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정 著 <쿡쿡>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에서의 생존기. 7부작 다큐멘터리인 ‘인사이트 아시-누들로드’는 총 3개월에 걸쳐 KBS를 통해 방영된 프로그램으로, 국내외 방송관련 상들을 휩쓴 것은 물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방송되는 등 대성공을 거뒀다.

‘명품 다큐멘터리의 탄생’이라는 극찬과 함께 다큐멘터리 PD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 저자는 런던의 르 코르동 블뢰로 요리유학을 떠났다. 요리 프로그램의 연출자가 되려면 그 과정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위생에 무심하고, 청소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자에게 날카로운 칼과 뜨거운 불이 상존하는 요리학교에서의 생활은 기본부터 시작하는 과정이었다. 가장 맛있는 요리 한 접시를 위해 하루 열 시간의 근무를 견뎌내야 하고, 끼니를 거르는 일도 부지기수며, 떼돈을 벌지도 못하고, 휴가 한 번 마음 놓고 떠날 수 없는 요리사. 저자는 주방에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현장을 고스란히 전하는 사진과 더불어 위트 넘치는 글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 피디답게 모든 상황을 객관화해서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솜씨는 쿡쿡 거리며 웃게 만들다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 요리학교뿐 아니라 영국의 요리 프로그램과 스타 셰프들 그리고 런던의 레스토랑과 한식의 문제까지, 다양한 읽을거리들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동네,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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