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타르드 著 <모방의 법칙>

흔히들 모방을 창조의 어머니라 부른다. 사람들은 은연중에 자신보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 것을 베끼고 훔친다. 특히나 매순간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들은 좀 더 참신한 것, 좀 더 창의적인 것에 대한 갈증을 지니고 있고, 그래서 모방을 통한 창조의 힘을 얻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바로잉: 세상을 바꾼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되었다’, ‘베끼고, 훔치고, 창조하라: 모방에서 창조를 이뤄낸 세상의 모든 사례들’, ‘창조가 쉬워지는 모방의 힘’, ‘카피캣: 오리진을 뛰어 넘는 창조적 모방의 기술’ 등 모방을 통해 창조성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도 현대의 이러한 행보와 함께한다.

그런데 이번에 문예출판사에서 펴낸 신간 가브리엘 타르드의 ‘모방의 법칙’은 모방을 다만 창조의 어머니라는 식상한 표현으로 설명하지 않고, 다층적이고 광범위한 사회학적 틀 안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1세기 전의 철학자가 제시한 이론임에도 모방에 대한 오늘날의 시각보다 훨씬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타르드에 따르면 인간은 그가 사회적인 한에서는 본질적으로 모방적 존재다. 다시 말해 사회 안의 일부에서만 모방 행위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모방이 사회를 형성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로 인해 예술, 문학 등에서의 창조적 모방뿐만 아니라 국가, 종교, 도덕, 관습, 언어 등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연속적인 역사적 흐름마저도, 심지어는 생물의 진화, 유전자의 변이와 같은 물리적인 형성마저도 모방의 법칙에 지배당한다. 모방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하면, 모방 행위를 통해 생겨나는 것은 더 혁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더 진부할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뒤따른다. 모방은 탁월한 것을 만들어내는 데만 기여해야 하는 어떤 속성이 아니라, 사회의 미시적인 관계망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법칙이다.

모방과 창조성의 연관관계를 표면적인 의미에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차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면 이번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가브리엘 타르드의 ‘모방의 법칙’이 유용하게 읽힐 것이다.(문예출판사,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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