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숭실대 정보지원처 학술정보운영팀장

전통적으로 사서의 전문성은 책을 다루는 데 비롯되었다. 사서들은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책을 선별하여 구입하고 쉽게 이용이 가능하도록 분류해서 배열하는 역할을 했다. 즉 사서의 전문성은 도서를 선별하는 능력(장서개발), 책의 내용을 파악하여 분류하는 능력(분류목록),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 지를 알려주는 능력(참고서비스) 등에 좌우되었다.  

사서의 진가는 이용자와 대면하는 순간, 발휘된다. 사서들은 자신의  도서관에 소장된 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그런 사서의 이름은 구전되어 알려졌고, 그런 사서가 존재하는 도서관은 호황을 누렸다.  

대학도서관의 경우 각 전공학과의 교과목이 대개 일정했으므로 이용자에게 관심있는 사서는 전공에 따라 1학년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무슨 내용으로 공부하는지를 알았고, 거기서 어떤 책이 필요로 하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이 자신을 찾았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인터넷의 발달로 책과 관련해서 사서의 역할이 많이 약화되었고 감소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일지라도 잊지 말아야 것이 있다. 도서관의 중요성이 여전한 것은 책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도서관은 수세기 동안 축적, 가공, 제공하고 있는 책을 소유하고 있다. 사서는 이런 보배로운 자원을 갖고 있으며 대출이 감소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은 적지 않은 양의 책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대학은 책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곳이다. 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찾아가는 공간이다. 책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시간이기도 하다. 대학생활에서 독서를 빼놓을 수 없다. 전공을 배울 때나 교양을 쌓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대학시절,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 학생은 진정한 학문을 했다 볼 수 없다. 스스로 깨치는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가 대학을 견학하고 그곳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지를 알게되고 놀라게 된다. 과목 당 읽어야 할 책들이 수십권이기 때문이다. 

사서는 학생들이 독서하는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일을 위해서 사서는 독서전문가로 자라가야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사서는 독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의 가치와 유용성을 독서를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이것은 기본이다. 아무리 독서이론을 잘 안다고 해도, 스스로 독서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독서전도사로서 현장에서 뛰는 사서에게 적합지 않다. 

과연 독서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첫째, 독서컨설턴트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의 강신주 저자는 사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도서관때문에 자신이 이 자리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로 독서컨설턴트 역할을 들었다. 사서가 하루 한 시간 정도 자료실 서가에서 어떤 책이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소개해주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하신다. 독서를 도와주고 독서하도록 진작하는 일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사서들이 하루라도 빨리 실천에 옮겨야 한다. 

둘째, 독서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요구와 수요를 조사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사들을 섭외하는 일이다. 어떻게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다. 숭실대 도서관의 경우 매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도서와 관심을 갖는 도서를 선정하여 무료로 증정하고 대신 후기를 받는 형식의 정기프로그램, 황금기의 대학시절에 인문학을 접하도록 해주는 인문학축제, 그리고 대학생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치유에 초점을 두면서도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기획하였고, 다음 학기부터는 대중적인 고전읽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고전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실제로 고전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실상은 읽지 않는 현실에서 사서의 역할은 더욱 강조된다. 독서전도사, 독서전문가로 성장할 사서들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