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꿈꾸고 ‘대선어젠다’로 어필하라

교육여건 엄격히 심사 … 'WCC' 최고 영예이자 유일한 활로
지난해 7월 고등직업연구소 개설, 수업연한 다양화 등 정책 요구

▲ 지난 2005년 5월 25일 프레스센터에 열린 '전문대학 교육혁신결의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WCC(세계수준의 전문대학)에 선정된 제주한라대학을 기자가 방문했을 때, 김태민 제주한라대학 산학협력단장은 대학을 소개하며 “4년제 대학 중 어디와 비교해도 우리가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PBL(Problem Based Learning·문제중심학습법)’에 있어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한 이 대학에는 그동안 서울대를 비롯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 교수 1000여명이 방문키도 했다. WCC는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을 능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이처럼 세계에 통할 전문대학을 꿈꾸는 WCC가 있는가 하면, 대다수의 전문대학은 지금 위기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예정된 대선을 대비해 전문대학이 꺼낸 카드가 바로 ‘대선 어젠다’다.

■ WCC는 전문대학의 미래= ‘WCC’는 역대 전문대학 지원사업 중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사업이다. 교육여건부터 재정건전성, 특성화, 그리고 2800여 산업체의 대학 만족도까지 조사하고,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대학 7곳을 매해 3년에 걸쳐 선발한다.WCC에 선정된 대학들은 WCC를 “전문대학 최고의 영예”라 표현한다. 그리고 “전문대학을 대표하는 대학으로서 어깨가 무겁다”고도 했다. 예산 편성에서 4년제 대학에 밀리고 그동안 자랑하던 취업률마저 밀리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대학도 4년제 대학을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WCC에 선정된 경기과학기술대학의 한영수 총장은 “WCC 선정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기쁜 만큼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WCC에 선정된 전문대학 7곳과 올해 선정된 4곳의 전문대학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선순환이 가능한 특성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학협력 체제를 탄탄하게 구축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로 ‘투자’다. 금승호 한림성심대학 총장은 WCC 선정 직후 “각종 정부사업에 선정돼 받은 국고를 돼 많은 국고를 받았지만 더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좋은 학생을 내보내려면 교육을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WCC 사업 예산으로 올해 21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21개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별로 10억 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전문대학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WCC만 지원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대선 앞두고 ‘어젠다’ 카드= 지난 6월 발표된 ‘고등직업교육 육성 및 발전을 위한 2012 어젠다(이하 어젠다)’는 올해 12월 예정된 대선과 이후 새로운 정부를 겨냥한 카드다. 지난해 7월 고등직업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개설되면서 전문대학 정책연구와 반영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결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고등직업교육체제 확립 △현장중심 협력 교육체제 확립 △학습·고용의 연계성 강화 △직업교육·훈련의 통합 시스템 구축 등 5대 핵심과제와 각종 방안들이 나왔다.

골자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 위상에 맞는 지원책으로,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과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가 고등직업교육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수업연한 다양화, 그리고 현장실습 의무화 등이 들어 있다.

전문대교협은 이번 어젠다 발표를 계기로 대선후보와 정당 정책담당자들에게 전문대학의 목소리를 알릴 예정이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은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당장에 바뀔 수 없다”면서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만큼 적극적으로 어젠다를 알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어젠다를 적극 받아 들이는 대선후보는 표면적으로는 없는 상태다. 박근혜 후보가 전문대학 특수대학원을 의미하는 ‘산업기술명장 대학원’을 내세우긴 했으나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 공약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전문대학에 대한 관심 자체가 대선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어젠다보다 더 센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2005년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의 프레스센터 집회를 이끌었던 윤여송 인덕대학 교수는 “정치권에서 어젠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좀 더 강하게 나설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대학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5월, 전문대학 교수 500명 모인 이유는

지난 2005년 5월 25일 프레스센터에 전국 158개 전문대학에서 모인 500여명의 교수들이 결집했다. 이들은 이날 ‘전문대학 교육혁신결의대회 및 세계 고등직업교육포럼’을 열고 “4년제 대학에 편중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과 재정지원으로 전문대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깨띠를 두른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적힌 붉은 색 수건을 펼쳐보이며 전문대학 수업연한 결정 자율화와 재정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우리는 4년제 대학의 들러리가 아니다’ ‘실내에서의 행사는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잃어버린 전문대 30년을 찾기 위해 모였다’라는 구호가 튀어나왔다. 당시 본부장이었던 윤여송 인덕대학 교수는 “집회가 크게 열리자 김진표 장관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등이 방문하는 등 정치권의 관심이 상당했다”며 “집회 이후 전문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 과정이 신설되는 등 효과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사실 그 때나 지금이나 전문대학은 풍전등화”라며 “마에스터고에 치이고 4년제 치여 전문대학이 사라질 상황이다. 대선을 앞둔 지금이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고 주장할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