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순 본지 논설위원·신구대학 교수

교과부는 내년 고등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1조109억원 증액해 편성했다. 증액된 예산 가운데 6827억원은 국가장학금 등 등록금 부담 완화에 투입되고, 2937억원이 대학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투입된다고 한다. 이 중 전문대학에 대한 가장 큰 규모의 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 200억원, 전문대학 LINC사업에 30억원, 총 230억원이 증가된다는 소식에 우선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여전히 고등교육기관 지원 형평성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듯해 씁쓸해진다. 지난 2010년 기준 고등교육기관 중 전문대학 비율은 42%, 재적학생수는 전문대생 비율이 35.5% 수준이다. 그렇지만 교과부가 고등교육기관 지원 총액 중 전문대학 지원에 배정한 액수는 전체 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반사립대학 재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이 174만원인데 비해 사립전문대학 재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은 그의 48% 수준인 84만원에 불과하다.

이번에 전문대학 재정지원사업에 증액된 규모도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증액 예산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증액예산을 다 합해도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나아진 바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전문대학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재정지원사업은 교육역량강화사업과 LINC사업이다. 이 두 사업은 일반 대학과 동일한 사업명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총사업비나 대학 당 지원되는 사업비 규모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사업내용과 방향이 다르니 사업비 규모를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정지원이 일반대학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컨대 대학의 LINC사업은 2013년 총 2184억 규모의 예산으로 대학 당 33억원에서 내년에는 43억원이 지원될 계획이지만, 전문대학 LINC사업은 총 150억 규모로 대학 당 평균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증액되었을 뿐이다. BK21과 WCU사업이 합쳐져 시행되는 2단계 WCU사업에 총 3130억원이 책정되었으나, 전문대학 WCC사업은 독자적인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교육역량강화사업비 2540억 중 210억을 WCC 선정 대학에 10억원씩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전문대학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230억원 증액은 너무 적은 감이 있다. 2011년 현재 146개 전문대학 중 137개(93.8%) 대학이 사립이다. 이렇게 사립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전문대학은 사회적 인식이나 고용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까닭에 기부금이나 전입금 수입도 미미하다. 국고보조금도 상대적으로 낮아 등록금 의존도도 높다. 그런데 등록금은 일반대학의 83.1% 수준이어서 전문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일반대학의 58.5%에 불과하다. 게다가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대학보다 많고 실습수업을 50% 이상 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서 실습기자재 및 실습재료비 등 관련 비용도 더 소요된다.

등록금의 증가나 기부금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문대학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재정지원만이 거의 유일한 활로다. 이제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전문대학 재정지원의 문제를 인식하고 재정지원 규모가 더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의 확대는 고등직업교육의 질을 끌어 올려 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대학에 대한 공공재정지원의 일차적인 목표인 교육기회의 확대와 형평성을 제고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도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의 균형 확보는 절실하다 할 것이다.

다만 대학자율화추진계획에 따라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운용방식 규제가 완화돼 주요 재정지원사업의 블록 그랜트(Block Grant) 방식 지원을 확대하고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예산집행지침도 완화될 것이라 하니, 부족하지만 제한된 예산범위 내에서나마 대학의 특성과 발전계획에 따라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국고지원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성이 높아지는 만큼 대학의 책무도 그만큼 무겁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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