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률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前 전국대학국제처장협의회장

▲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은 ‘경제회복과 일자리,’ ‘국민의료보험,’ ‘대학교육의 보편화,’ 그리고 ‘동성애 결혼 인정’ 등 중산층과 소수자를 위한 그의 ‘따뜻한 정치(politics of generosity)’를 선택했다. 미국 대선이 글로벌 선거가 된지 이미 오래다. 그 만큼 미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말이다. 고등교육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오바마는 교육을 경쟁과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롬니의 정책과는 대조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정부가 개입해서 공교육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등교육정책의 경우 그의 입장은 한마디로 ‘대학교육의 보편화’로 압축할 수 있다. 대학교육은 이제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준비이자 애국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21세기에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대학(colleges for all)’에 가야만 새 기술에 적응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역시 등록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오바마는 등록금 인상 억제를 위해서 에너지 절약과 경영의 효율화를 통해 대학에 긴축재정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그가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은 국가장학금의 대폭 확대, 학자금 대출 절차의 최소화와 합리적 상환제도, 그리고 대학봉사프로그램 참여에 따른 등록금 감면혜택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0년까지 모든 국민에게 1년 이상의 대학교육을 제공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오바마 재선으로 국제교류는 현 상태를 유지할 전망이다. 해외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학생교류를 장려할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교육시장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지만, 한국으로 유학 오는 미국인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런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한미간 교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고등교육의 국제적 표준화와 차별화가 시급하다. 그리고 한미 FTA 체결로 미국은 한국 내에 분교 설치를 비롯해서 교육 시장에 적극 진출하리라 예상된다. 물론,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위해 미국의 명문대학을 유치해야겠지만, 미국 고등교육기관의 10%에 달하는 영리목적 대학의 한국 진입만은 우리 교육 생태계를 위해서 막아내야 한다.

이같은 한미 고등교육 현안을 위해서는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미-인도 고등교육 서밋’과 같은 한미고등교육전문가회의를 정례화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의 무관심속에서 국제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우리의 고등교육을 해외에 적극 홍보해야 한다. 오바마도 극찬한 바 있는 한국식 교육이 어떻게 삼성과 같은 세계적 기업을 가능하게 했으며, 지금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강남 스타일’과 같은 창의적 종합예술을 가능케 했는지를 알려야 한다. 셋째,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분야를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들은 문화강국과 기술강국에 걸맞은 교육의 내실화를 통해서 국격에 맞는 고등교육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미국을 포함한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

이제 대선이 한 달 뒤로 다가왔다. 미국은 오바마의 ‘따뜻한 정치’를 선택했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세계은행 고등교육정책부는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의 주도(public initiative)’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는 반값 등록금을 공약한 대선 주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등록금 문제를 대학과 시장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원해야 고등교육의 미래가 있다는 말이다. 살기가 어려울수록 정치의 따뜻함이 그립다. 미국 대선에서도 그렇듯이 교육정책이 정치적 미래와 무관하지 않음을 대선주자들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왜냐하면 교육이 바로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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