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호 서울시립대 교지 '대학문화' 편집국장(국제관계학과 4)

▲ 조윤호 서울시립대 교지 '대학문화' 편집국장
지난달 서강대에서 벌어진 ‘김제동 강연회 금지’ 사건으로 대학의 학칙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학생사회에서는 대학의 비민주적 학칙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비민주적 학칙’의 주요 내용은 ‘학생단체 조직 시 학교 측 승인 필요’, ‘학생들의 정당-사회단체 가입 불가’ ‘집단적 행동 및 농성 금지’, ‘학내집회-외부인사 초빙 사전승인’, ‘간행물 제작 시 학교 측 사전검열 필요’ 같은 조항들이다. 어떤 대학들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복장에 대한 규정은 물론 ‘이성 관계’와 같은 지극히 사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까지 규제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교운영 참여 불가’ 조항을 넣은 경우도 있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도 명시해 보장하는 권리인데도 말이다.

이런 비민주적인 학칙들의 원류는 유신독재시절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도입됐던 ‘학도호국단 학칙’이다. 일부 사립대들의 경우 학교 측 건학이념으로 인해 도입된 경우도 있는데,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이런 학칙들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하지만 잊을 만 하면 다시 학생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학내외로 논란을 일으키곤 한다.

비민주적인 학칙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여러 집단으로 구성된 ‘학교’ 라는 공간을 특정 집단들의 입맛에 맞게 운영한다는 점과 ‘대화와 타협을 통한 건설적인 발전’ 보다는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당연하게 여겨져야 할 ‘의사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 교육기관의 기본적인 덕목인 ‘민주적인 인간 양성’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학칙에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을 버젓이 유지하는 일부 대학들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런 비민주적인 학칙을 폐지하기 위해 학생사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여러 수도권 대학 학생사회가 연합하는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개별 대학에서 학칙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04년 2-3년제 대학 학생회장들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였던 사건과 이후 각 대학마다 산발적으로 이뤄진 학칙개정요구 운동, 그리고 2011년 ‘비민주적 학칙개정’을 바라며 결성된 학생조직이 대표적인 예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비민주적인 학칙과 관련해 각종 조사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학칙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정부기관은 대학 선진화·민주화 차원에서 학칙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비민주적·반인권적 학칙 조항은 철폐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학 자율화 정책과 관련해 ‘법령에 위반되는 학칙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해당 대학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삭제했으나, 이 역시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대학당국은 이 같은 학칙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학칙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학을 진정한 ‘학문과 지성의 전당’으로 변화 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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