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원장

국내외 대학 간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교수 당 학생 수 △교수 확보율 △학생1인당 교육비 등 대학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지속적이고 거액의 재정이 수반돼야 한다.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대학을 장기계획 하에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거금의 대학적립금에서 발생하는 금융이자를 대학교육에 투입하는 사례는 해외 유수대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늘리고 있어 결국 등록금 인상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적립금이 등록금의존율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들이 교육 서비스에 비해 과다한 비용을 등록금으로 부담하고 있고, 과다한 비용은 곧 잉여 자금이 되어 ‘적립금으로 연결’된다는 시각이다. 여기에는 또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기만 하고 지출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이에 정부는 대학등록금이 적립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2009년12월23일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에대한특례규칙’을 개정했다.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를 이원화하고, 유형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유형고정자산의 원가를 비용화 하는 것 외에는 원천적으로 ‘대학 등록금을 적립’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현재는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는 것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며, 등록금은 대학교육에 100%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사립대학이 ‘적립금을 쌓기만 하고 지출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부 오해가 있다. 사실 적립금은 기금을 기탁하는 기관·개인이 지출용도를 지정하는 경우가 많고, 원금은 보존하되 이자만 지출하도록 방식을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이 자체 판단에 따라 적립금을 지출하는 데에는 그만큼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등록금회계에서 기금회계로의 전출인 ‘적립금 적립’만이 이슈화되고, 기금회계에서 등록금회계로의 전출인 ‘적립금 지출’이 함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은 대학이 ‘적립금을 쌓기만 한다’는 사회적 오해를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립금 적립’ 대비 ‘적립금 지출’을 함께 비교해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사립대학의 건축적립금이 과다하는 비판이 있다. 건물 신축 등을 위한 건축기금의 적립과 인출은 대학별 건물 신축계획 등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별로 미리 짜여 진 계획에 따라 건축비가 일시적으로 지급된다. 때문에 건축기금 적립금은 한꺼번에 지출되기 전까지는 다른 적립금에 비해 과다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등록금회계’라는 회계 명칭에서 오는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 이 명칭으로 인해 등록금회계는 등록금수입회계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등록금회계 수입에는 등록금 외에도 △전입금 및 기부수입 △교육 부대수입 △교육외 수입 등이 적지 않다. 차제에 이런 오해를 유발하는 ‘등록금회계’라는 명칭은 변경이 필요해 보인다.

과중한 대학등록금 부담은 이미 사회적 문제이며, 정부와 대학이 함께 풀어가야 할 당면 과제임에 틀림없다. 정부도 대학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안을 성급히 찾느라 대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간과하는 일은 교각살우의 우려를 범할 수 있다. 대학적립금에 대한 일부 오해가 더 이상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향한 부단한 대학의 노력과 대학 기부문화를 침체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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