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발표한 기무사 명의의 문건조작 사건은 한총련을 비 롯한 학생운동권의 도덕성에 또 한번 먹칠을 했다.

기무사는 I대 공모군이 지난해 6월 일부 언론에 제공한 '제5기 한총련 출범식 정보수집 동향'은 순전히 '만들어낸' 문건이었다고 발표했다.

기무사의 이같은 발표에 많은 운동권 학생들은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도 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학생운동권 출신으로서 공모군이 그같은 일을 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 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비극은 문건조작 사실이 진실이라는 데 있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신문은 기무사 발표가 있은 다음날 17일자 신문에 기무사 민간인 사찰기사와 관련해 오보를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기사를 게재했다.

공모군이 배포한 문건이 조작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공모군은 구속되기 몇 달 전 이 신문의 기자들에게 자신의 문건조작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하고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또 운동권 학생 개개인들에게 왜 학생운동을 하고 있는가,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선배들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았는가도 묻지 않을 수 없 다.

일반 학생들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최근 운동권 학생들의 편협한 사회인식 수준과 맹목적 열정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이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한총련은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도 이렇다할 사과성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 히려 한총련은 일부 학생들이 나우누리 한총련 전용 CUG(폐쇄그룹)인 민운사(scugo 9) 게시판에 올린 항의글을 삭제해 물의를 빚는 등 아직도 폐쇄적인 조직운영 모습만 보이고 있 을 뿐이다. 한총련의 위기는 당국의 공안탄압 때문이라는 주장도 점차 학생들로부터 설득력 을 잃어가고 있다.

운동권 학생들은 공모군의 문건조작사건을 통해서 학생운동 자체는 학원민주화나 사회민 주화 못지 않게 개인들의 자기완성 과정임을 되새겨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았을 때 이런 뼈아픈 자성 없이는 학생운동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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