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식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한반도는 위기와 긴장, 대결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으로 하루아침에 무력화됐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원칙과 기다림의 전략을 고수했지만 돌아온 것은 남북관계 파탄과 긴장고조뿐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은 북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굴복시키지도 못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남북관계 파탄과 한반도 긴장고조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그렇게 강조하던 북핵문제 해결도 최악의 상황 악화로 귀결됐다. 따라서 내년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대북포용정책으로 복귀해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권이 재창출되든 교체되든 관계없이 화해·협력의 남북관계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대북 포용정책은 기계적 복귀에만 머물지 않고 발전적 진화를 필요로 한다. 포용정책이 진화해야 함은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대북 압박과 강경이 아니라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증진시키고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한다는 원론적 의미의 포용정책은 수미일관되게 고수돼야 한다.

적자생존의 법칙을 도출해내는 진화론의 핵심은 변화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개체가 지배적인 종(種)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포용정책 역시 변화된 환경에 부합하는 진화를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변화는 북한의 정세와 우리 내부의 정세 그리고 남북관계 차원의 변화와 동북아 정세 등을 포괄한다. 결국 대북포용정책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변화된 대내외 정세에 걸맞은 포용정책으로의 진화가 동시에 진행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용정책의 발전적 진화는 이른바 ‘구조적 포용’을 지향해야 한다. ‘구조적 포용’으로의 진화는 ‘남북관계의 비가역적 구조화’와 ‘북한 변화를 위한 구조적 개입’을 의미한다. 돌이킬 수 없는 남북관계의 확대와 진전을 통해 포용을 구조화하면서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구조적 개입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보수 정부가 등장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남북관계가 중단되거나 파탄나지 않는다. 또 그래야만 진보 정부가 포용정책을 추진해도 북한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화지 않는 포용은 여전히 남남갈등의 후폭풍에 갇히게 될 것이고 업그레이드되지 않는 포용은 북한변화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보수 진영의 비판에 또 시달려야 할 것이다. 편향되고 극단화된 진보·보수 양측의 소모적 입씨름이 아니라 대북포용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포용의 진화를 고민하는 합리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남북관계의 확대와 발전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킨다는 포용의 근본원칙에 대해서는 좌·우, 여·야, 진보·보수 모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화해협력의 남북관계가 보수정부인 노태우 정부에서 비롯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문제는 보수가 수구적 반북에 의해 끌려 다니고, 진보 역시 관념적 친북에 포획당하는 무기력증이다. 이제 보수도 화해협력의 남북관계와 대북포용 기조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진보 역시 북한변화의 필요성과 평화로운 흡수통일의 현실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포용은 진화되고 진보와 보수의 불필요한 남남갈등 역시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내년에 들어설 차기 정부에 대북포용정책의 진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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