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학원 설립 후 그룹 해체···자동차 계열에 ‘올인’

주문식교육·전공코스제로 특성화·산학협력 역량 인정
졸업까지 수퍼카 제작, 전공 간 협력서도 ‘합격점’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올해 WCC(세계수준의 전문대학)에 선정된 아주자동차대학은 개교한 지 20년도 안된 신생 대학이다. 지난 1994년 11월 설립돼 올해로 개교 18년이 됐다.

신생 대학인 아주자동차대학이 전체 전문대학의 상위 15%에 해당하는 WCC 대학으로 선정된 데는 ‘전화위복’과 ‘특성화’가 있었다.

아주자동차대학을 설립한 학교법인은 대우학원으로 설립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설립 당시만 해도 대기업 재단이 세웠다는 이유로 전도유망한 전문대학으로 꼽혔다. 하지만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아주자동차대학도 위기를 맞는다. 개교한지 5년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모그룹이 흔들리는 위기를 겪은 셈이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자동차 특성화= 아주자동차대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전기·기계·전산·자동차 등으로 나눠져 있던 학과편제를 아예 자동차에 ‘올인’하는 모험을 했다. 모그룹의 해체로 찾아온 위기탈출의 해법을 ‘자동차 특성화’에서 찾은 것이다.

현재 이 대학의 신입생 모집계열은 오로지 ‘자동차계열’ 하나다. 한 계열 내에 △자동차디자인 △자동차개발 △자동차 제어·진단 기술 △자동차 튠업제어 △자동차디지털튜닝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모터스포츠 등 7개 전공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신입생들은 입학 후 자기에게 맞는 전공코스를 선택하지만, 적성에 안 맞는다 싶으면 언제든 전공코스를 바꿀 수 있다. 학과 간 벽이 없기 때문에 일반대학처럼 일정한 자격과 절차를 요구하는 ‘전과’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이처럼 ‘학과’가 아닌 ‘전공 코스’를 운영하는 이유는 항상 변화하는 산업 수요에 교육과정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대학 류지호 기획실장(자동차계열 교수)은 “전공코스는 산업 동향에 따라 언제든 새로 개설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며 “교육과정도 이에 따라 산업수요에 맞춰진다”고 말했다. 전공코스가 산업 기술과 산업체 요구에 따라 언제든 변화가 가능한 교육체제란 뜻이다.

 

 

◆ 전공코스제로 산업체 만족도 높여= 전공코스제는 아주자동차대학이 전문대학 LINC(산학협력선도대학)에서 산업체 만족도 조사 전국 최상위를 기록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초 선정된 전문대학LINC 사업에서는 산업체 만족도 조사가 재정지원사업 평가 사상 처음 도입됐다. 해당 대학과 최근 3년간 산학협력관계를 맺어온 기업 중 60개 기업에 대해 졸업생 역량, 산학협력 만족도 등을 조사해 사업선정 대학을 선별한 것이다. 아주자동차 대학은 이 부문에서 전국 최상위란 성적표를 냈다.

산업체 만족도 조사는 WCC사업에도 도입됐다. 전체 대학 중 상위 15%를 선정하는 WCC 선정평가는 ‘전문대학의 옥석 가리기’에 비유된다. 총 4단계에 걸쳐 △교육 여건·성과 △재정건전성 △특성화·산학협력 △산업체 만족도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이 평가에서도 교육여건과 산학협력역량, 산업체 만족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 최종 선정된 4개 대학에 포함됐다. 전공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산업체의 요구에 맞게 최적화된 대학이기 때문이다.

인적 구성도 ‘친(親) 산학협력’적이다. 교수진의 80% 이상이 현대기아차·한국지엠·쌍용자동차 등 산업체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종화 총장은 “외국인 교수나 교양 교수를 빼면 전공교수는 100%가 산업체 경력교수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대학에서 2~3년 근무한 뒤 산업체 연수를 필수적으로 다녀온다. 급변하는 기술동향을 교육에 접목하기 위해서다. 이 총장은 “개교 당시부터 교수 임용 시에는 유명대학 박사학위보다는 산업체 경력을 중시했다”며 “대학의 정체성에 맞는 교육을 하려면 교수들의 실무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WCC·LINC 등 그랜드슬럼 달성= 이런 강점은 아주자동차대학이 전문대학의 ‘그랜드슬럼’을 달성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WCC 외에도 △교육역량강화사업 △대표브랜드사업 △전문대학 기관인증평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에 선정되거나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성과를 낸 대학은 아주자동차대학을 포함해 4개 대학 뿐이다.

아주자동차대학은 매년 자동차계열로만 52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들은 7개 전공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하며, 정규 교과수업과는 별도로 전공 간 협업과제를 진행한다. 대표적인 게 ‘수퍼카(Super car)’제작이다. 수퍼카는 최고출력 500마력 이상에, 4초 대 이하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성능 자동차를 말한다.

학생들은 전공별로 10~20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모두 120여명이 졸업할 때까지 수퍼카 한 대를 제작하는 것이다. 정규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방과 후나 새벽시간, 방학 중에 슈퍼카 제작에 매달란다. 엔진만 완성품을 이용할 뿐 디자인부터 튜닝까지 학생들 스스로 해내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높다. 전공 간 팀워크를 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류지호 실장은 "국제적으로 기업 간 기술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높은 수준의 역량과 팀워크를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다“며 ”수퍼카 프로젝트는 전공별로 흩여져 있는 전공역량을 하나로 통합하는 효율적인 직업교육“이라고 설명했다.

◆ 자동차 특성화에 유리한 입지조건= 아주자동차대학이 위치한 충남 보령은 자동차 산업이 발전된 지역이다. 한국지엠 보령공장을 포함해 대학 주변으로 반경 120km 내에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집결돼 있다. 아산 현대자동차와 평택 쌍용자동차, 천안 현대모비스, 서산 동희오토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의 출신지역은 전국에 걸쳐져 있다. 수도권이 70%, 비수도권 지역이 30%다. 정작 충남지역은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지역을 떠나 자동차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련 20여개 핵심기업과 ‘직무중심 주문식 교육협력’을 체결, 97명의 학생이 기업으로부터 학비를 지원받고 있다. 철저한 주문식 교육으로 기업은 신입생 재교육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학생들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종화 총장은 “현재 5개 직무분야에서 주문식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업에 입사한 뒤 받아야할 재교육을 미리 학교에서 해주기 때문에 기업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아주자동차대학은 이번 WCC 선정을 계기로 ‘세계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 총장은 “세계적인 직업교육기관은 대부분 특성화된 대학”이라며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 국가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빠르게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학의 역량을 하나로 집중하는 특성화된 전문대학이 유리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세계적 자동차 특성화대학으로 도약할 터”
[인터뷰] 이종화 총장 

 

▲ 이종화 총장

- 개교 18년만에 WCC에 선정됐는데 소감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설립자인 대우그룹의 해체되면서 위기를 겪은 뒤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 거듭난 뒤 10여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성장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겉치레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산업체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방침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모든 면에서 세계 정상에 다가서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이번 WCC 선정을 발판으로 ‘세계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 발돋움 하겠다.”

- 2004년 개교 당시의 교명인 ‘대천대학’을 ‘아주자동차대학’으로 바꾸고 학과도 자동차계열로 통합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당시만 해도 대우그룹의 후광을 업고 있었다. 학과는 전기·기계·전산·자동차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나 모그룹이 해체된 뒤 위기를 겪으면서 살길을 자동차에서 찾았다. 교수들에게는 자신의 전공을 자동차 분야와 접목시키도록 독려했다. 학비까지 지원해 자동차 관련 학문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학과 통합을 통해 자동차로 특성화 한 것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계기가 됐다.”

- 교수진 중 산업체 경력 교수가 80% 이상이다. 

“개교 이래 교수를 임용할 때 산업체 경력을 필수 조건으로 삼았다. 나 또한 현대자동차 기업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교수로 왔다. 기업연구소에 있을 때는 독일이나 일본사람들과 연구개발(R&D)에 관해 얘기하면 기술적으로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경쟁력 있는 후학을 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현장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체 경력을 가진 교수도 방학 중에는 현장에서 연수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동향에 맞춰 교육을 하려면 정기적으로 현장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

- 학과제가 아닌 전공코스제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주문식 교육을 하고 있는데.

“취업난은 결국 미스매치가 원인이다. 대학들은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산업체에선 뽑을 인력이 없다고 난리다. 그렇다고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인력을 데려다 쓸 수는 없다. 그래서 몇몇 기업들에게 제안을 했다. ‘신입사원 재교육 기간을 1년 앞당길 수 있는 주문식 교육을 하겠으니, 기업들이 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면 어떻겠느냐’란 제안이었다. 엔진 설계 전문기업인 ‘테너지’를 비롯해 20여개 기업이 핵심 업체로 참여, 주문식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주문식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을 보냈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졸업생을 써본 회사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 특성상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 신입생 대비 실제 졸업하는 인원은 60%다. 그래도 주문식 교육을 통해 장학금을 지원하니까 이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어 주문식 교육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 아주자동차대학은 산업체 만족도가 높은 전문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회사 300여개 중 200개 정도를 중점 관리하고 있다. 학생들을 기업체에 인턴십을 보낸 뒤 교수들을 보내 피드백을 받아온다. 해당 기업체의 애로기술을 알아보고, 학생들에 대한 만족도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교육과정도 끊임없기 개선하고 있다. 산업체에서는 우리 대학의 이런 노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교육과정도 산업체 요구에 부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일을 시켜본 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 수퍼카 제작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전공코스별로 10~20명씩 약 120여명을 모집해 팀을 만들어 졸업할 때까지 수퍼카를 제작하도록 하고 있다. 연간 3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학생들의 교육효과를 생각하면 크지 않은 비용이다. 학생들은 자동차 하나를 만들면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졸업 후 현장에 취업하면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업무에 적응할 수 있다. 방학 중에는 지도교수에게 특강을 받으면서 수퍼카 제작에 매달리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높다. 교수에게 배운 것을 실제 자동차 제작에 적용해본다. 이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후배들의 멘토로서의 역할도 한다.”

- 앞으로 세계수준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으로의 도약이 목표인데 향후 어떤 인재를 키우고 싶은가.

“이미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술은 세계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려면 창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앞으로 4년제 대학 출신의 엔지니어는 자동차 제작과정 전체를 보고 창의적 기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이에 비해 전문대학은 이런 엔지니어를 지원할 수 있는 실무전문가가 돼야 한다. 2년의 교육과정이 부족하면 3년제로 학제를 바꿔 심화교육을 할 생각도 갖고 있다.”

이종화 총장은...  

서울대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현대자동차 마북리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미국 MIT 객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1993년부터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2010년 6월 아주자동차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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