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나는 캠퍼스 만들 것”···내년 학부장제 도입도

 

▲ 이우권 인덕대학 총장(사진=한명섭 사진팀장)

故 김혜란 인덕대학 학장은 아침에 교수들을 모아놓고 예배를 봤다. 교수들은 풍금 반주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고, 예배가 끝나면 학생들을 가르치러 강의실로 향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러 갈 때면 뒤에서 김 학장의 풍금 소리가 뒤따랐다. 풍금소리에 맞춰 교실로 향하던 이우권 인덕대학 교수의 발걸음은 참으로 가볍고 즐거웠다. 30년 전 그 교수가 지난 5월 총장으로 취임했다. 인덕대학이 40주년을 맞는 기념적인 해다. “총장을 하겠다고 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당연한 답변이 돌아왔다. “인덕대학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지난 5월 20일 총장 선임 후 100일을 넘긴 이 총장을 만났다.

- 100일 좀 지났다. 바쁘셨을 텐데.
“교수와 총장의 차이점이 정말 크더라. 학생들 수업 가르치던 때와 비교해 지금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어도 100배는 많은 것 같다. 학생 6300여명을 생각해야 한다. 교직원도 300여명이나 된다. 각 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행정 부분에서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다. 지난 여름방학 하루도 쉬지 않고 출근했다. 처장님들과 지속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에도 귀를 기울였다. 얼마 전 교수·직원 워크숍을 1박 2일씩 따로 열어 이야길 들었다. 성과가 많았다.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길 기획위원들이 반영해 정책 수립할 예정이다.”

- 교직원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나.
“교육, 재정, 복지 문제들이었다. 교육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언이 많았다. 재정 측면에서는 절약하고 예산 절감 하자는 이야기 많았다. 현재 예산절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복지 측면에서도 공감할 이야기가 많았다. 교수들 간, 직원들 간 갈등을 푸는 계기였다. 그리고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도 다시금 했다. 교직원들은 한 가족이라 생각한다. 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예정이다.”

- 절약이 중요하나 예산확충도 중요하다.
“맞는 이야기다. 인덕대학이 자금력이 있는 재단을 두진 않았다. 내부 살림으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다. 수입을 올리는 방법으로 유학생 유치라든가, 평생교육원 활성화, 정원 외 외국인 학생 유치 등을 고려중이다. 다행히 국고지원사업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걸 더 늘리자는 계획이다. 3년째 교육역량강화사업 선정됐지만 더 받을 수 있도록 할 거다.”

- ‘창업에 강한 대학’으로 불리는데.
“창업지원단을 비롯해 인덕대학은 창업에 특히 강하다. 이번 주에 노원구와 협력해서 한 마당 축제를 열었다. 대학에서 70~80여개의 창업 동아리와 노원구에서 30~40개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창업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의 창업 역량을 확인했다. 인덕대학은 창업사관학교 주관대학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더 박차를 가한다.”

- 창업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인덕대학은 동북부 창업 선도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이다. 4년제 대학도 우리가 이끌어 간다. 창업 기회를 부여하고 창업을 해 나가서 창업을 할 때까지 대학에서 일정 기간 경쟁력 지니도록 지원하고, 여러 프로그램 통해 교육하고 창업 경험을 시켜야 한다. 창업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는 일, 그게 창업 대학의 역할 아니겠나.”

- 최근 전문대 위기 목소리가 높다.
“교과부가 지난달 43개 대학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발표됐다. 각 대학들 보니 참 힘겹게 대처를 하고 있더라. 인덕대학이라고 안심할 수 있겠나. 인덕대학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취업률이다. 그래서 취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준비가 안 되면 아무리 등 떠밀어도 어렵다. 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의지를 가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이 나서서 취업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 특성화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인덕대학은 원래 디자인 중심대학으로 유명했다. 중화학공업 경쟁력 강화에 따라 공과대학 육성하면서 공과계열 과가 많이 생겼다. 여기에다가 어문학이나 인문사회도 추가됐다. 현재 공학부, 디자인예술학부, 어문사회학부 등 3개 계열 27개 과가 백화점식으로 운영된다. 학생들 수도 많은 편이다. 이럴 경우 취업률은 당연히 떨어진다. 바꿔 말하자면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포화상태인 데다가 경제위기까지 겹쳐 상황이 매우 안 좋다.”

- 조직개편 필요성은 느끼고 있나.
“물론이다. 그래서 내년부터 학부장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테스크포스팀도 구성했다. 3개 계열별로 학부장을 두어 27개 과가 자율경쟁을 하고 융합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최근 추세라면 학부장제가 구태의연할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총장이 27개 학과 모두를 직접 관여하고 관장하긴 어렵다. 학부끼리 자율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말하자면 선의의 경쟁인 셈이다. 대학 본부는 이를 지원하고 아이디어를 줄 예정이다.”

- 올 초 나이지리아 학생들 왔는데.
“올해 2월부터 나이지리아 정부와 공동으로 ‘나이지리아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기술 연수생 40명이 1년 동안 자동차 정비와 용접 분야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게 된다. 나이지리아 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파키스탄,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유학생 오도록 할 계획이다. ‘국제협력실’과 ‘국제어학원’이 이런 역할을 하게 될 거다. 베트남의 경우 현재 상당한 진척이 있다.”

- 보직 안 맡고 외부활동 많았다.
“전문대학은 직업교육을 하는 대학이다. 교수는 실무를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건축을 전공한 이로서, 1~2년만 손 놓으면 실무 감각을 놓칠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외부 일을 많이 했다. 대학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필드에서 뛰는 게 선결이라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전문분야에서 인정을 받고자 했던 마음도 있다. 그렇다고 강의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대학 보직은 사양했지만 전공분야 보직은 많이 맡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력이 총장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교수로서,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대학에 처음 부임해 당시 김혜란 학장님에게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그게 기회가 돼 인덕대학을 사랑하게 됐다. 30년을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내 마지막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내가 바깥에서, ‘필드’에서 배웠던 것들과 경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총장은 그런 기회의 또 다른 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했다. 5년 전 후배 교수들이 추천해 줘 총장에 지원했지만 아쉽게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에 기회가 왔다. 내 교육철학은 ‘진정성’이다. 교수든 학생이든 교직원이든 모두 진정성이 있어야 대학이 제대로 가지 않겠나. 4년 임기 동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예전 직업교육 최고의 전문대학이었던 인덕대학을 다시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는 일이다.”

- 인덕대학 미래상이 궁금해진다.
“인덕대학의 비전은 ‘창의적 글로컬 리더 양성 대학교’다. 학생만족도 1위 대학, 창업·취업 최우수 대학, 기관평가 우수대학, 국제화 중심대학을 표방한다. 그리고 적극적인 교육행정시스템을 구축해 ‘산학 일체형 글로컬 취업·창업 최우수대학’을 만들 거다. 인덕대학의 학훈인 ‘손과 머리로, 무에서 유로’는 어느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 정신을 이어 받아 더 승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 가고 싶은 대학, 머무르고 싶은 대학, 신바람 나는 대학 되도록 교직원·학생들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한 마음이 돼 나아가는 것, 이게 바로 내 임기 동안 목표다.”

이우권 총장은...

1980년 한양대 건축과 졸업, 1983년 동 대학원 졸업 후 1997년 국민대 건축대학원 건축학 박사를 수료했다. 1989년에는 미국 롱비치주립대 예술대학원을 수학했다. 1983년 인덕대학 교수로 부임했으며, 1989년~1990년 미국 UCLA 객원교수, 2003~2004년 호주 모나쉬대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2000년 문화관광부 환경문화대상 심사위원, 2000~2002년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자문위원을 지냈다. 2000~2003년 건설교통부 중앙설계 심의위원, 2000년부터 국방부 특별 건설기술 심의위원, 2009년부터 서울시 디자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0~2012년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99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공로표창, 2009년 인덕대학 총장 공로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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