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진 본지 논설위원/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교수

대선정국과 그 언론보도로 온 나라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의 선택을 앞두고 시시각각으로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통해 선거와 정치의 정보홍수 속에 있지만 그것이 진정 올바르고 제대로 된 정보인지는 사실 알기 어렵다. 아니 회의적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매 5년마다 되풀이되는 대선보도의 식상함, 이제 좀 더 바꿔져야하지 않을까. 대통령 후보자들이 꿈꾸고 희망하는 대한민국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 독자와 시청자 국민들은 그들의 꿈과 희망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언론보도의 수준이 곧 민도라고 혹자는 말하기도 하지만 정말 아직도 민도가 따라주지 못해 언론보도가 그 수준(?)이라며 비판받는 것일까. 혹시 여전히 검증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정파성과 선정성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 연일 불공정한 편집과 보도로 -늘 그래왔듯- 또다시 대선보도가 심판대에 올랐다. 각 후보 캠프마다 선거본부가 조직되고 후보자들 간의 유세가 가열될수록 정략적 폭로나 인신공격성 발언 그리고 색깔론 공방 등과 같은 구태가 명확한 사실검증 없이 신문은 물론 방송에서까지 과다하게 장식되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이 준수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인 객관성과 공정성이 적지 않게 훼손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문의 경우, 설령 정책 제안이 주요 지면을 차지한다고 할지라도 기사가 특정후보에 대한 편파보도의 구도 속에 교묘하게 장식된 것 같다는 의혹을 갖게 할 만큼 대선보도는 그 형평성을 잃고 있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무엇보다 비판에 신중을 기해야할 공영방송들이 쏟아내는 요즘의 뉴스를 보면 감히 편파의 의혹이 짙다고 말할 수 있다. 각 후보들이 안고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고 비판받는 후보 진영의 반론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우리의 언론은 정파성이 강하다는 것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 신문이야 개인 소유의 민영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매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지만 방송은 사정이 좀 다르다. 우선 방송전파라는 것이 우리사회의 공공재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더욱이 현재 방송의 주류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공영방송은 공공성과 공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할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영방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편파성이 의심되는 보도를 한다면 이는 실로 심각한 문제다.

구체적인 실례로 최근 한 공영방송의 모 후보에 대한 박사논문 표절 의혹 보도가 그렇다. 해당 후보 진영의 반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학계의 입장과 평가를 외면하는 듯한 보도태도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학계의 진단과 입장을 소홀히 한 채 또 다른 폭로보도로 이어지는 것은 전형적인 치고빠지기식 구태와 다름없다. 일각에서는 혹시 낙하산 사장의 역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선거를 이제 두 달여 앞두고 언론이 연일 쏟아내는 이른바 검증보도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잣대이다. 그러나 그 잣대가 검증대상 후보에 따라 길어지거나 또는 짧아지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잣대가 아니라 고무줄인 셈이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사회가 겪어온 정치적 파행에는 줄곧 언론의 부적절한 공조가 한 몫 했었음을 언론들은 다시 한 번 깨달아야한다. 특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신문들 외에 이번엔 공영방송들마저 폭로보도와 편파보도의 위험경계선을 넘다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언론의 위상과 명예는 객관과 공정의 잣대를 엄격히 할 때에 빛나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지고한 가치이자 규범인 객관적 보도와 공정보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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