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교양필수·실습학기로 인성·직무능력 집중

-생애직업능력교육 승부수…지역경제에도 활력
 
 
경북전문대학이 겹경사를 맞았다. 개교 40주년이 되는 올해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WCC·World Class College)에 선정되면서 제2창학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1972년 교육 불모지였던 경북 영주에 문을 열어 신생대학의 팽창과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역사와 전통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 선정은 더욱 의미가 크다. 이제 경북전문대학은 국내 대표 전문대학에서 세계적인 전문대학으로의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 산업·교육 불모지 영주에 활력 = 경북전문대학의 WCC선정은 지역의 경사나 마찬가지다. 대학의 발전이 곧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체나 공단 등이 들어서지 않은 지역에서 대학의 역할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경북전문대학이 있는 영주가 바로 그런 곳이다. 영주는 봉화, 울진과 함께 경북의 ‘오지’로 불린다. KTX가 관통하는 김천, 구미, 대구, 경주 등의 U벨트가 집중적으로 발전하면서 작은 도시인 영주에는 이렇다 할 산업체가 들어서지 않았다. 자연히 학령인구도 감소했다. 경북 영주의 인구수는 11만4000여명. 학생 모집부터 취업까지 불리한 구조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경북전문대학은 저력을 발휘했다. 취업률은 2012년 기준 64.6%. 전체 전문대학 취업률 평균인 60.9%를 훨씬 웃돌았다. 또한 80%가량의 타 지역 학생들이 영주로 몰려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 인성·교양교육 등 기본에 충실 = 학생들을 영주로 오게 만드는 경북전문대학의 경쟁력은 ‘기본’을 지키는 것에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는 전문대학의 존재가치에 충실하면서도 ‘대학’ 본연의 기능인 전인적 인재양성에도 소홀하지 않는 것이다. 트렌드를 반영한 실용교육을 펴면서도 학생들의 교양·인성 교육에도 철저히 힘을 쏟아왔다는 뜻이다.
 
기본에 대한 고집은 교명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전문대학들은 교명에서 ‘전문’이라는 글자를 빼면서 4년제와 구분되지 않는 명칭으로 바꾸는 추세다. 하지만 경북전문대학은 ‘전문’으로 승부를 내고 있다. 4년제 2년제 구분 없이 '취업'이 화두인 시점에 산업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전문직업인 양성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고집은 적중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5년(2008 ~ 2012) 연속 선정 △2011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 획득에 이어 이번 2012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orld Class College)선정으로 전문대학 대표사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또한 △취업역량지원 우수대학 선정(고용노동부, 2011) △전국 전문대학 교수학습연구대회 5년 연속 수상(2007~2011) △전문대 지속가능지수 교육부문 2년 연속 전국 1위(ERISS, 2010~2011) 등의 기록을 세우면서 국내 대표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입증했다. 
 
■ 학사제도 개선…미래형 대학으로 = 경북전문대학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을 지켜서만은 아니다. 특성화와 함께 시대흐름을 반영한 학사제도 개선 노력이 주효했다. 
 
경북전문대학은 코레일 경북본부가 있는 영주지역의 특성에 맞게 철도전기기관사과, 철도전자과, 철도경영과 등 철도 관련 학과를 만들었다. 또 공업이나 보건계열로 시작한 타 전문대학과 달리, 인문, 행정 중심 학과로 시작한 대학의 특성을 살려 경찰경호행정계열, 전문사관양성과 등 공무원계열 학과 등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성화학과 육성과 함께 학사제도 개선 노력도 지속해왔다. 경북전문대학은 2007년과 올해 연이어 학사제도 개선 시범 전문대학으로 선정돼 ‘생애직업교육시스템’이라는 경북전문대학만의 독특한 학사제도를 만들고 이를 특화시켰다. 
 
 
■ 생애능력개발원으로 직업교육 ‘정점’ = 생애직업교육의 핵심은 생애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생애능력은 한 사람이 개인적, 사회적, 직업적으로 평생을 살아가면서 영위하는데 요구되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직무능력만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뜻이다. 
 
생애능력은 생애기초능력과 직업능력으로 구분된다. 2007년 1기에서는 생애기초능력을 교육하기 위한 기틀을 닦았다. ‘CELL 기반 블록형 생애교육시스템’ 이 그것이다. CELL은 △CS(Customer Satisfaction : 고객만족 인성교육) △EC(Engagement Coaching : 취업중심 진로지도) △LT(Link Teaching : 기초학습능력 향상) △LA(Level Approach : 전공기초능력 강화)의 앞글자로, 학생들의 인성과 기초학습능력 향상, 수준별 전공기초능력 향상에 중점을 뒀다. 특히 CS는 2007년 1학년 1학기부터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직업인으로서의 기본 매너를 누구나 갖추도록 했다.
 
2기에서는 ‘생애능력경력개발 프로그램’(Balanced Life-Competency Career Program)을 마련했다. 1단계에서 생애기초능력을 키웠다면, 2단계에서는 직업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직업공통경력개발(KCC : Key Competency Career Program)과 직무수행경력개발(JCC : Job Competency Career Program) 프로그램으로 다시 나뉘는데, 공통경력 교육은 지난해 발족한 ‘생애능력개발원’에서 맡는다. △IT △Global △자원관리 △기초수리 역량을 향상하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직무수행경력개발은 각 학과에서 담당한다. 여기서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전공자격증 취득, 산학협력, 인턴십 등의 실무교육이 이뤄진다. 이러한 생애교육과정을 거치면 경북전문대학이 추구하는 전공교육과 교양교육이 조화된 직업인으로 성장한다.  
 
이에 더해 경북전문대학은 졸업 전에 의무적으로 IT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졸업인증제’와 한 학기 동안 현장 실습에만 집중하는 ‘실습 학기(11주 440시간)’를 운영해 생애능력이 개발된 학생들이 실제 취업성공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경북전문대학은 학생들의 해외취업 확대를 목표로 국제화 교육 프로그램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수준 진단평가를 실시해, 수준별 토익과 생활영어 수업을 듣게 하고, 이들 가운데 일부를 글로벌캠프 대상자로 선발해 해외 현장학습을 대학에서 지원하며 글로벌 인재로 집중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은 이러한 글로벌 캠프를 점차 확대해 해외취업률 향상 효과도 거둔다는 계획이다.
 
“WCC선정은 40년 직업교육 내실화의 결실” 
[인터뷰]최재혁 경북전문대학 총장
 
 
취임 2년 만에 WCC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룬 최재혁(39)총장은 “지난 40년간 직업교육의 내실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구성원들이 노력해 준 덕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대학가 최연소 총장인 그가 취임 2주년을 맞으면서, 대학에는 이미 젊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교육환경이 달라졌다. 강의동마다 최첨단 시설이 구비된 학습준비관이 생겼고,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대학도서관도 마치 북카페를 연상케 하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학교 분위기도 밝아졌다. 학생들과 교직원이 모두 CS교육을 이수하면서 서로간 인사하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 총장이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했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마음부터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관심 밖에 있었던 학생들이 많습니다. 우리대학 교수님들께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문대학은 학생들이 다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보듬어주고, 동기부여를 통해 다시 인생을 방향설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치유의 역할까지 해줘야 합니다.”
 
이런 고민 끝에 경북전문대학은 지난해 ‘생애능력개발원’을 발족했다. 이는 경북전문대학만의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인 ‘생애직업능력 개발 프로그램’의 구심점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인성, 진로, 교양, 수준별 전공기초학습 등의 교육이 진행된다. 전문대학의 목표가 취업이라고 해서 단순히 전공, 실무교육만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교양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생애능력개발원의 교육과 학과별 전공수업을 병행하도록 해 완전한 전문직업인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최 총장은 세계적인 전문대학을 만들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계열 및 취업경쟁력이 강한 분야를 발굴해 집중 투자함으로써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WCC선정으로 지원받는 사업비만큼의 교비 투자계획도 세우고 있다. 
 
“사업비에 교비까지 투입해 강한 분야가 더욱 강해지도록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과 집중의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특히 WCC 대학으로서 세계화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컨설팅을 받고 세계적인 대학과 교류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교육에도 내실을 기할 생각입니다.”
 
경북전문대학의 글로벌 교육은 ‘외국어교육-해외연수 기회 제공-해외 현장학습-해외취업’의 코스로 이어진다. 최 총장은 “외국어교육에서 일정 성과를 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외국어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며 “해외에선 어학연수뿐만 아니라 전공을 살린 봉사활동을 반드시 병행하도록 해 전공실습과 인성교육의 효과도 거두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전교생이 누릴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최 총장은 WCC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부에 ‘정책의 지속성’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WCC에 선정된 대학을 3년간 지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WCC 시즌 2, 시즌 3를 만들어 진정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이 완성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금전적 지원을 넘어 다양한 컨설팅 지원 등 세계적인 전문대학을 만들 수 있는 정책과 제도적 측면에도 지속적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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