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위원장

2011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강사법’이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시간강사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을 위해 만들었다는 강사법에 대하여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시간강사들이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비정규교수노조)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가 공동으로 학술단체협의회 구성원과 비정규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74명의 응답자 중 89%가 강사법에 반대하고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수년간 강사법 제정과 시행령 확정을 막기 위해 싸워 왔고 8월 8일에는 교과부의 시행령 공청회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전교조, 교수노조, 대학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비정규교수노조로 구성된 교육노조협의회와 민교협도 10월 5일 교과부 앞에서 ‘강사법 시행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10월 8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6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가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강사법 시행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열고 반대의견서를 교과부에 제출하였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중 현재의 강사법에 대하여 의견을 밝힌 12명 가운데 10명이 ‘시행령 제정 작업을 중단하고 대체 입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강사법의 본질은 재임용 과정을 통해 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던 전임강사 대신 1년 계약 강사로 교원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 때 강사는 교육공무원법이나 연금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므로 강사법은 정규교수가 될 사람을 비정규교수로 뽑는 ‘개악(改惡)안’이다. 더욱이 대학들이 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1주일에 9시간 이상 강의를 담당하는 강사를 만들기 위해 ‘강의몰아주기’를 할 것이므로 한 대학에서 4~5시간씩 강의해 오던 1만 명 이상의 시간강사가 정리해고 될 수밖에 없다. 강사법이 ‘잔혹한 의자놀이’이자 ‘사회적 타살법’이라 비난받는 이유이다. 
 
대학들은 교원확보율을 조금 높이는 수준에서 강사 선발은 최소화하고 법적 제약이 없는 겸임교수와 초빙교수의 수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업강사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학업에 열중하던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꿈꿔 온 미래가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져 있다. 전임교원은 더 안 뽑으면서 시간강사 수와 그들의 강의 담당 비중만 줄이고 있으니 곳곳에서 강좌 수 축소, 대규모 강좌 증가, 졸업이수학점 축소, 학기 기간 단축, 전임교원 담당 시수 증가와 같은 ‘교육․연구 환경 파괴 현상’이 목격된다. 더 늦기 전에 강사법을 폐기하고 대체입법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비정규교수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계열별 전임교원(정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교원을 의미)을 100% 충원하는 것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명시된 계열별 법정 교원 확보 기준만 지켜도 지금의 전업시간강사 수(약 4만 명)보다 더 많은 전임교원(7만 명 이상)을 뽑아야 하기에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다. 법정교원확보율을 높이면서 시간강사, 초빙교수, 겸임교수, 교육전담교수, 산학협력교수, 연구교수, 기금교수, 객원교수 등의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연구강의교수제도로 통합해야 편법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을 대폭 확충하여 이들 연구강의교수에게 생활 임금과 교권을 보장해 주면서 고등교육의 질 향상과 학문 성숙을 추구한다면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신분상승이나 처우개선의 도구로 대학을 볼 것이 아니라 국민 행복 추구의 장으로, 인류 문화 창달의 최전선으로, 국가 경쟁력의 기초로 대학을 봐야 한다. 그런 고등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정규교수 문제 해결이 급선무이다. 1962년 시간강사제도 도입 이래 50년 간 지속되어 온 고등교육현장 파괴의 사슬을 끊기 위해 ‘고등교육정상화와 비정규교수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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