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에 예산 뺏기고, 취업 밀리고...'악화일로'

▲ 지난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전문대학총장 하계세미나에서 총장들이 전문대학 육성 발전을 위한 성명서를 읽으며 선서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위기다. 예산은 줄어들고, 취업률은 낮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기회도 분명 있다. 지난해와 올해 선정된 WCC는 4년제 대학을 능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 대선은 새로운 전문대학 정책을 알릴 좋은 시기다. 전문대교협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선 어젠다는 전문대학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창간을 맞아 2회에 걸쳐 ‘예산’ ‘취업’ ‘WCC’ ‘어젠다’ 등 4개의 키워드로 전문대학의 위기와 기회를 진단한다.

■ 위기의 키워드1···‘예산’=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1일 교과위 국정감사 보도자료에서 “4년제 대비 전문대학 투입 국고보조금이 최근 3년 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전문대학 자금수입대비 국고보조금 수입비율은 지난 2008년 20.2%, 2009년 19.5%, 2010년 18.2%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11년 전문대학 재정지원금은 4915억원으로 전체 6조438억원 예산 7.6%규모”라며 “일반대학만 배려하고 전문대는 소외됐다. 정부의 대대적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예산에서도 전문대학 소외 현상은 그대로 드러난다. 교과부가 편성한 내년 고등교육 예산은 모두 7조2300억으로, 전년대비 16.3% 늘었다. 금액으로는 1조109억원에 달한다. 증액된 예산 가운데 6827억원은 국가장학금 등 등록금 부담 완화에 투입되고, 2937억원은 대학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에 투입된다. 전문대학에 늘어난 예산은 지난해 대비 230억원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 200억원, 전문대학 LINC사업 30억원 정도다. 증액 규모는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증액 예산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증액 예산을 다 합해도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나아진 바가 거의 없다.

이러한 예산 구조는 전문대학 학생들의 소외로 이어진다. 지난 2010년 기준 고등교육기관 중 전문대학 비율은 42%, 재적학생수는 전문대생 비율이 35.5% 수준이다. 일반사립대학 재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이 174만원인데 비해 사립전문대학 재학생 1인당 국고지원금은 그의 48% 수준인 84만원에 불과하다.

이길순 신구대학 교수는 이와 같은 예산 소외에 대해 “전문대학은 사회적 인식이나 고용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해 기부금이나 전입금 수입도 미미하다. 국고보조금도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가 등록금 의존도도 높다. 등록금 증가나 기부금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문대학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재정지원만이 거의 유일한 활로”라며 “현재 전문대학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230억원 증액은 너무 적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 위기의 키워드2···‘취업’= 그동안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에 비해 취업이 더 잘 된다’고 주장해왔다. 전문대학의 가장 강점이었던 취업률은 차츰 꺾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 고용률은 75.6%로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문대학 졸업자의 고용률은 73.9%로 2001년 73.7% 이후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전문대 졸업자 고용률은 4년제를 웃돌았지만 최근 2년 동안 뒤처지고 있다.

취업률보다 더 큰 문제는 취업 편중 현상이다. 지난 8월 교과부가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공개한 고등교육기관 취업현황에 따르면, 교육계열과 의학계열이 강세를 보였다. △인문계열 △사회계열 △교육계열 △공학계열 △자연계열 △의약계열 △예체능계열 등 7개 대계열 중 전체 취업률 60.9%를 넘긴 계열은 3개 계열뿐이었다. 이 중 교육계열이 79.7%로 1위, 의약계열은 70.9%로 2위였다. 전공으로는 ‘유아교육’이 80.1%, ‘재활’이 76.0%, ‘간호’가 74.9% 등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전문대학의 기획실장은 “유아교육과와 보건계열 학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문대학 취업률은 4년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간호과 등 보건계열의 경우 현재 의사 수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보조인력인들만 늘어나는 추세여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IT 관련학과가 한 때는 전문대학의 ‘종자돈’이었다가 여러 대학이 폐과했던 것처럼, 보건계열이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한계점에 도달하면 줄줄이 폐과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보건전문대학의 부총장 역시 “보건계열 취업률이 높으니까 모두들 이쪽으로 넘어오는 느낌”이라며 “특히 정부에서 4년제 대학에 지나치게 인원을 줘 조만간 추월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2013학년도에 입학정원의 5분의 1을 감축하고 보건계열 과들로 구조조정한 모 전문대학은 올해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되기도 했다. 학과 폐과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학과 학생들의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휴학해버렸고, 이에 따라 재학생 충원율 지표가 대폭 하락했다. 이 대학의 모 기획보좌실장은 “대학 경쟁력 약화 및 평가지표가 저조한 학과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대학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교과부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고,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성장에서 쇠퇴로···지금은 ‘위기’

전문대학은 그동안 ‘성장’의 역사를 걸어왔다. 전문대학의 시초는 지난 1964년 실업고등전문학교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따라 기술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후 전문학교를 거쳐 1979년부터는 ‘전문대학’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분야별 직업교육 전문성 향상을 통해 산업기술 발전을 도모한다는 게 설립 목표였다. 지난 1996년 전문학사학위 수여 제도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으며, 이어 1998년 전문대학 교명 자율화를 거쳐 1998년 전공심화과정 제도를 설치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 2006년에는 전문대학 교원에 대해 4년제 대학 보수 규정 단일화를 이루었다. 2008년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으로 4년제 대학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어 ‘학장’ 명칭의 ‘총장’ 변경, 전문대학의 ‘교’ 명칭 사용 등으로 위상을 높였다. 그렇지만 최근 4년제 대학과 마이스터고 등에 치여 정책에서 소외되는 등 위기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문대학 숫자는 지난 2010년 151곳에서 지난해 145곳으로, 올해는 다시 141곳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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