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닌 ‘장돌뱅이 총장’

획일적 대학구조조정 평가 공평치 않아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아주대는 올해 설립 39주년을 맞아 ‘젊은 대학’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대학 규모는 작지만 최근 ACE(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사업과 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대학에 잇달아 선정되는 등 눈부신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공대가 강하다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아주대 로스쿨은 쟁쟁한 서울 소재 대형대학들을 제치고 지난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100%’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재환 총장은 아주대가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우뚝 서게 된 비결에 대해 ‘교직원의 열정’과 ‘차별화 전략’ 두 가지를 꼽았다. 또한 찾아가는 입학설명회와 해외대학 복수학위 프로그램 도입, 전문성 우선 인사 등 이른바 ‘파격’을 통해 국내 대학교육을 선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 안재환 아주대 총장
- ‘장돌뱅이 총장’이라는 별명이 있다.
“김덕중 전 총장 당시 학생선발본부장을 맡았다. 당시엔 아주대 교육프로그램과 내실에 비해 대학 평판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지금은 찾아가는 입학설명회가 일반적이지만 당시엔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생소하기만 했다. 1년동안 부산, 제주, 전주, 대전 등 약 20군데 정도를 방문했다. 4년여 부산, 제주 전주 대전 등지를 다니면서 학교를 홍보했다. 그리고 우리 대학이 어떤 학생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로 키워내는지를 설명했다. 그 때문인지 입학성적이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함께 입학설명회를 했던 교직원끼리 ‘우리가 마치 방방곡곡 장터를 누비는 장돌뱅이 같지 않느냐’며 농담 삼아 했던 얘기가 닉네임이 됐다.”

- 아주대가 융합학문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흔히 ‘융합’이라고 하면 비빔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두 가지 이상의 학문을 조금씩 공부하는 것은 진정한 융합으로 보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기초다. 기초교육을 탄탄히 시키는 대신 학문 간 벽은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아주대는 학생들에게 다른 분야의 공부도 병행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1998년에는 미디어학부를 개설했다. 공학과 인문학, 예술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이 융합돼야 하는 분야라서 좋은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e-비즈니스학과 역시 경영학과와 IT의 융합학문이다.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을 수행하는 대학원 금융공학과는 경영학과 경제학, 수학이 접목된 학문이며 경쟁력이 높다. 문화콘텐츠학과와 내년부터 선발하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도 아주대의 대표적 융합학과로 키울 예정이다.”

- 최근 ACE 사업·교육역량강화사업 우수대학 선정 등 굵직한 성과들이 눈에 띈다.
“1973년 아주공대가 설립됐다. 내가 처음 아주대에 온 1986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이라 두려움이 많았다. 그런데 교수들이 상당히 열의를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보고 작지만 강한 대학이라고 느꼈다. 입학정원이 2000명도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교육에서는 헌신적으로 가르친다. 규모가 비슷한 서강대가 ‘서강고등학교’라는 별명을 가졌듯 아주대도 ‘아주고등학교’라고 불리곤 한다. 학생들이 입학하자마자 엄격한 커리큘럼과 상당량의 과제 때문에 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아주대의 자랑스러운 전통 중 하나다. 지난해 첫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로스쿨 학생 41명 전원이 합격한 데도 교수들의 열정이 한몫 했다. 아주대는 원래 법학과가 취약했다. 그래서인지 교수들이 수업 후에도 학생들에게 시간을 들여 과외공부를 시킬 정도로 공을 들였다.”

- 취업률이 전체 4년제 대학 중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취업률이 68.4%다. 학문 구조적으로 실용학문이 많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한 측면은 있지만 다른 노력도 병행했다. 우선 취임 후 학생팀에 있던 사회진출센터를 독립시켰다. 센터장은 교수가 아닌 직원이 맡고 있다. 좋은 학생 뽑아서 좋은 인재로 배출하는 안내자 역할이 대학의 몫이 아닌가. 그래서 입학과 동시에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게끔 한다. 지도교수가 직접 보고 관리하면서 학생의 역량을 강화해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서다.”

- 아주대의 국제화 교육 프로그램은.
“아주대가 대학교육에 ‘최초’로 기여한 바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외국대학과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이다. 1998년에 최초로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을 방문해 2+2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지금은 일반적인 프로그램이 됐지만 당시에는 교과부조차 복수학위 프로그램의 개념과 의미를 잘 몰랐다. 오명 전 총장 때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과도 복수학위프로그램을 실시해 아주대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많이 진출했다. 이제는 아주대에 진출할 해외대학을 찾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동유럽 국가 학생들이 2년간 현지 대학에 다니고 나머지 2년을 아주대에서 수학하면 우리 대학 학위를 줄 예정이다.”

-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은.
“양보다 질 위주의 국제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자매학교만 200개 대학이 넘는데 이 중 협정 체결 사진만 찍은 대학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대학들을 네 개 등급으로 나눠 유명무실한 자매학교는 제외할 생각이다.
국내대학 학위를 따려면 한국어 구사능력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는 학생을 유치해야 한다. 또 외국의 지도층 자제를 유치해 친한파를 육성할 수 있도록 대우그룹이 해체 전에 세계 곳곳에 구축해놓은 대우 지사 기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교수들을 초빙하기 위해 국제학사와 사택도 지을 계획이다.”

- 높은 성과에 비해 대학이 덜 알려졌다 생각하지 않나.
“좋은 지적이다. 1990년대 말에 대학 명성이 높아지나 싶었는데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지난 10년 간 역동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입학처장 보직을 맡았을 당시 더 열심히 학교를 알리려 뛰어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총장 취임 후에는 대학 발전과 홍보 분야를 대폭 강화했다. 우선 대외협력처 산하에 있던 홍보팀을 총장 직속 홍보실로 승격시켰다. 또 대학발전팀을 발전본부로 독립시켜 우리 대학 1회 졸업생 직원에게 본부장직을 맡겼다. 보통 교수들이 부처장을 맡지만 전문성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 파격적인 제도를 통해 좋은 성과를 본 사례가 많은데.
“대학서열이 고착화된 우리 사회에서는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차별화해야만 소위 SKY 대학을 앞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구조조정 평가에서도 모든 대학이 획일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가가 필요하다면 대학을 교육중심대학이나 연구중심대학 등 그룹으로 묶는 편이 공평하다고 본다. 사실 굳이 대학을 평가하지 않더라도 어느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는 교육시장이 알고 있다.”

- 재정 운용상 어려움은 없나.
“사실 지출이 더 많은 대학이라 재정확보가 가장 큰 고민이다. 특히 이공계열 단과대학이 많아서 기반시설도 많이 필요하다. 정부사업 재정이 많아서 등록금 의존율은 낮은 편이다. 아주대병원과 평생교육원, 어학당 등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 2013년이 설립 40주년인데.
“아주대의 비전 슬로건 ‘비전 2023’은 설립 50주년을 기한 것이다. 그래서 내년은 비전 2023을 준비하는 단계로 국제 심포지엄과 같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한 달에 1만원씩 동문들로부터 발전기금을 받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만 명이 참가한다면 한 달에 1억 원의 발전기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동문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이공계열 동문들은 개인적 성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학교에 관심은 많아도 선뜻 나서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방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저녁에는 해당 지역 동문들을 모아 단합시간을 갖는다. 그러면 고맙게도 즉석에서 발전기금을 기탁하거나 약정해주기도 한다. 총장이지만 여전히 ‘장돌뱅이’인 셈이다.”

▲ 안재환 총장과 환담을 나누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
■안재환 총장은…
1951년 서울 출생.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재료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아주대 공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부임해 재료공학과 학과장과 입학처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 여러 보직을 거쳐 지난 2011년 2월 제14대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이연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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