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진 본지 논설위원/전북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과부는 전국의 43개 사립대를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하고 이 중 13개교를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하였다. 강력한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학교 폐쇄 명령까지 내리겠다는 것이다. 또 다시 해당 대학에게는 사회적으로 사망선고를 한 셈이 되었다. 교과부는 학령인구 급감 등으로 너무 많이 설립된 대학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사회도 대학 구조조정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 강한 불만과 저항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번 조치의 추진 배경과 절차, 그리고 실효성에 커다란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강력히 추진하니까 대학은 불만이 있어도 어쩔 수없이 따르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추진과정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는데 그 결과에 승복하기란 쉽지 않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평가를 주도해 갔다고는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 관련 전문가 집단도 아닌 소수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이런 막중한 과업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결국 교과부 주도의 이러한 추진방식은 대학사회의 불만과 불협화음을 불러일으켜 결국 갈등의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킬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정당성과 합리성은 물론 적법성과 그 정책의 파급효과까지 신중히 고려해야 정책의 실효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교과부의 조치는 결과만 있을 뿐 추진 방식과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부실대학 선정평가(교과부는 대학 구조조정 평가라고 강조)의 도입 배경과 취지는 2011년 반값등록금 문제가 이슈화되자 교과부는 재원 확충의 노력보다는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예산 절감이 우선이라는 전략으로 추진하였다. 반값등록금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의 경제 규모에 크게 밑도는 고등교육의 공적투자 규모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만 옥죄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점이다. 그 결과, 평가가 도입된 기본 취지와 목적이었던 반값등록금 문제해결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부실대학 선정 평가 결과만으로 대학사회의 갈등 비용만 가중시키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둘째, 작년에 이어 평가지표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평가지표에 대한 문제점은 작년에도 지적되었지만 이번 평가지표에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 평가지표가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환원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장학금 지급률, 상환율, 등록금 부담완화 등 모두 8개의 성과·여건 지표를 사용하였는데, 과연 이러한 지표가 부실대학으로 판정할 수 있는 타당한 지표인지 의문이다. 지표 가운데 재학생 충원율(30%)과 취업률(20%)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지표는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수도권 지향의 교육문화와 노동시장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과연 대학만의 노력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지표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하위 15% 대학을 선정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평가지표의 타당성과 정당성의 문제, 하위 15% 선정 기준의 근거가 지니는 모호함에 대한 교과부의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평가 조치가 미친 사회적 파급효과의 문제이다. 유감스럽게도 공개된 부실대학들이 대부분 지역에 소재한 대학이라는 점은 교과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고등교육 격차 문제, 즉 지역간 대학 수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정부의 단순한 평가에 의한 대학구조조정은 지방대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넷째, 부실대학 퇴출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당연하지만 현 정부가 추구하는 개혁가치가 자율과 경쟁인데, 부실대학 퇴출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습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시장주의자들이 오히려 각종 대학평가와 감사 등의 조치를 통해 대학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교과부는 지표에 근거하여 부실대학 선정 및 퇴출은 추진하면서 정작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부패사학을 방치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과거 비리 구재단의 복귀가 이루어졌고, 그들의 대학 장악의 개연성이 높아졌음도 사실이다. 지난 8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대학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총장 임기 제한도 폐지하여 학교법인 측 인사가 대부분인 사립대 총장의 장기집권이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용 기본재산을 교비에 대한 보전없이 수익용으로 변경할 수 있게 하여 대학은 추가 부담 없이 상업시설 임대나 매각을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대학의 기업화, 상업화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교과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모호할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는 전문가 집단 주도의 체계적인 평가 결과가 아니라 단순 평가지표를 가지고 교과부 주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평가 결과의 타당성과 정당성, 적합성 등에 의문이 있다. 그리고 자생 능력이 없는 대학은 정부가 친절히 나서지 않아도 시장에서 스스로 퇴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교과부가 주도적으로 단순 평가지표를 가지고 대학에게 사망선고를 내리는 이러한 방식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율조정능력에 의해 자리매김을 하고자 하는 대학에게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교과부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교과부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전문행정기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1인 지배의 행정권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교과부의 시스템 복원은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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