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조 본지 논설위원·호서대 생명공학과 교수

지난 10월 8일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으로 국내 기초과학연구 지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일본은 생리학-의학상 분야에서 1987년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 이후 두 번째 수상이지만, 전체 6개 분야 노벨상 중 경제학상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19명의 수상자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저력에 대해 과학 분야만을 한정지어 보아도 물리학상 분야에서 1949년 유카와 이데키의 수상을 시작으로 1965년, 1973년, 2002년, 2008년에 걸쳐 다수의 수상자가 선정됐고, 화학상 분야에서 1981년 후쿠이 겐이치의 수상이후 2000년, 2001년, 2002년 3년 연속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2008년과 2010년에도 수상자가 선정됐다.

‘노벨상 수상이 그 국가의 과학 기술력을 대표하는가’에 있어서는 다소 이견이 있으나, ‘독창성을 중시하며 인류에게 큰 기여도를 보이는 연구 및 발명이 있을 경우 그 아이디어의 최초 창출자에게 시상을 한다’는 노벨상 시상기준을 볼 때, 과학 분야의 수상자가 없다는 것이 불편한 현실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그러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2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분야에서 동시에 두 명의 일본 학자가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은 2001년 3월 제2차 과학기술기본계획으로 노벨상 등 국제적인 과학상의 수상자를 서구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을 정책목표로 삼았고, 2002년 3월 ‘노벨상 100주년 기념포럼’ 개최, 스웨덴에 연구연락센터 개설에 의한 노벨상 시상 관계자들과 네트워크 강화 등을 언급하며(Issue Paper,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 제고방안, 2002) 정부의 의지가 중요함을 피력했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연구실 사업 및 우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 등 다양한 연구지원 사업을 통해 수상가능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국가 간 연구 자원교류 및 홍보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노벨상 이야기가 논의될 때마다 기존의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창의적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자주 거론 되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과학, 기술, 공학, 예술, 그리고 수학을 조화롭게 융합시킨 ‘스팀(STEAM)’ 교육을 실시해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는 등 다양한 변화는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창의적 교육이 대학에서도 조화롭게 시행되는지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양한 대학 평가에 반영되는 학생 취업률이 차지하는 중압감이 상당하며, 세계 경제 불황과 맞물린 기업의 몸집 줄이기로 촉발된 양질의 취업 기회 감소에 대응하고자 고민하는 각 대학들의 노력으로 인해 학생들의 취업 현황은 점차 향상되는 듯하다. 하지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3~4년 이내에 성과가 나와야 하는 취업역량 강화와 10여 년간 장기 투자를 통해 인내의 산물로 태어나는 창의적 연구역량이라는 변수를 동시에 교육하기에는 두 교육 방향이 지나치게 상반된다.

그리고 또 다른 대학평가의 기준이 되는 SCI 논문 출판 편수 및 ‘임펙트 펙터(impact factor)’ 기반 연구력 평가로 인해, 세계적 연구 수준의 연구실을 제외한 다수의 대학에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장기간의 창의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보다는 단기간에 연구 논문을 출판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따라 노벨상으로 대표되는 세계 공인 연구력 확보라는 가능성에서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다.

최근들어 기업 생존을 위해 기존 ‘패스트 팔로워 (fast follower)’ 또는 ‘퍼스트 무버 (first mover)’에서 ‘마켓 크리에이터 (market creator)’로 변모해야 함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현실이다. 우리 기업의 발전상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정작 기업에 인재를 공급해야 하는 대학교에서 마켓 크리에이터 교육을 강조하기 힘든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다양한 장기적 대학 지원 제도 신설 및 대학 평가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연구 지원에 있어서도 인재집단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우리 현실을 고려하여 노벨상 수상 가능 인재의 집중 육성전략과 병행하여 다수의 인재에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전략의 병행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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