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가 틀 바꾸기보다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구조개혁 목적은 퇴출 아닌 대학교육의 질 개선”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대학원 구조조정은 시장논리에 맡기는 게 낫다.”

이영선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대학원 구조조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수 대학원에 ‘선택과 집중’에 따른 지원을 하되, 하위 대학원을 인위적으로 걸러내는 구조조정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 이영선 대학구조개혁위원장

학부 구조조정처럼 정부가 주도하기에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대학원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하기 위해서는 평가 기준·방식을 만들어야 하고, 이에 따른 의견수렴과 공시기간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9~10개 평가지표로 전체 대학들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에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대학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이를 바꿔 혼란을 주기보다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또 지난 1년간 대학들의 지표개선 노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를 바꿀 필요도 없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대광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1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대학원장(2002~2004)·기획실장(1998-2002) 등을 역임했다. 통일연구원장(1996~1998), 동서문제연구원 북한센터소장 등을 거치며 북한경제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지난 2008년 4월 8일에는 한림대 총장으로 취임, 지난 3월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구조개혁위원장에 선임됐다. 특히 총장 퇴임 당시 별도의 퇴임식 없이 교수·직원과의 식사로 총장직을 마무리했을 정도로 소탈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지난 달 10일 구조개혁위원장으로 선임된 직후 대학 구조조정의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한림대 총장을 지냈기 때문에 지방대의 어려움도 알 것으로 보는데. 

“지방대 가운데 어려운 곳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대학 교육의 본질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당장 평가지표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대학으로서는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의 장기적 목표는 대학교육 전반의 질과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장의 불편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 몇 가지 지표로 모든 대학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개인적으로는 9~10개의 지표를 갖고 모든 대학을 평가하는 게 과연 맞느냐의 의문은 있다. 그러나 대학 구조조정에서 정책의 일관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평가 기준이 어떠냐에 따라 대학별로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작년에 재정지원·대출 제한 대학을 선정한 뒤 1년 동안 각 대학들이 이미 거기에 맞춰 지표 개선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만약 이를 다른 방법으로 바꾼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오히려 지난 1년간 대학들이 교육 여건·성과를 개선하려고 노력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

- 대학 구조개혁이 사실상 퇴출을 목적으로 추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0년대 중반 대학 준칙주의로 대학설립 허가를 내주고, 너무 많아지니까 이제는 퇴출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현 정부 들어 퇴출된 대학은 4~5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위법을 저지른 대학이다. 다시 말해 현 정부 들어 대학 퇴출은 위법·부정을 저지른 대학에 한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재정지원·대출 제한 대학을 지정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앞서 말했듯 구조개혁의 목적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질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상위권 대학들은 구조개혁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위권 대학들이 민감하게 생각하고, 구조개혁의 목적 또한 하위권 대학들의 질적 개선을 이루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시기에 앞서 그 충격과 혼란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을 통해 대학들의 정원감축 노력이 이뤄지고 몇몇 대학이 퇴출되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다음 달 초 재정지원·대출 제한 대학 지정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대학들이 많다. 교과부 감사 결과 28개 대학들이 취업률 부풀리기를 지적받은 것도 이런 경쟁구도 때문 아닌가. 

“작년에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지정된 대학들이 지난 1년간 지표 제고를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지표가 상당히 개선된 대학도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취업률 부풀리기 한 대학들이 교과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사실 이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지만, 취업률 하나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대학들의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대학들도 고민이 많다. 취업률을 높이고 싶어도 정작 학생들이 중소기업은 안 가려는 경향이 있다. 

“한림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취업률 좀 올리자고 했더니 교수들이 ‘학생들이 웬만한 직장은 안 가려 한다’고 하소연하더라. 그래서 창업을 한 학생도 있다. 취업률 평가에서도 1인 창업이나 예술계통 졸업자의 공연·전시활동을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도 대학의 어려움 해소하기 위한 ‘긍정적’ 지원책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취업률 높이기 경쟁이 부작용을 낳는 부분들이 개선되도록 방안을 고민하겠다.”

 

▲ 이영선 위원장은 대학원 구조조정에 대해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터뷰 중인 이 위원장과 본지 이인원 회장(사진 오른쪽).

-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지역 차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완전히 차별화하면 ‘역차별’ 얘기가 나올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대학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의 여건은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지정할 때도 수도권과 지방 간 차이를 고려하고 있다. 대학 전체에서 하위 10%를 가린 뒤, 나머지 5%는 지방과 수도권을 나눠 지정한다. 또 특정 지역에서 너무 많은 학교가 재정지원제한 대학으로 지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안배도 하고 있다.”

- 최근에는 대학원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는데. 

“대학원을 학부처럼 구조개혁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원은 학생들이 전문성을 얻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학부보다 더 시장논리에 맡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단 대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난 측면이 있기 때문에 2단계 WCU(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등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꾀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위원회 내에서도 대학원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는 나왔다. 어느 정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는데, 그걸 현 정부 임기 내에 조정하기에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 대학 구조개혁 평가 시 법인지표가 도입되면서 애먼 대학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전체의 80% 대학들은 법정부담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뜻을 갖고 재산을 출연한 설립자에게 법정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식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이 그렇게 하도록 돼 있다. 법 자체가 그렇다는 것은 대학 설립자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학교 설립한 뒤에는 재산 출연한 사람이 학교 운영에서 손을 뗀다. 모든 것을 교육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학들은 그렇지 않다. 설립자가 학교 운영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분리하고, 법정부담금을 등을 내도록 하는 법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대담= 이인원 본지 회장, 정리=신하영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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