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장 “인권침해 조사 발표로 심려 끼쳤다” 이메일 발송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서울대 부총장이 최근 발표된 학내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해명이 담긴 이메일을 교수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메일에는 교수들을 향한 사과만이 가득할 뿐 학생 인권침해에 대한 진지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워 학내 비판이 일고 있다.

16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변창구 교육부총장은 12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하고 “발표된 조사 내용은 인권에 대한 서울대 구성원의 의식 중 일부분을 포착하고 있다. 서울대의 인권실태를 총체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변 부총장은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아님에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는 교수들에게 심려를 끼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7월 출범한 신설 부속시설로 아직 체계가 완성되지 않았고 업무가 미숙해 발생한 일로 이해해준다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제기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개선이 이뤄지도록 차근차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 측의 이메일을 놓고 학내에서는 “대학이 교수들의 눈치나 살피고 있다. 인권침해 실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 재학생 우모씨(27)는 “당장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대학이 학생들보다 교수들에게 먼저 사과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실망스럽다”며 “교수들은 자신의 위신이 떨어지는 데만 분노할 뿐 학생들이 그동안 겪어온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또 서울대 한 교수는 “대학 측의 말처럼 실태조사 결과가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쳐도 분명히 인권침해를 당한 학생들이 있고 대학은 이를 개선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대학은 인권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이 교수들의 불편한 심기를 다독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학 측은 “이번 조사결과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마치 서울대 전체 교수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진 것 같아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학내 인권개선을 위해서도 분명히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서울대 인권센터가 10일 발표한 학내 인권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서울대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개인적인 일처리에 동원되거나 교수가 지시한 업무량이 과도해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등 심각한 수준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