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ㆍ학과 특성 고려하지 않은 ‘대학 서열화’ 논란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광명상가 한서삼…’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대학을 입학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서열을 매긴 것.
‘서연고’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성한’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경외시는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동홍’은 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국숭세단’은 국민대, 숭실대, 세종대. 단국대, ‘광명상가’는 광운대, 명지대, 상명대, 가톨릭대, ‘한서삼’은 한성대, 서경대, 삼육대를 의미한다.
이 말의 진원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2006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 수능갤러리(일명 디씨 수갤)와 네이버 카페 수만휘(수능 만점지를 휘날리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단국대 캠퍼스의 죽전 이전,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시행 등 그동안의 대학 변화상과 특성화분야, 학과별 경쟁률과 커트라인 점수 등의 특성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주문 같은 말은 수험생들과 입시 관계자들 사이에선 ‘진리’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최근 수시1차 원서접수가 마감되고, 수능이 가까이 옴에 따라 이 같은 대학 서열화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8월말, 교과부에서 발표한 정부재정지원제한(하위 15%) 대학 명단에 국민대와 세종대가 포함되면서 대학 서열화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재점화 되는 분위기다.
수험생들이 많이 활동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제 국민대랑 세종대는 더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닌지’, ‘여대는 어디 들어가나’, ‘웬만한 인 서울 대학보다 인하대랑 아주대가 좋은 것 아닌가’, ‘입학서열과 졸업서열은 다르다’, ‘어차피 서연고 중시외경 빼고는 전부 부질없는 짓, 스펙싸움이다’ 등 수험생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학벌위주의 사회 분위기가 만든 폐단임을 지적한다. 김희동 진학사 소장은 19일 “‘서성한 중경외시…’ 이런 말은 훌리건들이 인터넷상에서 ‘어느 대학이 좋다 안 좋다’를 두고 싸우다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문계를 기준으로 돼 있어 자연계 학생들은 배려하지 않은 데다, 이 말이 사람들에게 옳은 것으로 인식되다 보니 수험생들도 여기에 맞춰서 가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가장 큰 문제로 ‘학부모들을 비롯한 기성세대들의 인식’을 지적한다. 김 소장은 “학부모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대학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문제는 대학마다의 특성화분야나 학과가 무시되고 단순히 대학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성세대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 이 포지션은 변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