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본지 논설위원·한양여자대학 산학협력처장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주자들의 교육 공약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교육문제가 워낙 전 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여서 대선주자들의 교육공약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되는 교육공약에는 사교육제한, 대입전형단순화,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 대선주자 간 대동소이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지역거점대학 육성이나 대학 특성화, 전문화, 다양화 정책, 그리고 대학서열화 타파 등과 같은 대학교육공약은 이전 정부들에서 이미 추진해 왔던 내용으로 그리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금번 교육공약에서는 오랫동안 대학측이 요구해 왔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이나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육성 방안 등이 눈에 띈다. 사립의존도가 높은 대학교육 현실에서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공약에서는 교육의 방향성 정도만 제시하고 있는 수준이어서 향후 실천수단이나 방법이 어떻게 마련될 것인가가 주목된다.

대학교육개혁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뚜렷한 공약이 없는 상황에서 ‘FORWARD’를 슬로건으로 재선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적 선택과 결단이 부럽다. 4년 전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위기 극복과 고등교육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커뮤니티칼리지의 활성화를 목표로 향후 10년간 120억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미국교육체제에서 저평가된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의 가치를 높이고 산학협력을 통한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강화함으로써 대선 슬로건인 ‘CHANGE’ 실현을 위해 커뮤니티칼리지 개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의 대학개혁 행군은 재임보장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야심찬 교육개혁 방안을 우리나라의 대선주자에게는 기대할 수 없을까. 우리도 전문대학의 역량을 배양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직업교육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화하고, 국민의 평생 직업능력개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대학의 혁신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전문대학은 오랫동안 특성화사업은 물론 대학브랜드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거점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또한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수요에 기반을 둔 실무중심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면서 변화를 시도해 왔다.

최근에는 ‘세계적 수준의 직업교육 전문대학(World Class College)’ 육성 사업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전문대학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학생1인당 교육비가 일반대학의 48%, 기능대학의 14% 수준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간 축적해 온 교육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대학의 역량을 재인식하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사회가 직면한 경기침체와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또한 전문대학 직업교육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무조건 일반대학, 일류대학을 지향하려는 사회적 욕구를 직업교육으로 유도하면서 대학서열화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정부가 그동안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통해 직업교육에 힘을 실어주었던 것처럼 이번 대선공약에서는 전문대학의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교육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커뮤니티칼리지의 개혁으로 변화와 희망을 추구한 것처럼 대선주자들은 전문대학의 개혁을 통해 이 사회에 꿈과 희망을 줄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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