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영남대 명예교수

 
지난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촉발된 한·일간의 갈등은 근래에 들어 다소 수그러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단독으로 독도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하던 태도를 바꾸어 그 연기를 결정했다.
 
또 새로 부임한 벳쇼 고로 신임 주한 일본대사는 김포공항에서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노다 총리로부터 (양국 간)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고 신뢰관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태도들을 보면, 일본이 독도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태도의 변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일본의 위정자들은 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는 것이 영토문제이다. 그런데도 한국에 대해서 유화적인 자세로 전환할 일본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일본의 지방의회 47곳 가운데에서 33곳이 독도문제에 대해 강경 대응을 결의했다. 이것은 국민정서를 이용하여 내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고 했던 노다 정권의 정략적 접근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저들의 태도에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두루 알다시피 금년에도 독도의 날을 맞이하여 예외 없이 많은 퍼포먼스들이 행해졌다. ‘독도사랑 음악회’와 ‘독도수호 궐기대회’, ‘안용복 예술제’ 등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우리끼리 퍼포먼스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에, 구글은 자사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독도의 위치와 함께 표기되던 한글 주소를 삭제하고 독도의 명칭도 리앙쿠르암으로 변경하였으며, 과거에 표기하지 않던 동해 역시 일본해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또 애플은 최근 한국과 일본 외 지역의 지도 서비스에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 독도, 다케시마’로 병기한다는 방침을 애플코리아를 통해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이런 일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일본은 그야말로 조용한 로비를 통해서 자국의 의사를 관철시켰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독도문제에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때문에 그들의 주장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그 잘못을 파헤치고 그런 사실들을 외국에 홍보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외무성의 ‘죽도 – 죽도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의 포인트’란 팸플릿에서, “일본은 울릉도로 건너갈 때의 정박장으로 또한 어채지로 죽도/독도를 이용하여, 늦어도 17세기 중엽에는 죽도/독도의 영유권을 확립했습니다.”라는 주장은 정부 차원의 거짓말임을 만천하에 알릴 필요가 있다. 그들의 이런 주장은, 1625년에 막부에서 내린 ‘죽도/울릉도 도해면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문면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그와 같이 이번에도 도해하려는 것”에 대한 허가였기 때문에 한시적인 것이었으며, 그 대상도 돗토리번 번주 마쓰타이라 신타로이었다. 
 
그러므로 한시적인 면허를 가지고 몇 십 년간 도해를 계속했던 것도 불법이었고, 번주 앞으로 내려진 면허였으므로 번주가 바뀌면 당연히 그 면허도 경신되었어야 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 또한 불법이었다. 이러한 면허를 이용하여 오야·무라카와 집안에서 불법적으로 도해한 일을 가지고 영유권을 확립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 외무성 스스로가 불법적인 사건을 역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일본은 지금이라도 역사적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자국의 이익 증대를 위해서 남의 나라 땅을 자기네 것이라고 우길 일이 아니라, 역사적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가장 약하고 외교적 주장을 펼 수 없는 상황에 독도와 센가쿠를 편입했다. 일본인은 독도가 한국 국민에게 있어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시작이고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한 지적을 거듭 음미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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