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학사관리로 해외국비유학생 대거 유치

인증제 통해 내실화 중요성 강조 
현지로 진출… 우수 인재 선점도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국내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 이젠 대학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을 마주치는 것이 낯설지 않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무분별한 양적팽창으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중도 이탈해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학위장사를 위해 학생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대학도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인증제 등을 통해 질적 관리와 함께 양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는 한양대와 공동으로 ‘국제화 화두는 ‘질적 성장’’을 주제로 3회에 걸쳐 조명한다. 1회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양보다는 질’에 대해 살펴보고, 2회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관리와 취업에 관련한 내용들을 담아본다. 이어 3회에서는 국내 학생 국제화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외국인 유학생 유치 ‘양보다는 질’
② 외국인 유학생 관리에서 취업까지 
③ 국내 학생 국제화도 활발

■ 인증제로 외국인 유학생 질 관리 =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의 질 제고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이하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유학생 관리의 모범·부실 대학을 가려 장기적으로 대학의 유학생 관리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인증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를 통해 유학생 관리 인증대학 10개교와 비자발급이 부실대학 17개교를 선정, 발표했다.

평가는 △외국인 전임교원 비율 △해외파견 학생 비율 △국내 유치 교환학생 비율 △외국인 유학생 순수 충원 비율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율(이탈율) △외국인 유학생의 다양성 △유학생 유치를 통한 재정건전성(등록금 감면율) △유학생 숙소제공 비율 등 8개 주요 지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선정된 인증대학은 한양대·연세대·연세대(원주)·이화여대·서강대·서울대·경희대·고려대·동양미래대학·인하공업전문대학 등이다.

이들 대학은 정량평가 상위 5% 대학에 대해 현장 정성평가를 실시, 정량·정성평가 총점이 75점 이상인 대학들이다. 인증대학은 중도탈락률이 5% 이하이면서 일괄 학비감면을 하지 않는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이다.

반면 비자발급 제한 대학은 기존 6개 대학(4년제 명신대, 2년제 광양보건대학·송호대학·한영대학·영남외국어대학·성화대학)을 비롯해 올해 한민학교·한성대·대구예술대·상명대(천안)·숭실대·성신여대·동아인재대학·부산예술대학·주성대학·송원대학·충청대학 등 11개교가 지정됐다. 이 대학들은 정량·정성지표에서 최하위 5%에 해당하는 대학들이다.

최영출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위원회 위원장(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인증제의 취지는 대학 통제목적보다 자율 역량을 길러준다는 데 있다”며 “유치와 관리, 사후관리의 3단계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해외 국비유학생 유치 우수 ‘교육 질 담보’ = 최근 인증제 등 외국인 유학생 질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내실을 꾀하고 안정된 국제화를 구축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특히 해외 국비유학생 유치 실적에 따라 대학의 국제화 내실을 가늠하기도 한다. 해외 정부에서 파견하는 국비유학생은 대부분 해외 정부에서 1차 선발을 거친 우수한 학생들로, 이들의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을 자국에서 전액 부담한다.

가장 대표적인 대학은 한양대다. 한양대는 해외 정부가 파견하는 국비유학생을 가장 많이 유치한 대학이다. 현재 파키스탄 학생 150명, 말레이시아 학생 50명, 사우디아라비아 학생 10명, 브라질 학생 30명, 카자흐스탄 학생 10명이 한양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양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아닌 철저한 학사관리로 교육의 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학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입학시험을 논술형으로 출제한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몽골어 등 7개 언어 중 택일해 답안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한양대 이기정 국제협력처장은 “한국어만 잘 해선 안 된다. 학업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논술고사를 실시한다”며 “글쓰기 실력을 보면 학생의 논리적인 생각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학금도 일괄 장학금 대신 유학생들의 성적과 면접 점수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이 처장은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에 급급해 수학능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유학생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며 “논술형 입학시험을 치루고, 장학금도 실력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등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괄 장학금을 주는 대신 그 만큼 더 만족스러운 교육 기회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이러한 정책들이 대학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큰 작용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현지 진출로 우수 인재 선점 = 대학들이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해외로 나가 뛰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동아대는 해외 유학생 유치를 위해 해외로 나가 직접 우수한 학생을 모집한다. 특히 학교가 위치한 부산과 일본이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일본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입학설명회를 개최한다. 최근 일본 쓰시마 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이 학교는 현재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으며, 수십 명의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고 있다. 동아대는 “쓰시마 고교를 중심으로 더 많은 현지 학교에서 입학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대학들은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현지에서 입시설명회를 하거나 해외사무소를 설치해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도 중국의 주요 도시에 일찍부터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고 우수한 학생 모집에 나서고 있다. 한양대는 2004년 국내 대학 최초로 중국 현지에 한양상하이센터를 설치하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해 왔다.

한양대 이기정 국제협력처장은 “한양대는 2000년 초반부터 유학생 유치와 관리에 시간과 노력, 예산을 투자했다”며 “한양상하이센터 설립 당시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현재 유학생 유치 업무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특히 중국 내 서버를 두고 중국어 홈페이지를 운영, 중국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학생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빠르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내 최고 검색 사이트인 www.baidu.com에 광고를 실시해 중국 학생들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양대로 오는 중국 유학생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5년 42명을 시작으로 2008년 91명, 2010년 115명, 2011년 134명을 기록했다.

 
[인터뷰] 이기정 국제협력처장
“질적인 국제화에 집중해야”

한양대 이기정 국제협력처장은 대학의 국제화에 대해 “양적‧정량적 국제화는 한계가 왔다. 이젠 질적이고 정성적인 국제화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제 학생 수는 의미가 없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선 ‘우수한’ 10만 명을 목표로 유치·관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대학의 국제화 평가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를 비롯해 경제학자, 교과부 관계자 등이 모여 대학에서 가장 바람직한 국제화 평가기준을 정해야 한다. 지금은 평가기준이 무조건 높으면 좋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평가기간에 맞춰 무분별하게 교환학생을 보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현실적인 외국인 유학생·외국인 교원·영어강의·교환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정하고, 그 기준에 맞춘 국제화를 이뤄야 한다.”

이 처장은 또 지방대, 전문대학의 국제화에 대해서는 특성화를 유도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은 모든 대학들이 양적인 국제화 지수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중심대학은 연구 중심의 교육을, 지방대는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전문대학은 기술 위주의 교육으로 특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그럼 한양대는 국제화의 질적 성장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이 처장은 국제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한양대 국제화의 비법이라고 했다.

“2003년 국제화를 시작할 즈음 당시 총장이었던 현 김종량 이사장님이 국제화에 대한 재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제화가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기까지 대학의 투자가 있었기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처장은 또 한양대의 강점 중 하나로 유학생의 입학부터 취업까지 One-Stop으로 해결되는 국제협력처 시스템을 꼽았다.

"유학생 관련 업무를 단일팀으로 구성된 국제협력처에서 진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외국인 유학생 입장에게도 입학부터 취업까지 한 부서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올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국제협력처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이어 장학금을 안 주는 정책이 유학생의 질 제고에 큰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장학금을 많이 준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대학들도 많지만 우리 대학은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초기에는 유학생 유치 감소가 걱정되긴 했지만 유학생이 줄더라도 제대로 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대학의 마인드를 지켜왔고, 결과적으로 입학 지원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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