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숭실대 공동기획]‘책 속에 대학 미래 있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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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권 숭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소포클레스 著 <오이디푸스왕>

▲ 김대권 숭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괴테의 <파우스트>를 제대로 읽어 본 대학생이 몇이나 될까요. 한 번이라도 읽어 보고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건 괜찮아요. 그렇지만 아예 읽지를 않습니다. 분량이 많은 데다가 어렵기 때문이죠.”

김대권 숭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학과 학생들에게 “이번 방학 때 무얼 할 거냐?” 물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 혹은 “여행을 가겠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그들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든 여행을 가든 한 손에는 성서를 들고, 한 손에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들고 다녀라. 그리고 입으로는 독일어로 말해라”라고 당부했다. 독특한 조언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왜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을까.

“서양문학을 이해하려면 뿌리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 뿌리라는 게 바로 성서와 그리스·로마신화죠. 괴테의 <파우스트>는 상당히 어려운 작품입니다. 서양문학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하면 소화하기 어려워요. 기본 지식이 없으면 <파우스트>는 그저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이서양문학을 이해하려면 우선 머릿속에 기반을 다져주는 작업들이 필요합니다.”

18세기 독일문학을 전공한 김 교수가 숭실대 독서후기클럽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비롯해 <오이디푸스왕> 등 희곡을 함께 읽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양문학의 뿌리가 되는 작품들을 되도록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의도다.

“2007년 방학 때였는데, 우리 학과 학생들과 책을 좀 같이 읽어야겠다 싶어 고전을 몇 권 선택했습니다. <일리아드> <오디세이> 같은 작품을 골랐는데 물어보니 학생들이 대충은 알더군요. 그렇지만 ‘읽어 봤느냐’ 물어보면 아니라 하더군요. 다만 요약본이나 축약본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이렇게 말했어요. ‘대학 왔으니 원전을 한 번씩이라도 읽어보라’고요.”

그렇지만 서양의 고전들은 제법 분량이 있다. <일리아드>의 경우 무려 1만5000행에 달하기 때문에 읽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게 마련이다. 여기에다가 서양문학에 대한 기반이 튼튼하지 못해 초반부터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양문학을 외면 받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분량이 적고 쉬운 작품들, 그러면서 시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들을 권한다. 지난 학기 <오이디푸스왕>을 자신의 독서후기클럽 목록에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잘 알려졌듯 <오이디푸스왕>은 고대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입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들은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피하고자 고향을 떠나 테바이를 위협하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구원자가 되죠. 그렇지만 도중 자신의 친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합니다. 결국엔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의 눈을 찔러버리죠. 왕에서 거지로 전락하는 과정, 여기에선 오이디푸스의 ‘오만’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신탁을 알린 테이레시아스를 무시하고, 양 아버지의 죽음이 알려지자 ‘신탁이 빗나갔다’며 신탁을 가져온 사자를 조롱하죠. 인간의 측면에서 볼 때 오이디푸스의 몰락은 오만해서가 아닐까요. 인간의 존재라는 게 신 앞에서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인간은 겸손해야 합니다.”

현재 숭실대 독서후기클럽은 20여명이 넘는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은경·이정철 교수와 함께 숭실대 독서후기클럽을 처음 이끌었던 초창기 멤버다. 5년 넘게 학생들과 책을 읽어온 김 교수는 “숭실대 독서후기클럽은 교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교수라 할지라도 혼자서 망망대해 같은 고전의 바다에서 헤엄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토론하려면 우선 본인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독서는 집중이 잘 되기 마련이고, 고전에 맛을 들인 김 교수에게는 이런 일들이 활력소가 된다.

다만 김 교수는 “좋은 고전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번역 자체가 어려운 데다가 돈도 안 되는지라 많은 작품들이 묻혀 있다. 그러니까 대학에서 이를 발굴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문학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과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현재 상당의 서양문화를 수입하고 활용하고 있는데, 이쪽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진합니다. 마치 머리만 있고 몸뚱이는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대로 된 번역책이 많이 나와줘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서양문학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대학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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