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

요즈음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성폭력 가담 전력이 있는 학생이 오히려 봉사 실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돼 합격한 사실을 놓고,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의 허위 작성 또는 대필 문제, 입학사정관 평가의 신뢰성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학교폭력 관련 사실의 학생부 기재 등을 담은, 대교협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의 인성평가 강화' 방안이 확정 발표된 직후이어서 더욱 이슈가 된 듯하다. 교과부와 대교협은 즉시 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 방침을 엄정 실시할 것임을 발표하고, 각 대학에도 입학사정관 전형에서의 면접 강화, 사후 검증시스템 활용 등 입학사정관 평가의 신뢰성을 더욱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헐뜯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과연 입학사정관 제도가 끝끝내 존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도 적지 않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명 입학사정관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대학을 변화시켰다. 내신 성적이나 수능 성적 일변도로 선발하던 체제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비교과의 다양한 능력에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사실 수능 상위 0.5%의 학생들이 수능 1~2문제로 서열화 되는 상황에서 과연 수능 1문제를 더 옳게 푼 학생이 절대적으로 우수한가는 의문이다. 따라서 대학들은 각 대학이 추구하는 특성화된 인재상을 새로이 정립하고, 성적 외의 요소에서 우수 인재를 선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대학 교육에 있어서도 변화가 생겼다. 대학의 교육행정이 가중되는 부담은 있지만 추수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밀접한 관심을 가짐으로써, 다른 전형 입학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결과를 보면서, 진정한 교육의 핵심은 개개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고, 이를 통해 자기동기부여된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입학성적과 무관하게 얼마든지 배가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교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교사중심의 필수 교육과정에서 학생 중심의 선택적 교육과정으로, 암기 및 주입식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 위주의 수업으로, 수능 중심의 교과 집중형 교육과정에서 특기·적성 중심의 교육활동으로 변모함으로써, 개인적인 학력 경쟁이 아닌 사회적 협동심과 공동체 기여 정신을 갖춘 학생을 육성하는 교육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학-고교 간 연계 활동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입학사정관 설명회, 모의전형캠프, 낙후 지역에 대한 온라인 모의전형 및 상담 등을 통해 대학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수험생에게 명확히 이해시킬 기회를 만들 수 있었고, 대학으로서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 그에 따라 시행 초기에 '성적이 나쁜 학생들도 대학 갈 수 있는 전형'이라는 그릇된 인식, 최근에는 오히려 '내신이 좋은 학생들만 합격할 수 있는 전형'이라는 오해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사료된다.

입학사정관제는 이제야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기에 아직 보완해야 할 숙제들도 많다. 정확한 인성평가 도구의 개발, 입학사정관전형 입학생들의 종단 분석연구를 통한 입학사정관제의 개선점 도출,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신장, 정성 평가의 일관성 유지, 사교육 개입 차단, 입학사정관제의 장기 지원사업 및 재정 확보, 입학사정관 교육 프로그램 확대 및 강화 등이다. 교과부와 대교협 뿐아니라 대학과 고등학교가 합심해 꾸준히 문제점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입학사정관 전형은 분명 우리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전인적 인재 선발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던가! 꾸준히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면서, 그 미래를 진득하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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