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심화로 학내서 머무는 학생들

대학가에 이른바 '대학 5학년'이 늘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해 다시 학교 안 울타리에 머무는 학생들을 일컫는 이 말은 백화점식의 고등교육과 IMF 이후 경제침체가 낳은 이 시대의 청년 자화상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눈칫밥을 먹고 사는 이들은 가정에서 취업 전쟁의 낙오자로 낙인찍히고, 학교에서는 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다니며 도서관 한 구석을 차지하거나 취업 공고 게시판을 기웃거리는 게 다반사다. D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는 이모군(28)도 '대학 5년생'이라는 레떼르를 붙이며 살아간다. 그는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할 예정이었으나 취업이 어려워 휴학을 신청한 상황. 직장을 구하지 못해 오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점심시간에는 저렴한 학교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오후에는 학교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에는 인터넷으로 취업사이트를 뒤져본다. 그는 "앞으로 추석도 다가오는데 가족과 친척들을 보기가 민망하다"며 "추석에 집에 있지 않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윤모군(26)도 취업걱정에 주름살만 늘어가고 있다. 그는 "수십 곳 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에서 계속 떨어지다 보니 이제는 지원서 쓰기도 두렵다"며 "장기 취업이 계속되면 기업에서도 채용을 기피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말 걱정이다"고 털어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9세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2000년 24만2천명, 2001년 25만3천명, 2002년 24만4천명, 2003년 28만6천명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2004년 2/4분기 20~29세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32만2천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스카우트 김홍섭 팀장은 "대학 졸업 후 1년 안에 취업을 못했을 경우 장기실업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며 "취업난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어서 대학5년생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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