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흠 著 <나프탈렌>

▲ 백가흠의 '나프탈렌'
젊은 작가가 노년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 작품은 책으로 출판되기 전 EBS '라디오 연재소설' 연재작으로 선정돼 전편이 낭독되며 청취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산속에 위치한 하늘수련원을 배경으로 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며 다양한 인물들의 사건이 전개된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절망을 경험한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기 직전 어린 제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 된 양자는 하늘수련원 황토방으로 들어오고, 그녀의 어머니 김덕이 여사는 자신의 몸이 망가져가는 줄 모르고 딸을 위해 동분서주 한다.

혼잣몸으로 수련원을 경영해나가는 원장은 노망 난 노모를 모질게 대하지만 개울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노모의 죽음을 겪은 뒤로 그 자신마저 정신을 놓아버린다. 혼란에 빠져든 수련원을 둘러싸고 금전 관계로 얽힌 탈북자 최영래와 다른 인부들은 걷잡을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저자는 냄새만 남은 채 소리 없이 사라지는 나프탈렌과 인간의 죽음과 소멸을 비유했다. "죽음과 소멸이라는 주제를 통해 나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는 저자는 현재와 과거가 겹치고 이곳과 저곳을 오가는 구조 속에서 서로가 꼬리를 물고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소멸을 동반하는 인생의 본질에 접근해 들어간다.  (현대문학,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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