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교수 겸 기술이전지원팀장

▲ 박검진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교수
얼마 전에 코닥의 파산소식으로 놀라웠는데 이번엔 코닥의 특허가 경매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놀랐다. 코닥은 파산신고를 하면서 시티그룹으로부터 금융융자를 받았는데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특허라도 팔라고 아우성인 모양이다. 특허가치가 26억 달러쯤 된다고 한다. 코닥의 시가 총액보다도 6배 많다. 이런 코닥의 특허를 사고자 특허사냥꾼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특허분쟁의 시작은 1980년대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이 무역적자에 허덕일 때, 자국 산업에 진출하는 타국 기업을 퇴출하고자 당시에 카터행정부에서 특허분쟁을 독려했다. 그 전방에 선 회사가 TI였다. 당시에 TI로부터 일본과 한국이 당한 것을 시작으로 특허분쟁은 전 방위적으로 확전되는 양상으로 돌변했다. 이러한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기업에서는 특허매입을 중요한 사업전략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허매입의 중요성은 필자가 1990년대 초에 일본 히다찌를 방문했을 때, 일본인 변리사가 알려주어서 잘 알게 되었다. 당시에 술자리에서 일본인 변리사는 술에 취해있었고, 필자는 그에게 다가가서 어떻게 해야 강한 특허를 만들 수 있는지 질문하니, 그는 딱 잘라 말했다. 특허를 매입하라는 것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코닥특허를 매입하고자 달려드는 사냥꾼들을 보니 20년 전 일본인 변리사가 투영된다. 세월은 흘러도 특허전략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서울반도체가 청색LED로 유명한 니치아와 한판 특허 싸움을 벌였는데 결국 무승부로 승부가 끝났다. 그 배경에는 수십만 불 주고 구입한 특허 한건이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 필자가 LG에서 근무할 때 NEC와 특허협상 시, 줄곧 코너에 몰리다가 돌파구를 찾은 것이 파산한 왕사로부터 매입한 특허들 때문이었다. 그 특허들은 후에 인텔로부터도 특허실시료를 받게 된다.

20년 전에는 기업을 방어하기 위하여 특허매입을 했다면 지금은 아이피니스(IP Business 합성어)로 흐르고 있다. 즉, 특허를 무기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름뿐인 자회사들을 활용하여 특허를 매입하고 있으며, 타 기업 공격 시에도 그 자회사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수많은 특허사냥꾼들이 우리 대학들에게도 마수를 뻗치고 특허를 입도선매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대학교수들에게 접근하여 특허를 양도할 것을 요청하기도 하고, 혹은 특허가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교수의 아이디어를 입도선매한 후, 특허사냥꾼 연구실에서 가공하여 핵심특허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 연구실에는 박사급 엔지니어가 즐비하다고 한다. 한 단계 진화한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교수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로 흐르고 있다. 아무리 연구비가 중요하더라도 그런 특허사냥꾼들에게 귀한 아이디어를 팔수는 없다. 교수들이 판 아이디어가 부메랑이 되어서 우리기업들을 겨냥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의 특허관리전문부서에서는 교수의 아이디어를 상용화하기 위하여 기업 혹은 국가과제와 연계하여 기술상용화에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 또한 교수의 소중한 아이디어를 강한 특허로 만들고, 무엇보다도 기업의 니즈를 충족하는 맞춤형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업방문을 통하여 입수된 정보를 제공해야하며, 궁극적으로 대학의 완성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시키는 기술이전으로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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