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 문제 ‘평준화’에서 길을 찾다
고등교육 문제 ‘평준화’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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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학위제·통합 네트워크 등 대학 체제개편안 제시

대학평준화 시키고 사립대까지 ‘준 국·공립화’ 해야
입시과열·대학서열·등록금 문제 해결방안으로 주목

올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교육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학 서열화 △입시 과열 △등록금 등 고등교육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 체제 개편안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게 교수단체와 민주통합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제시한 ‘통합대학 네트워크’와 ‘국립대 공동학위제’다.

■ 통합 네트워크로 대학 간 평준화 실현 =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국정감사를 통해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대학 제체 개편방안으로 내놨다. 이는 대학 서열화를 해소하고 지방 거점 국립대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 의장에 따르면, 국립대 공동학위제가 시행될 경우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서열화가 깨질 수 있다. 서울대·부산대·경북대·전남대·충남대 등 9개 지역거점 국립대를 연합 체제로 묶어 평준화시키는 게 골자다. 학생들은 9개 대학 어디에서나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딸 수 있다. 대학 간에는 교수 교류가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졸업 시에는 9개 대학 명의의 공동 학위를 받게 된다.

이 의장은 “공동학위제를 통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지방대를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노조(전국교수노동조합)·민교협(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들이 주장하는 개편안의 골자는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묶어 공동학위를 부여하는 ‘통합대학 네트워크(이하 통합 네트워크)’다. 민주통합당이 제안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사립대까지 확대한 모델로 볼 수 있다. 

▲ 통합대학 네트워크 구조
정부의 지원 범위도 국·공립대를 넘어 사립대까지 늘어난다. 사립대의 ‘준(準)국·공립화’ 통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를 늘리고, 대학의 공공성도 강화하자는 취지다. 

통합 네트워크에 포함된 대학들 간에는 강의개방·학점교류·교수교류가 이뤄진다. 공동학위제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재학 중 통합 네트워크로 묶인 대학이면 어디서나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딸 수 있다. 공동학위제가 적용되는 범위도 국립대에서 사립대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국·사립대를 아우르는 ‘대학 평준화’가 되는 것이다. 

교수단체는 “통합 네트워크에 포함된 대학들은 모두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현재의 20대 80인 국·공립대와 사립대 비율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며 “고등교육의 공공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 된다”고 밝혔다.

■ 국립교양대학 설치로 공교육 강화해야 = 통합 네트워크만으로는 과열된 입시경쟁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고등 교육의 정상화가 뒷받침돼야 제도 도입 취지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교수단체들은 이를 위해 국립교양대학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통합 네트워크와 국립교양 대학이 동시에 도입돼야 대학 서열화와 입시경쟁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게 교수단체의 주장이다.

국립교양대학이 제도화되면 지금의 대입전형은 자격시험으로 바뀐다. 수험생들은 치열한 입시경쟁 대신 대입자격고사와 고교 내신만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입학 후에는 1년여 기간 동안 교양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된다. 전공과정은 교양과정을 이수한 뒤에 선택할 수 있다. 

정경훈 민교협 대학교육위원장(아주대 교수)은 “전국의 대학에 국립교양대학이 설치되고 자격시험으로 입시가 대체되면 경쟁에 매몰된 중·고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며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교양교육을 통해 자기 적성에 맞는 전공을 탐색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학생을 뽑지 않고 자격시험을 통해 합격·불합격이 구분되기 때문에 입시경쟁이 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고교 내신이 반영되기 때문에 입시경쟁을 줄이면서도 공교육이 정상화 된다는 이점이 있다.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다. 지금처럼 ‘대학 간판’을 찾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비효율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다만 교양과정을 이수한 뒤 전공을 선택할 때는 불가피하게 해당 학생의 성적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도 대학 신입생에게 교양과정을 충실히 이행토록 하는 효과가 생긴다.

교수단체는 “교양대학은 통합 네트워크에 속한 모든 대학에서 평준화 된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의 명성과 상관없이 자신이 다니기 편한 대학을 선택해 입학하면 된다”며 “그 이후에는 교양대학 성적으로 전공과 대학을 선택하기 때문에 대입에만 집중됐던 중·고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통합대학 네트워크와 국립교양대학 안 로드맵
국립교양대학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대학 신입생의 교양교육을 강화하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교수들은 “우리나라 교양교육은 단순히 전공 기초로만 여겨지고 있다”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양교육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양을 쌓기 위한 사전 준비, 전문교육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 고등교육 재정확충···반값 등록금도 가능 = 국립교양대학은 전체 200개 대학 중 150개 대학의 참여를 목표로 한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일반·교육 대학 수는 193개교다. 이 가운데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혀 향후 퇴출될 대학은 제외된다. 또 ‘독자적 대학 유지’를 고수하는 몇몇 명문대를 강제로 포함시킬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50개 대학에 국립교양대학 설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물론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안착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150개 대학에는 교양교육 전담 교수가 배정된다. 학교 당 200명씩, 약 3만 명 정도가 투입되기 때문에 시간강사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교수 단체에 의하면 이들의 총 인건비로 소요되는 예산은 1조5000억 원 정도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 6조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모두 7조5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경훈 위원장은 “민주통합당이 반값 등록금 실현방안으로 제시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14조원”이라며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통합 네트워크와 국립교양대학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통합 네트워크는 사립대에 대한 정부 투자를 전제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GDP의 1% 이상)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회적으로 뿌리내린 학벌주의를 과연 이 같은 제도로 해소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대학’ 출신들이 여론주도층과 기득권층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선 실현 불가능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뽑을 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공동학위제나 학벌차별금지 방안이 공약으로 다듬어지고 있다”며 “학벌을 중시하는 문화가 완화되고,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면 대학서열을 무너뜨리고, 공교육을 살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평준화·경쟁력 둘 다 잡을 수 있다”
정경훈 민교협 대학교육위원장(아주대 교수) 

- 대학을 통합해 네트워크화 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다.

“프랑스국립대를 예로 들어보자. 더 타임즈가 실시한 ‘2011 세계대학평가’에서 프랑스 명문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Ecole Normale Superieure)’가 세계 59위,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가 63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는 124위, 대학 평준화로 질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 파리7대학이 169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명문 사립대인 연세대와 고려대는 나란히 226위, 250위에 그쳤다. 평준화된 국립대 중 하나인 파리7대학이 명문 중 명문인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에는 뒤지지만, 200위 안에도 속하지 못한 국내 명문대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는 평준화된 프랑스대학 시스템이 긍정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국립교양대학이 대규모로 실시되면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우수대학의 순위가 낮아지는 게 아닌가.

“국립교양대학 실시는 대학평가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립교양대학에서는 양질의 교양전담교수들이 교육을 책임지기 때문에 대학 평가기준의 하나인 교육여건이 좋아질 것이다. 또 교양교육의 발전으로 기초학문이 튼실해지고 전문대학원도 육성돼 연구력이 향상될 수 있다. 평가의 가장 큰 요소인 연구 성과와 영향력 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립교양대학에는 어느 대학이 참여하나. 사립대도 참여해야 하는가.

“국립교양대학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통합 네트워크 대학들인 △거점 국·공립대 △준 국·공립화된 사립대에서 실시된다.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사립대’도 원하면 국립교양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 국립교양대학을 받아들인 독립 사립대는 교양대학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인건비, 시설이용료는 물론 통합 네트워크 대학들이 받는 수준의 장학금, 연구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 전공 진학 시 선발기준은 교양대학 성적뿐인가. 그렇다면 대학에서 사교육이 성행하는 것 아닌가.

“대학전공의 신입생 선발은 교양대학 성적을 중심으로 하되 비교과활동 경력, 논술 등이 추가될 수 있다. 대부분의 교양대학 과목은 주입식이 아니라 토론·발표·글쓰기를 중심으로 하는 창의적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는 학교수업에 충실해야 한다. 논술 시험이 도입된다면 사교육이 아닌 박사급 교수진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교육이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 교양대학의 교수진은 누구인가.

“각 대학의 전임교수 중 강의를 지원하는 교수와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 소속 교양교육 전담교수로 구성될 것이다. 특히 교양대학 교수진의 주축이 되는 후자는 현재 시간강사로 있는 박사들 가운데 교양교육에 적합한 전공이나 경력을 가진 분들로 꾸려질 수 있다.”

- 교양대학을 마치고 전공과정에 진학할 때 출신 교양대학과 다른 대학에 지원할 수 있나.
 
“진학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주에 사는 학생이 전주대의 국립교양대학을 마치고 서울에 있는 정부지원 사립대에 지원할 수 있다. 반대로 전북지역의 공동학위제 도입 국립대가 정부 지원으로 수도권 사립대보다 교육환경이 더 우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꼭 서울로 와서 공부할 필요도 없어진다.”

- 교양과정을 마치고 전공과정으로 진학할 때 인기 전공으로 몰릴 것 같은데, 입시 과열 현상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초기엔 어느 정도의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합 네트워크 대학들이 상향평준화되면 지금과 같은 입시과열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경영학·의학·교육학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는 학부전공을 폐지하고 전문대학원체제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전공 서열화도 약화되고 입시과열 현상도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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