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맞이 '어린이' 영화 봇물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극장가에는 어느 때보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대거 개봉되고 있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애들만 보는 영화라 생각하면 큰 오산. 오히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어른들에겐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 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통해 모처럼 동심을 회복할 수 있다면 본전은 건진 셈. 해맑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것만으로 잠시나마 어른들의 삭막한 세상살이를 잊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밀리언즈>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돈 가방이 떨어진다면? <트레인스포팅>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데니 보일 감독의 신작 <밀리언즈>는 이런 가정에서 출발한 영화다. 물론 이런 설정은 여타의 오락 영화에서도 여러 번 쓰였던 소재다. 하지만 <밀리언즈>가 특별한 이유는 그 돈 가방이 아이들에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엄마가 죽고 아빠와 함께 한적한 마을로 이사 온 일곱 살 데미안(알렉스 에텔 분)과 그보다 두 살 많은 형 앤소니(루이스 맥거본 분). 데미안은 성서 속 성인들의 삶을 외우고 신앙심 깊은 아이인 반면 형 앤소니는 인터넷으로 여자 속옷사진을 보는 조숙한 꼬마다. 기찻길 옆에서 놀고 있던 어느 날 동생 데미안이 만들어 놓은 아지트로 돈 가방이 떨어진다. 그 가방 안에는 무려 1백만 파운드의 거금이 들어있다.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모두 나눠주어야 한다는 데미안과 이미 돈의 위력을 알고 있어 욕심이 앞서는 형 앤소니. 그러나 돈의 주인이 나타나면서 형제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돈 가방의 주인은 다름 아닌 현금 열차 강도였던 것. 감독은 이렇게 돈 가방에 얽힌 해프닝을 다루면서 결국 돈 앞에서 위선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꼬집는다. 아이들에게 자선을 가르치지만 정작 눈앞에 돈이 보이자 자신을 위해 돈을 쓰기에 급급해 한다. 감독 특유의 역동적인 화면구성과 리듬감 넘치는 영화음악은 사실 어린이들의 눈높이보다 어른들의 눈높이를 감안한 듯. 1백분 정도의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안녕. 형아>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중에 ‘병원24시’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사연을 현실감 있게 화면에 담아내는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면 가슴이 울컥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음껏 뛰놀아야 시절,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어른들의 투병생활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 태어나 별다른 죄도 짓지 않은 아이들이 왜 저렇게 병으로 고생해야 하는지 그저 안쓰럽기 때문이다. 영화 <안녕, 형아>는 소아암으로 투병중인 형을 바라보는 어린 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
온갖 말썽을 도맡아 피우고 다니는 9살 한이(박지빈 분).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만만했던 형 한별이 소아암 판정을 받자 집안은 한순간 울음바다가 된다. 하지만 한이는 어른들처럼 마냥 슬퍼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픈 형에게 웃음을 안겨주려 하기 때문. 이 영화로 데뷔하는 임태형 감독은 <안녕, 형아>가 “단순한 최루성의 투병기가 아니라, 병을 이겨낼 수 있는 밝은 힘과 에너지를 조명하는 영화로 비쳐졌으면 좋겠다”고 영화 연출의 의도를 밝혔다.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 기억을 더듬어보자. 초등학교 시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처럼 취직이었을까? 연예였을까? 돈이었을까? 아니다. 바로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였을 것이다. 이란의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지그재그' 3부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가 재개봉한다. 그 중 첫 작품인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는 바로 초등학생의 숙제와 관련된 스토리.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청동표범상 등 6개 부분을 수상했던 이 영화는 사실 만들어진지 꽤 오래된 영화다. 1987년년 제작돼 국내에서는 1996년 개봉된 바 있다.
이란의 북부 지방, 코케 마을의 한 초등학교 시끌벅적한 교실은 선생님이 등장하자 곧 긴장이 흐른다. 숙제 검사 시간이 돌아온 것. 네마자데는 어제 저녁을 사촌 집에서 보내는 바람에 숙제를 공책에 하지 못해 결국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고 울음을 터트린다. 아마드는 이런 짝궁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마드. 숙제를 하려 가방을 열었더니 아뿔사. 짝궁 네마자데의 공책이 같이 들어있던 것이 아닌가?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은 친구의 얼굴을 떠올린 아마드. 네마자데에게 공책을 전해주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압바스 카아로스타미 감독은 주인공 아마드를 통해 어른들에게 동심을 환기시키며 세상 어느 것보다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김용운 기자>woon@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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