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웹발전연구소 대표

▲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성이다. 로그인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웹에 공개된 정보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웹사이트(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도 외부 검색에서 제외되도록 막아놓은 곳이 적지 않다. 기관 소개와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도 정작 해당 정보를 찾는 네티즌들의 방문이 어렵게 차단하는 셈인데, 실제 우리나라 상당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대학을 포함한 민간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웹발전연구소는 지난 7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43개 중앙부처 홈페이지의 웹 개방성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평가에서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산림청, 통계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5개 부처만 검색 엔진의 접근을 차단하지 않아서 웹 개방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으며, 국방부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14개 기관은 검색 엔진의 접근을 원천 차단해 홈페이지 개방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와 관련해서는 국방부 홈페이지에 담긴 정보가 가장 공신력이 있을 텐데, 검색에서 제외되도록 조치한 것이다. 또 보건복지부나 환경부 홈페이지도 민간에서 필요한 여러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정작 외부 검색엔진 접근은 차단해놓았다. 정부는 G-20(세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서울 회의 홍보와 안내를 위해 G-20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외부 검색 엔진의 접근을 차단해 국내외에서 내용 검색이 되지 않아 홈페이지가 제 구실을 못하기도 했다.

이 평가는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e비즈니스전공과 웹발전연구소, 한국웹접근성인증위원회가 공동으로 개발한 웹개방성 지수(WOI: Web Openness Index)를 이용해 이뤄졌는데, 검색 로봇의 접근 차단 여부, 각 페이지의 색인 가능 여부, 액티브 엑스나 자바 링크로 외부에서의 정보 접근 차단 여부, 자바 스크립트 오류로 인한 정보 제공 제한 등 4가지 항목을 검사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취했다. 웹개방성지수가 높다고 보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데, 이를 잘못 알고 웹페이지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정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런 폐쇄적인 홈페이지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행정·공공기관 웹 개방성 자체 점검방안 알림’이란 제목의 공문을 청와대와 총리실, 정부 각 부처(외청 포함), 광역 지방자치단체 등에 발송했다. 행안부는 이 공문에서 “최근 중앙 행정기관의 웹 개방성 지수(WOI) 평가결과가 외부로부터 측정, 공개되는 등 각급 행정·공공기관이 운영중인 대국민 웹사이트의 웹개방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각 부처에서는 소관 웹사이트에 대해 자체 점검을 하여 대국민 정보제공과 공유·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웹사이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공문에는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가 개발한 ‘웹개방성 평가기준 및 평가방법’이 첨부됐다. 웹 접근성 등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에 대해서는 민간기관들도 정부기관들이 적용하는 규정을 준용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민간 홈페이지들도 웹 개방성을 준수해야 한다.

웹을 통해 공개된 공공정보는 높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지닌 중요한 자산이므로 합리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잘 활용돼야 하며, 정부에서 모든 행정 및 공공기관과 소속·산하 기관에 웹 개방성을 적용하도록 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웹 개방성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과 대학들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웹발전연구소는 오는 11월 중앙부처 2차 평가 및 광역 지자체 웹사이트 개방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12월에는 ‘웹 개방성 세미나’를 열어 웹 개방성의 개념과 평가 기준 및 준수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 1~2월에는 국내 50대 사이트와 주요 대학 사이트의 웹 개방성도 평가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들은 평가 여부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사전에 대비하여 공개를 위해 웹에 올린 정보들이 쉽게 검색되어 네티즌들이 쉽고 편하게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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