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급증…양보다 ‘질 관리’

전담 팀이 유학생 관리…부적응, 중도이탈 막아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대학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화 순풍이 불고 있다. 정부도 오는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의 국제화 바람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각종 대학평가에서 ‘국제화’ 지표가 포함되면서 대학들이 앞 다퉈 국제화를 추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학들이 질보다 양을 앞세운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외국인 유학생의 질 저하와 부적응 등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 유학생 유치는 열심, 관리는 ‘부실’= 현재 국내에 유학 온 외국인 유학생 수는 ‘스터디 코리아’ 등의 교육과학기술부 유학생 유치정책에 따라 2004년부터 급증했다. 2004년 1만6832명에서 2006년 3만2557명, 2008년 6만3952명, 2010년 8만3537명, 2011년 8만9537명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학생 급증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들이 유학생 수 늘리는 데만 급급하고 학사관리, 질 관리에는 소홀해 유학생 부적응, 질 저하, 중도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서울 A대학에서는 기숙사에서 유사 대마초를 피우던 외국인 유학생 3명이 강한 환각성분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여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다. 이들은 의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불구속 입건됐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외국인 여학생들이 유흥주점에서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유학, 여행, 동반 비자로 입국,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휴학 중이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의 질적 관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기정 한양대 국제협력처장은 “인증제를 바탕으로 질적으로 우수한 외국인을 뽑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2020년 유학생 20만 명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우수한 10만 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과부도 유학생의 양적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역량 인증제(이하 인증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우수 유학생을 유치해 관리부터 취업까지 철저히 책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 유학생 관리 ‘ONE STOP’으로 = 그 결과 올해 모범대학-개교, 부실-개교가 선정됐다. 모범대학의 대표 케이스는 한양대다. 한양대는 대학가에서도 명실 공히 국제화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부실한 유학생 관리로 질책을 당하는 대학도 있지만 체계적인 유학생 관리 체제를 갖추고 있어 타 대학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대학들도 많다.

한양대는 외국인 유학생 전담 부서인 ‘국제협력처’를 중심으로 유학생의 입학부터 취업까지 One-Stop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타 대학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업무를 한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에서 업무별로 담당을 하고 있어 외국인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국제협력처는 국제협력팀이라는 단일팀으로 구성, 업무의 성격에 따라 입학·관리·교류 파트로 나뉜다. 입학파트에서는 말 그대로 국내외 입시 홍보, 입학 행정을 담당한다. 관리파트에서는 유학생의 학사관리를 비롯해 생활, 취업 등을 상담한다. 교류파트에서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 해외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국제협력처 관계자는 “단일팀 내에서 유학생 관련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양대 외국인 유학생들은 입학 후 졸업(취업)까지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한 사무실 내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협력처의 One-Stop 시스템은 유학생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올해 한양대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국제협력처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왔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한국외대도 2010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유학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비자, 취업, 개인적 고민들까지 모두 해결될 수 있도록 한다.

경희대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2007년부터 ‘외국인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생활편의를 비롯해 학업고민 상담, 취업특강, 국내기업초청 취업박람회 등을 실시한다.

이처럼 최근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개설해 외국인 학생 유치 뿐만 아니라 관리에도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관리에서 ‘One-Stop’ 시스템으로 하드웨어 공사를 튼튼히 했다면, 멘토링 등 유학생 관리 프로그램으로 유학생의 대학생활에 지속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학에서 유학생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계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이들의 중도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연중 30회 이상 유학생을 위한 행사를 마련한다. 특히 빠른 언어 습득과 문화 체험을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이나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한양대는 멘토링, 튜터링에 이어 2010년부터는 국내 학생들과 봉사활동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연탄나르기봉사, 해비타트 집짓기, 일일초등학교 교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유학생들도 참여하도록 한다. 인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외국인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언어도 빨리 습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문화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다. 이기정 처장은 “사회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적응도 빠르다”며 “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해선 학교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를 통해 애교심도 생기고 중도탈락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외국인 학생들의 국내 취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학에서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을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대학의 취업지원센터나 외국인 유학생 지원 부서에서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한다.

한양대의 경우 국제협력처를 통해 국내외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유학생을 위한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취업특강, 기업탐방 등을 마련하는 등 실질적인 취업 준비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설치한 한양상해센터를 통해 중국 현지 취업도 지원한다. 한양대 국제협력처는 “졸업 후 중국으로 귀국하는 중국 학생들은 한양상해센터에 이력서를 제출하면 현지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도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인터뷰]  “한국 취업, 경험이 중요”

중국인 김휘 씨(한양대 경영학과 졸업·29)

“자신의 꿈을 정하고 실현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한국 취업에서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습니다. 유학생이라는 두려움을 버리고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세요.”

한국투자증권에서 자산관리사로 활동 중인 중국인 김휘씨는 2004년 한양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만 해도 유학생활, 취업이 막막했다. 그런 그를 뒷받침해준 것은 한양대 국제협력처였다.

김 씨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뒤부터 대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많은 대학 가운데 한양대를 선택하게 된 건 한양대 국제협력처의 체계적인 상담과 조언 덕분이었다.

“유학에 필요한 서류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 성심성의껏 자문해줬다. 그 때 다른 대학보다 외국인을 배려하고 신경써주는 학교라고 느꼈다.”

특히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장학금 제도도 김 씨의 마음을 이끌었다고 했다. 입학할 당시 장학금을 주는 방식이 아닌 성적에 따라 차등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 후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학기 중 공부에 대한 집중을 더 할 수 있었고, 학생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경각심도 줬다.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학교 적응에도 도움을 줬다. 김 씨는 “외국인 학생들은 초반에 경영학개론, 경제학개론 등 기초과목을 어려워한다. 그런 수업들을 보충해줄 수 있는 한국인 선배들을 국제협력처에서 연결해줬다”며 “또 유학생 관련 모임이나 봉사 동아리도 연계해 줘 방과 후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학교에서 제공하는 취업 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외국인 학생들이 잘 모르는 기업 문화와 면접 스킬, 서류 준비까지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학교에서 운영하는 모의면접 프로그램이 실제 면접에 도움이 많이 됐다.”

그러면서 “한국의 기업에서도 인턴십, 공모전, 홍보대사 등 외국인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다. 이를 잘 이용하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김 씨는 4번의 인턴십을 거쳐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2008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에서 취업을 하고 싶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1~2학년 때는 학교 내외에서 동아리 활동, 공모전, 인턴십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그리고 3~4학년이 된 후에는 자신에게 맞는 분야에 맞게 준비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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