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인 법인 8급부터 편제 … 처리결과 주목

16일 평의원회서 의결하면 확정 … 대학 측 “수정 어려워”

▲ 서울대 기성회직원들은 직원 인사규정안에 반대해 지난 7일부터 대학 행정관 앞에서 연좌 농성, 정기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집회에서 기성회직원들이 대학 본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서울대 법인화에 따른 새로운 인사규정안을 놓고 공무원직과 기성회직간의 차별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인사규정안은 다른 법인화 추진 국립대학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 처리결과 가 주목된다. 

10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기성회직원들은 새로운 인사규정안이 자신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지난 7일부터 학내 행정관 앞에서 연좌 농성, 정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현재 서울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총 1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240여명은 기성회직, 나머지는 공무원인 일반직·기능직이다. 서울대 평의원회는 오는 16일 오후 5시 회의를 열고 이번 인사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지만 기성회 직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규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대 총무과에서 지난해부터 제정 작업을 벌여온 인사규정안은 기능직을 법인 4~7급, 기성회직을 법인 7~8급으로 편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표1 참조> 법인화 이전까지 기능직과 기성회직은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며 내부 기준에 따라 동등한 처우를 보장 받아왔다.<표2 참조> 기능직과 기성회직은 직명에만 차이가 있었을 뿐 사실상 동일한 조건으로 근무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규정안이 확정될 경우 재직 13년 이하의 기성회직원은 최하위 직급인 법인 8급에 편제된다. 반면 기능직은 8급 없이 모두 법인 7급 이상에 편제된다. 재직 13년 이하의 기성회직원과 기능직 9급, 8급 일부 직원은 같은 보수를 받고 같은 업무를 수행하나 직급에는 차이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성회직원들은 “대학 측이 기능직과 동일노동 근로자인 기성회직을 어떠한 합리적 기준도 없이 차별대우하고 있다”며 “기성회직을 최하위 직급에 편제한 것은 기득권인 공무원들에게 기성회직원들에 앞서는 승진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법인화 이전까지 기성회직은 별도의 직급 없이 연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 받았으며 일반직·기능직과 승진 경쟁을 할 일도 없었다. 그러나 인사규정안이 확정되면 기성회직은 일반직·기능직과 같이 직급을 부여받는 동시에 재직 기간 13년 이하일 경우 인사평가에 따른 일반승진도 가능해진다. 기성회직원이더라도 실력만 있다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문제는 기성회직과 기능직의 출발점이 각각 법인 8급, 법인 7급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출발 지점부터가 다르니 두 직급간의 공평한 경쟁은 사실상 어렵다. 또 법인 8급에 편제된 기성회직원들의 경우 법인 신규직원과의 직접적인 승진 경쟁에 놓이게 된다.

이와 관련, 홍성민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장은 “대학 측은 법인화 이전에 기성회직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능직보다 앞선 승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법인 신규직원과의 승진 경쟁에 대한 부담은 기성회직원들에게 모두 떠안기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처사”라고 밝혔다.

또 김선희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사무국장은 “대학 본부는 법인화를 앞두고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인사제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면 대학 본부는 기득권 보호에만 힘쓰는 이익 집단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기성회직원들은 기능직과의 동일한 기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홍 지부장은 “기성회직원들의 요구는 단지 기존처럼 기능직과 균등한 처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더불어 기성회직원들은 인사규정안에 합의한 적이 없음에도 대학 측은 평의원회에 이를 안건 상정했다”며 “대학 본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기성회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인사규정안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성회직의 요구를 대학 본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주동 서울대 총무과장은 “각 직군마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이를 최대한 수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직군과 완전한 합의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난해부터 각 직군과 수차례에 걸쳐 인사규정안에 대해 대화를 해왔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봤기에 평의원회에 안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장은 “법인화에 앞서 지난해 11월 전 직원에게 인사규정안을 토대로 신분 변동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인사규정안은 약속사항이 된 부분으로 학교에서도 임의로 바꾸기는 어렵다”며 “인사규정안을 수정하는 방법은 기능직과 기성회직이 합의를 이루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능직과 기성회직이 합의를 이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일반직·기능직 직원들이 속한 서울대 직원노조 관계자는 “사실 기성회직원들에게 직급을 부여하고 일반승진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큰 혜택 아니냐. 기존 공무원 입장에서는 이미 많이 양보한 것”이라며 “성과평가 등을 통해 어렵게 승진해온 기능직과 동일한 직급을 달라는 것은 기성회직의 이기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성회직원들은 대학 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농성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학 측이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단체협약 위반’ 등의 사안으로의 법적 고발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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