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재정 GDP 1%대로 늘려야"

한국대학신문, 대학들 아픔·고민 전해주는 언론 되길

 

▲ 박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박철 한국외대 총장은 올해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으로서 반값등록금, 사학비리, 대학구조조정 등과 관련해 사립대 총장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교육 인프라구축에 힘을 쏟느라 정신없지만 본인이 맡은 대외 직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대학신문은 창간 24주년을 맞아 박 총장을 만나 대학구조조정 등 교육현안과 사립대학 발전방안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얘기를 나누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학구조조정 평가가 이뤄졌다. 특히 대학과 교과부가 취업률 부풀리기를 두고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현행 대학구조조정 평가는 우선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15%는 무조건 부실대학의 낙인을 찍는 체제다. 이 때문에 대학 총장들의 스트레스가 말도 못하게 높다. 총장들의 염원은 나름의 존재 가치와 교육목표를 갖고 운영되는 대학은 무조건 자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오히려 절대평가로 전환해, 부실한 대학이 하위 15%보다 개수가 더 많으면 많은 대로 평가하고, 열심히 하는 대학은 작더라도 그 노력을 감안해줘야 한다.”

-절대평가 방식의 대학구조조정 평가는 필요하다는 말인가.
“여전히 불투명하게 경영하는 사립대학이 있다면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객관성 있는 지표를 만들고 절대평가를 진행한다면 대학들도 나태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하위 15% 대학을 없애겠다며 수치를 정해놓는 것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 ‘취업률’은 현실적으로 대학들이 하루아침에 높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대학의 노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가 좋아져야 취업도 활발히 이뤄지는 것 아니겠나. 실제로 지방 중소대학들은 편법을 동원하지 않으면 급격히 취업률을 올릴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 성과 중심 지표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평가하면 된다. 대학구조조정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한다.”

-‘줄 세우기식’ 현행 구조조정 평가를 대체할 만한 묘안이 있나.
“지난 9월 한양대 ERICA캠퍼스에서 사립대 발전기획단을 발족했다. 사총협 이사회에서 추천하고 총회 당일 총장들의 합의를 얻어 이성우 전 국민대 총장이 단장을 맡게 됐다. 기존의 사총협은 사립대 총장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역할만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등록금 감사와 대학구조조정 평가도 이뤄지는 등 위기감이 매우 높아졌다. 총장들이 모였는데 단순히 오찬하고 얘기를 나누다 헤어지면 각자 대학행정에 바쁘고, 총장 임기 끝나면 연속성도 없다. 그러니 사립대가 직면한 현안을 사무-행정적으로 뒷받침(back-up)할 수 있는 상설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사총협 회비를 대학마다 2~3배 가량 대폭 올렸다. 대부분 대학들이 위기감 때문인지 적극 협조해줬다. 이 전 국민대 총장은 앞으로 사립대 발전기획단장으로서 자문과 대외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12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발전기획단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앞으로 회원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취합해 대선후보들에게 사립대학이 공교육에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나 공청회 등도 진행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등록금 정책 또는 고등교육 개혁 정책은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건양대와 한양대 ERICA캠퍼스에서 열렸던 사총협 총회 세미나에서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와 이시우 서울여대 교수가 사립대 정책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결과의 주요 내용은 등록금 문제는 정부가 고등교육 재정을 GDP 1% 대로 높여 재정교부금 형태로 지급한다면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반값등록금을 90%까지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립대 재정을 줄여서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재정교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현하자는 것이다. 반값등록금을 현실화하려면 전체 액수가 7조원 가량이므로 지금보다 정부 재정이 4조원 정도 더 투입돼야 한다. 대선후보들 역시 이 같은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본·분교 통합 논의가 꾸준히 이뤄졌다. 언제 쯤 가시화되나.
“그동안 교과부가 심사숙고해 여러 학교의 본 분교 통합문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대의 경우 서울과 용인에 위치한 두 대학이 통합되면 세계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발전 초석을 닦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간 24주년을 맞은 본지에 한 마디 부탁드린다.
“대학정론을 추구하고 한 발 빨리 대학소식을 전달하는 한국대학신문의 스물네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대학문화 창달과 경쟁력 있는 대학문화 정착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애쓰고 있는 한국대학신문에 감사드린다. 대학전문매체로서 역할을 많이 해왔고 선두에 서서 발전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 대학 안에서 어려움과 아픔을 심층적으로 취재하고 정부에 건의해주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대학 정책 관련 대학과 정부의 잘못하는 면도 더 많이 질타해 달라. 우리 대학인에게는 일간지보다 한국대학신문이 갖는 비중이 더 크다. 지금처럼 빠르고 정확한 보도로 대학과 국가 발전을 위해 더 많이 뛰어 달라. 정부와 대학 사이 중간자로서 대학 정책에 심층적 분석과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등 전문성으로 승부하면 교과부나 대학 관련 단체에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정론지로 거듭날 것이다.”


■박철 회장은…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국립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한국외대 교수로 부임해 홍보실장과 연구협력처장 등을 거쳐 2006년 총장에 취임했으며 2009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2011년 사총협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외국어대학 총장협의회장과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훈으로는 스페인 까를로스 3세 십자훈장이 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이연희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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