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7일 결혼 예정인 약혼자의 이름이 안기부 수사관의 입에서나왔을 땐 아무말도 못하고 떨기만 했습니다."

이달초 동아대 '자주대오' 사건으로 구속된 서봉만씨(27) 약혼녀의 말이다.

현재 간첩혐의로 구속된 동아대생 5명은 수사기관의 강압에 못이겨 허위진술을 했다며 간첩혐의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씨 등을 접견한 부산민변의 정재성 변호사도 수사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배후 인물인 조총련 동경지부청년단 교육부장 '오카다 이치로'는 +지은주씨(여, 28, 일본어과 졸)가 안기부의 강압에 못이겨 진술한 가공인물이며 경찰이 공작금이라고 제시한 일본계좌는 조사결과 어학연수 비용이었음이 밝혀졌다고 말하고 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민가협 등 시민단체와 부경동우회, 동아대 민주동문회 등 25개 사회단체들도 '동아대 간첩단 조작사건 진상규명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진실규명을 위해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책위 실무간사 이광영씨는 "안기부는 피의자의 가족에게까지 찾아가 +구속하겠다며 7차례가 넘게 같은 집을 압수수색하고 허위진술까지 받아내는 등 반인륜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며 "구속자들이 강압에 못이겨 노동당에 입당했다고 허위로 진술하기도 해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받아들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부산지검 공안부는 지난 8일 구속 송치된 엄주영(23, 무역4), 서봉만씨(27, 경영4) 등 2명을 애초에 검찰에 송치할 당시 간첩죄에 해당하는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를적용하지 않고 제7조(찬양고무)만을 적용했다.

어찌됐든 이는 경찰의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군사정권시절부터 있었던 '간첩이다. 아니다'라는 해묵은 공방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도 대선을 코 앞에 둔 문민정부 말기에 말이다.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조직사건을 터뜨려 국민의 대공경각심을제고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동아대생 간첩사건은 그렇지도 않은 '혐의'가 짙은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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