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ㆍ손석춘 著 <큰 무당 나와야 정치 살아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종교인의 사회적 발언은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루어져왔다. 특히나 한국의 3대 종교 중 하나인 불교는 이러한 사회적 발언에 있어서 많은 제약에 갇혀 있었다. 그 핵심적 가르침이 세속의 무상함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오랜 역사의 과정에서 정치적 지배세력과의 결탁이 넓고 깊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서도 불교계 인사는 소수였으며, 민주화운동 과정에서도 가톨릭 사제나 기독교 목사에 비해 스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도 수를 놓고 볼 때, 불교가 지금까지도 한국의 최대 종교인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불교계의 존경받는 인사가 중생들의 사회적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언한다면,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역사적 동력이 될 터.

바로 그런 이유로 지선스님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하다. 불교계뿐만 아니라 종교계를 통틀어서도 비범한 정치적 식견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까닭이다. 지선스님은 6월 항쟁과 불교개혁의 ‘얼굴’이라 불리며 누구보다도 독보적으로 정치ㆍ사회 개혁활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무속의 정신을 통해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진단한다.

군사독재의 서슬에 상처 입은 청년 학생, 전쟁 같은 노동에 쓰러져간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분단 상황에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아픔을 상기시키면서, 현재 한국 정치의 과제가 무엇이고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알마,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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