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학 맞수···곳곳서 흔들리는 ‘연상고법’

연세대 이공계, 기술이전·특허 고려대에 밀려
고대 ‘선후배 유대감’, 연대 ‘지리적 이점’ 두각

[한국대학신문 신하영·송아영·홍여진 기자] ‘영원한 사학 맞수.’ 고려대와 연세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양 대학의 경쟁관계는 치열하다. 해마다 열리는 ‘연-고전’에선 강항 라이벌 의식이 표출된다. 양 대학을 언급할 땐 어느 대학을 앞에 쓰느냐에 따라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

▲ 연세대 대학본관
◆ 연세대 세계대학평가서 우위= 오랜 경쟁관계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공계는 연대가, 인문사회는 고대가 낫다’는 평가가 정설로 굳어졌다. 이공계가 강한 대학이 두각을 나타내는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9월 발표된 ‘2012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연세대는 112위를, 고려대는 137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발표된 ‘더 타임즈(THES)’ 평가에서도 연세대는 183위를, 고려대는 240위를 기록했다.

이공계 분야에서 연세대의 우위는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올해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연세대의 연구비 수혜실적은 2712억 원으로 고려대(1744억 원)보다 968억 원이나 많다. 해외 SCI급 논문도 2011년 현재 연세대가 1164편으로 고려대(954편)보다 210편 많다. 올해 중앙일보 평가 결과 ‘세계 상위 20% 학술지 교수 당 논문 게재 수’도 연세대(4위)가 고려대(7위)보다 앞서 있다.

세계대학 순위에서 고려대가 연세대에 밀리는 이유는 이공계 때문이다.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은 “고려대는 (연세대에 비해) 인문계가 강한데 인문계에서는 논문이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세계대학평가에서 불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대는 인문사회분야에서 연세대보다 강점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난 9월 ‘한국사회 파워엘리트 출신대학’을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사시·행시·외시·CPA(공인회계사) 합격자 1만2189명 중 고려대는 1997명(16.22%)으로 서울대(2773명, 22.7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연세대는 1802명(14.78%)으로 3위에 그쳤다.

법률저널이 최근 9년간(2003~2011년) 사법시험 합격자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고려대는 전체 합격자 8438명 중 1404명을 배출, 16.64%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는 31.17%(2630명)를 차지한 서울대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에 비해 연세대는 951명으로 11.27%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런 통계는 전통적으로 ‘법대는 고대가, 상대는 연대가 낫다’는 통념을 어느 정도 입증한 결과다. 소위 ‘연상고법’이란 평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란 의미다.

◆ “법대는 고대가, 상대는 연대가 낫다”= 국내 기업 CEO 중 연세대 출신이 고려대 출신보다 많다는 점도 ‘연상고법’이 여전히 유효함을 방증한다. 현재 매출액 상위 300대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 320명 가운데 학적이 확인된 314명 중 연세대 출신은 37명(11.56%)이다. 사립대 중에서는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것이다. 고려대는 29명으로 9.06%를 차지했다.

‘연상고법’은 입시전문가 사이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입시준비생들은 대학 이미지와 간판에 따라 연세대나 고려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오히려 부모세대의 영향이 큰데 자녀의 진로나 적성이 상경이면 연대에, 법정이면 고대를 권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평판이 최근 들어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세대의 이공계 강점이 철옹성은 아니듯 고려대 법대의 명성도 연세대의 도전에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 연세대의 연구비 실적은 고려대보다 968억 원이나 많다. 그러나 연구 성과물이 투입된 연구비만큼 확실한 우위를 굳히고 있지는 못하다. 기술이전 수입료나 특허실적 부분에선 고려대가 연세대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기준 고려대의 기술이전 수입료는 25억6887만원(60건)으로 연세대(23억7736만원, 58건)보다 1억9000여만 원 많다. 고려대가 연대에 비해 적은 교수 수로도 사업화될 만한 기술을 더 많이 개발했다는 의미가 된다.

▲ 고려대 대학본관
특허 등록에서도 2011년 현재 고려대가 국내(450건)·해외(42건)에서 모두 연세대(국내 366건, 해외 41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QS 세계대학평가도 고려대(137위)가 종합평가에서는 연세대(112위)에 밀렸지만, 이공계열 일부에서 연대를 앞섰다. 컴퓨터·화공·물리·천문분야에서는 연세대에 밀렸지만, 토목·전기·기계공학분야에서는 연세대를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한 고려대 공대 교수는 “고려대의 논문 수와 질이 최근 10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며 “연세대가 연구비가 많은 점은 인정하지만 교수 수나 대학원생 수가 고려대보다 1.3배 정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뛰어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공계 규모와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비를 감안해서 보면 고대가 연대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반박이다.

◆ ‘이공계 강점’ ‘연상고법’ 균열 조짐= 마찬가지로 ‘연상고법’이란 평판도 과거에 비해 탈색돼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과거 학부체제였던 법대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로 바뀌면서 나타난 변화다.

물론 로스쿨체제에서도 고려대의 명성은 이어지고 있다. 법률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9~2012년) 로스쿨 입학자 8283명 가운데 고려대 출신은 1269명으로 15.32%(전국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이에 비해 연세대는 1147명(13.85%)으로 전국 3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과거 사시합격에서 고려대가 확실한 우위를 점해오던 데에 비하면 그야말로 ‘근소한 차이’다. 최근 9년간 사시합격자 수에선 고려대(1404명, 16.64%)가 연세대(951명, 11.27%)보다 무려 453명이나 많다. 지난해 사시 최종합격자(707명) 중에선 연세대(84명, 11.8%)가 고려대(93명, 13.15%)를 턱 밑까지 추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원장은 “과거 고대 법대가 연대에 비해 위상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우선 학생 수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합격자 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로스쿨 도입 이후에는 같은 정원을 갖고 특성화로 경쟁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고대 법대 입학정원(223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연세대였기 때문에 사시 합격자 수에선 열세였지만, 로스쿨 도입 후 정원(120명)이 같아진 상황에선 충분히 경쟁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다.

심지어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로스쿨로 진학하는 학생도 생겨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세대 로스쿨생은 “3분의 1이상을 타교 입학생으로 충원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입학이 수월했다”면서도 “형법분야는 고려대 강의 수준이 높았지만, 다른 법 분야에서 연대 강의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대학정보공시에 따른 양교 주요 현황.
경영학 분야에서도 최근 고려대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과거 이필상 전 총장이 학장으로 재직(1999~2001년)하면서 2년간 500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면서 약진하기 시작했다. 이어 경영대 동문인 이명박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2007년 12월)과 장하성 전 학장(2005~2010년)의 강한 드라이브를 거치면서 연세대 상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영학과는 로스쿨 도입으로 법학과가 폐지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해당 대학의 ‘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민간 입시기관에 따르면 양 대학 경영학과 커트라인은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연세대가 534~542점, 고려대가 533~542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김종우 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도 “연상고법이란 인식은 많이 깨졌다. 부모세대에 남아있는 고정관념”이라고 일축했다.

◆ 변하지 않는 학풍과 지리적 여건= 그러나 아직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바로 학풍과 지리적 여건이다. 고려대는 동문 간 유대가 강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이는 연세대 재학생들도 인정한다. 연세대 이종혁(문화인류 4)씨는 “고대에는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학연문화가 있다”며 “면접관이 고대면 고대생을 뽑는데, 연대출신 면접관은 서울대생을 뽑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 이 또한 고려대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바다. 고려대 이상엽씨(물리 4)는 “연대가 부러운 점은 신촌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또 캠퍼스가 고대처럼 인문사회·이공계로 나뉘어 있지 않은 점도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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