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으로 전국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예년과는 다르게 한양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 일부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아예 본관 전체를 잠 그고 완전 봉쇄해 학사업무 전체가 일주일이 넘게 마비되고 있다. 더구나서울시 립대, 이화여대 등에서는 점거하는 학생들과 일부 교수간에 있어서는 안될 폭력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학교측의 논리는 간단하다. '매년 그래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어느땐가부터 한국의 대 학가는 매년 봄만 되면 이같은 '춘등투'를 겪어왔다. 혹자는 '개나리 투쟁'이라고도 했다.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개나리가 필 때 쯤 절정을 이루고 개나리가 지 면 서서히 수그러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학측의 이같은 대책아닌 대책은 한심하기 이를데 없다. 물론 일방적인 협상결렬을 선언하며 총장실부터 점거하는 학생측의 손을 들어줄 이유는없다. 하지만 곰곰이 학생들의 주장을 되새겨보면 일리가 있는 말도 많다.

첫째, 제대로된 인상률을 제시한 대학은 대한민국에서 한 대학도 없다. 고작 대학 에서 제시하는 인상근거는 물가인상률 정도다. 이도저도 아니면 비슷한 대학끼리 모여 '담합'도 감행한다. 학문의 전당에서 '과학'이 결여된 수치 제시는 학문을 전 수하는 스승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정작 앉아서 구경꾼 역할을 하고 있는 교육부도 책임을 비껴 갈 수는 없다. 교육 부가 등록금 몸살과 관련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고작 전국 대학 학생처에서 올라오고 있는 '등록금 투쟁' 상황 집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따 올해 조선대 신임교수로 임용된 한 교수는 "언제까지 이럴겁니까. 유럽 대학들은 24시간 도서관과 연구실 불을 환히 밝히고 지금 도 우리나라를 저만치 앞서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전 대학 다닐때와 전혀 다름없는 현재의 열악한 대학상황을 후배 제자들과 다 시 겪어야 하는 현실이 우울하기 짝이 없다는 이 교수는 학생들이 연일 내뿜는등록금 투쟁 스피커 소리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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