멀리 앞을 내다보고 미리 연구의 토대를 쌓아야 하는 데 지금은 그런 기능이 많이 위축된 게 사실”이라고 쓴 소리를 냈다.

그러나 김봉수 담당관은 “양 부처 통합으로 과학교육에서 체험형과 실험수업이 강화되고 있다”며 “대학 측면에서도 연구 간접비의 비율이 늘어났고, 대학과 산업계를 잇는 산학협력에서도 과기부가 들어와 줬기 때문에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등이 체계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 신설 이후 대학에 대한 지원 업무 중 학부는 교육부가, 대학원은 과기부가 가져가는 게 어떠냐는 절충론도 나오고 있다. 또 옛 과기부·정통부 기능을 합친 ‘과학기술미래부’(가칭)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까지 본부에서 재직한 바 있는 과기부 출신의 한 고위공무원은 “향후 신설된 과기부가 만약 대학 지원업무를 가져온다면 대학원 지원에만 집중하고,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 등은 계속 교육부가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과부 고위공무원도 “현 정부 들어 지식경제부의 기능이 방대해진 측면이 있다”며 “과기부가 신설된다면 정통부와 통합해 현 지경부의 기능을 일부 이관시키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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