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정교한 '판정'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국대학신문 송아영 기자] “지난 1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올해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탈출한 한국국제대의 수장 김영식 총장의 말이다. 김 총장은 지난해 2월 취임 후 불과 7개월 만에 대학이 재정지원제한대학에 포함되면서 총장직 사퇴를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바탕으로, 만 1년간 재정지원제한대학 탈출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올해 당당히 재정지원제한대학 탈출에 성공했다. 학생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시니어 학사편입 활성화 등 철저한 지표관리가 주요했다.  

김 총장은 지표 관리를 통해 재정지원제한대학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현 평가지표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 대학 평가지표에는 대학 구조조정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항목들까지 포함돼 있다”며 “대학 수가 많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먼저 정교한 평가시스템을 갖추고 신뢰성을 확보한 후 대학을 평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취임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 탈출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김 총장을 20일 한국국제대 총장실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 취임 7개월 만에 대학이 위기를 맞았었는데.

“한 마디로 당황스러웠다. 정부가 대학을 평가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예고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평가항목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은 상황에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발표됐다.  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에 앞서 정부에 평가항목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없이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신입생 모집에 임박해 이를 발표하는 바람에 신입생 모집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태에서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돼 아픔이 더 컸던 것 같다.”

- 지난 1년 어떻게 노력해왔나.

“대학평가에서 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비중이 가장 높다. 지방 대학은 신입생 충원도 힘들지만 중간에 이탈하는 학생도 많아 재학생 충원율 지표를 관리하는 데 가장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3학년 학사편입 활성화에 주력했다. 특히 중‧고등학교 퇴임 교장들의 학사편입을 권장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학도 평생학습시대에 부흥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령자 60~70세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 한해서 학사편입을 할 경우 전액 장학금과 객원교수 신분을 부여했다. 장점은 평생 학습을 할 수 있고, 같이 수업을 듣는 젊은 학생들에게 생활지도‧예의지도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또 전문성을 살린 특강 강사로도 초빙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 위기로부터 1년이 지났다. 소감은.

“교육부에서만 30여 년을 일했다. 당시엔 수도권 대학, 지방 대학에 대한 개념은 있었지만 지방 대학에 대한 실상을 모두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방에 와서 보니 대학만이 아니라 지역의 경제, 문화, 사회 인프라, 복지 등 모든 부분에서 수도권과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런 실상을 보니 지방 대학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정부 정책을 이론으로만 배웠다면 지금은 그 정책에 대한 현장수업을 하는 것 같다. 힘들었지만 소득도 있었던 시기였다.”

-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견해는.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평가를 보다 정교하게 해야 한다. 특히 국립대와 사립대는 구분해 평가해야 하며,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이뤄져야 한다. 사립대의 경우 정부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주고 경고나 예고를 해줘야 한다. 정부의 예고를 통해 재단에서 학교 운영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특히 평가지표가 중요하다. 보다 정교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대학들을 판정해줘야 한다. 평가항목은 구조조정과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들을 고민해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법정전입금 비율, 수익용 기본재산 등 경영과 직결되는 지표들이 평가에 포함돼야 한다. 정부가 끌고 가는 구조조정 형태가 아니라 부실대학이라 판정을 하고 예고하면서 정말 부실한 대학은 문을 닫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구조조정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항목까지 평가에 집어넣어 평가를 해 불만이 많은 것이다. 대학들이 신뢰할 수 있고 믿을 만한 구조조정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올해 취업률 75.7%로 도내 대학 취업률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취임사에서 100% 취업 신화창조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장직속의 취업지원본부를 따로 신설해 취업문제만 집중적으로 관리했다. 동시에 교수들에게 학생을 자신의 딸과 아들이라는 마음으로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취업주임교수제도 도입했다. 취업만 전문으로 주관하는 취업주임교수를 두고 학생들의 취업을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취업주임교수는 학생이 지원하는 기업에 동행해 제자에 대한 실무능력에 대해 보증을 서고 기업이 요구하는 대학교육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학생에게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교 규모가 작은 것도 우리 대학의 장점이다. 취업 대상자가 700명도 채 안되기 때문에 교수들의 1대 1 관리가 가능하다.”

- 국제화는 대학의 빼놓을 수 없는 특성화 분야다.

“교명에서도 나타나듯이 국제화를 활성화하려 한다. 한국 대학교육의 국제화를 선도한다는 의미에서 국제대라는 교명을 가진 세계 140개 대학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적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대학 내 교육의 일대 변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우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국내 학생에게도 국제적 감각을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전공교육과정으로 영어로 강의하는 비율을 점차 확대 시행할 계획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능력뿐 아니라 영어 능력을 갖춘 학생을 유치해 대학 교육의 전문화와 국제화를 완성하기 위한 복안이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몇 가지 한계를 깨고 싶다. 우선 지방 대학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정보소통이 어려웠던 아날로그 시대라면 수도권 대학에 비해 불리하겠지만 지금은 무한대의 정보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다. 대학을 특성화하면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과를 경쟁력 있게 키우는 것 또한 한계를 깨고 싶은 부분이다. 요즘 학생들은 점점 학교 브랜드보다 학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대학 이름보다 내가 취업하기 좋은 학과가 어느 대학에 있는지 보고 찾아온다. 제대로 교육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는 것만 보장해준다면 지방 대학도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와 동시에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성인대학’ 추진을 구상하고 있다. 입학생으로 고교 졸업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평생학습시대에 대비해 성인들만 받는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직업재훈련 등의 기능만 하는 대학으로 특성화하는 것이다. 노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나오지만 현재 노인에 대한 수요를 대학이 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년퇴임이나 명예퇴직을 하고 나온 전문 인력풀이 사회에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 있다. 그런 부분들을 개발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어떤 총장이 되고 싶은가. 

“한국국제대 가족들이 열정을 다하는 헌신적인 총장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할 것이다.”

김영식 총장은…
제 22회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교육부 대학교육정책관, 고등교육지원국장, 평생직업교육국장직을 역임했고 부산시부교육감, 대전시부교육감직을 거쳤다. 2003년 교육부 기획관리실장으로 승진해 교육정책 전반에 걸친 총괄업무를 수행했으며,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으로 재임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7대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현재 APEC 국제교육협력원(IACE) 이사장,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정책자문위원회 부위원장, APEC 교육자네트워크 세계총재, 부산공적개발원조 초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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