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민 부산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 부산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배성민씨

20대 대학생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 이른바 ‘알바’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성희롱을 당하거나, 시간외 근무를 하고도 수당을 못 받는 등 인권 침해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공공기관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등록금 빚을 갚기 위해 공공기관에 잠시 일을 했던 대학교 4학년 S씨는 성희롱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하소연 했다. 높은 직급에 있는 남자 직원들이 아르바이트 여성 직원 엉덩이를 만지거나, 손님이 오면 예쁜 사람이 차를 내오라고 여자들에게 강요했단다.

직원들에게 야한 농담을 일상적으로 하던 공공기관의 과장은 그 사실이 인터넷 민원코너로 올라오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해당 게시글이 뒤로 밀리게끔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게 시킨 적도 있단다. 반성하기보다 그것을 덮기에 급급했던 셈이다. 관리자급 공무원이 일을 시키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었던 S씨 또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성평등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인데, 이 과장은 아래 직원에게 대충 교육을 이수했다고 표시하라고도 지시했다. S씨는 성평등 교육조차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과장의 태도에 몇 번이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4급 공무원인데 잘리겠느냐. 오히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알바생만 잘릴 것’이라는 생각에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4학년 대학생 J씨는 야간 편의점 일을 하다보면 하루에 한 번은 술에 만취해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고 성희롱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술을 계산하자마자 바로 병뚜껑을 열어 술 한 잔 따라 보라고 시키는 행위, 나중에 시간 안 되냐며 명함을 주고 꼭 연락하라며 협박하는 행위, 돈을 주면서 ‘나랑 한 번 자자’고 제안하는 사람들까지 있단다.

이런 대우에 대해 편의점 점장에게 개선을 요구해도 점장은 ‘방법이 없으니 무시하라’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생의 불쾌함을 개선할 의지도, 이해할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최저임금보다 한참 부족한 시급 3천 원을 받는 편의점 알바, 수습 기간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보다 못한 시급 4천 원을 3개월간 주는 점장, 그리고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아르바이트인데 점심을 제공하지 않아 끼니를 자비로 해결하도록 외면하는 경우 등 인권침해 사례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 더욱 절망적이다. 대학 등록금 부담은 여전하고, 노동청이 사업주들의 최저임금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시민단체에서 이런 일을 대신 맡아 하고 있지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부당한 대우를 계속 감수해야만 한다.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노동이다. 더 이상 착취 당해서도 인격이 침해돼서는 곤란하다. 이 같이 대학생들이 반복해 고통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도 사회적 제도와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권 교육과 연구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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