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운 학교법인 초당학원 이사장 “소수정예, 지역대학의 성공 모델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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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무안’ 발전 위해 교육 불모지에 대학 세워

올해 92세 현역 최고령 CEO … 현안 직접 챙겨

“대도시를 마다하고 조그마한 무안읍에 대학을 짓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안 같은 곳에서 잘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니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우니까 해봐야겠다”는 말처럼 그의 인생을 잘 대변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김기운 학교법인 초당학원 이사장의 인생은 용기 하나로 불가능에 도전하는 날들을 연속이었다. 경제림 조성에 대한 뜻을 품고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자갈밭을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림인 ‘초당림’으로 일궈낸 일이나 고향 발전에 대한 꿈과 철학만을 가지고 백제고·초당대를 개교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92세. 아흔을 넘긴 고령에도 여전히 산책과 운동을 즐기고 사회 곳곳에서 분주하게 일하고 있는 김 이사장을 만났다.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에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웃는 김 이사장을 보니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는 그의 바람이 곧 현실로 이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기운 이사장

-아흔이 넘은 지금도 젊은 사람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맡고 있는 일에 대한 꿈과 희망이 다른 무엇보다 큰 힘이다. 나는 제약회사인 백제약품·초당약품의 경영자이자 독림가이자 초당대 이사장이다. 이 가운데 약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16살 때 약업계에 뛰어든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외국 약품을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때문에 늘 신약개발을 꿈꿔왔고 현재도 이를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제약회사를 차려 번 돈으로 고등학교, 대학을 차례로 설립했다. 대도시에 학교를 설립할 여력이 있었는데도 무안을 선택한 이유는.

“나는 무안에서 나고 무안에서 자랐다. 지역의 인재를 훌륭하게 교육시키는 것이야 말로 낳아주고 키워준 고향에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 백제여상(현 백제고)을 설립할 당시 무안은 교육시설이 부족했고 교통도 불편해 여중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백제여상을 설립하지 않았더라면 중졸 학력으로 평범하게 살았을 여학생들이 전국 각지의 기업·은행에 진출해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사업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됐다. 그리고 무안을 이끌고 나갈 고급인재를 배출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겼다. 주변에서는 수도권에 대학을 설립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끝까지 ‘내 고향 무안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대학이 있어야 지역도 살 수 있지 않나. 고향 발전을 바라는 마음만으로 1994년 초당대를 개교했다.”

-지역에 대학을 설립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한 번도 없다. 최근 수도권 인구집중,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 대학들이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당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초당대를 ‘지역대학의 성공 모델’로 세우고 싶은 꿈이 있다. 외국에는 지역에 소재해 있으면서도 명문대 반열에 오른 대학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지역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명문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초당대는 개교 당시부터 무안의 농업·수산업·임업 등 산업발전, 문화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발전을 꾀하는 한 편, 대학의 내실을 다져간다면 현재 초당대에 닥친 어려움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실을 다진다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한 마디로 말한다면 ‘소수정예’다. 학생 수는 줄여도 괜찮다. 대신 초당대에 들어온 학생은 무조건 교수가 취업까지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다운 사람, 실력 있고 쓸모 있는 사람으로 키워 사회에 내보내는 것까지 대학이 의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학과·전공은 좀 더 비전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대학 운영을 철저히 구성원에게 맡기고 있다고 하던데.

“현재의 백제약품은 1946년 목포에 열었던 백제약방에서 시작됐다. 정말 작은 규모였는데 운이 좋아 많은 돈을 벌었다. 자신감이 넘치면서 다른 업종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지만 과욕이었고 결국 본업인 약방까지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가까스로 재기하면서 ‘한 우물만 판다’, ‘도와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고 신용을 지킨다’는 원칙을 세웠다. 나는 오랜 시간 기업을 경영해왔지만 이는 대학 경영과는 다른 것이라고 본다. 초당대가 지역대학의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대학이라는 우물만 파 온 사람이 경영을 맡는 것이 옳다. 초당대 김병식 총장은 30년 이상을 대학에 몸담아 온 대학 경영 전문가다. 총장을 비롯한 교수·직원들이 초당대를 훌륭히 경영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 지역 발전에 대한 내 뜻을 이뤄주길 기대하고 있다.”

 

▲ 김기운 이사장과 환담하고 있는 박성태 본지 발행인(왼쪽)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 구조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부의 뜻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지표 위주의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지표가 좋지 못하더라도 우수한 대학이 많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지역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학들은 지표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운영상황을 직접 보고 평가해야 한다. 구조조정 대상 대학을 선정할 때 반드시 대학에 방문해 대학의 시설, 분위기 전반을 살펴보는 절차가 필요하다. 학자금대출제한대학,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된다는 것은 대학으로서는 사형 선고를 받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일을 숫자 몇 개를 가지고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대학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하는 게 좀 더 공평하고 타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대선배로서 젊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968년 전남 강진군 칠량면 자갈밭 1000ha에 5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나무뿌리가 자생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자갈밭에 구덩이를 파고 흙을 넣었다. 그리고 매년 나무를 심고 돌보기를 반복했다. 자갈밭이라는 악조건, 가뭄, 한파 때문에 심은 나무의 절반이 죽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차례에 걸친 대형 산불로 까맣게 탄 숲을 보며 ‘육림은 미친 짓’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국내 최대의 인공림인 ‘초당림’의 시작이었다. 40여년전 자갈밭이었던 땅에는 현재 500만 그루의 아름드리나무가 자라고 있다. 초기에 심은 나무들은 30m이상으로 자랐고 경매가가 250만원을 넘는 나무들도 있다. 어떤 이는 초당림에서 자라고 있는 목재 값만 2조원에 달한다고 평가한다. 수많은 좌절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청춘은 실패하고 좌절하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시간이다. 어렵다고 회피하고 실패했다고 좌절하지 말길 바란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피나게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정리=민현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김기운 이사장은…
1920년 전남 무안 출생. 16세의 어린 나이에 약업계에 투신해 1946년에는 백제약품, 1982년에는 초당약품을 설립하며 현재까지 평생을 제약산업 발전에 힘써왔다. 1968년 전남 강진의 자갈밭에 나무를 심기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림인 ‘초당림’을 일궈냈다. 1980년 백제고, 1994년 초당대를 개교했다. 동탑산업훈장(1987), 대산창업대상(2007), 대한민국녹색대상(2007), 국민훈장 모란장(2010) 등을 수상한 바 있다. 92세인 현재까지 백제약품·초당약품 대표이사, 학교법인 초당학원 이사장 등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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