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두손’ 공동대표 이광수·박찬재씨

‘옷걸이’로 수익성, 노숙인 수준에 맞는 일자리 제공 모두 충족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손현경 기자] 지난 9일 상쾌한 초겨울 바람을 맞으며 지하철 충정로역에서 멀지 않은 언덕길에 위치한 한 빌라를 찾았다. 이곳 지하 1층에서는 성인 남자 8명이 경쾌한 리듬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종이 쇼핑백을 조립하는 단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장 한 쪽 구석에는 완성되지 않은 옷걸이 재료들도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일하는 이들의 손놀림은 바빴지만 얼굴 표정에는 즐거움이 묻어 나왔다.

이들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서울역 등에서 생활하던 노숙인이었다. 종이 쇼핑백을 만들며 배경민(가명, 43)씨는 “하고 있던 사업을 접은 뒤 얼마 전까지 술만 마시며 방탕하게 살았다.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며 “벌이가 많지는 않지만 보통 사람들처럼 생활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활력을 얻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이곳에서 과거 노숙인이었던 이들은 기업들로부터 하청 받은 단순 작업을 하며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떤 작업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를 물으니 “옷걸이를 만드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젊은 친구들이 똑똑한 것뿐 아니라 속도 깊고 따뜻하다. 한참 동생이지만 존경스럽다”는 말도 이어졌다. 함께 작업장에 방문한 성균관대 이광수(경제학과 4)·박찬재(독어독문학과 4)씨에 대한 이야기였다.

▲ ‘두손’의 공동대표 이광수(오른쪽)·박찬재씨. 이들은 현재 성균관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 사장님’이다.
■ “가장 어려운 사람, 누구일까?” = 두 청년은 노숙인들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 ‘두손’의 공동 대표다. 두손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사회적기업육성 사업에 선정되며 올해 7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기업명에는 ‘노숙인들의 일하려는(Do) 손과 돕고자 하는 손이 만났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두 청년이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까’라는 고민을 하면서부터다. 빈곤이 빈곤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숙인 만큼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이들은 노숙인과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섭렵했고 수차례 막걸리를 사들고 서울역의 노숙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박씨는 “일반적으로 노숙인에 대해 ‘삶에 대한 의지가 없고 게으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그러나 노숙인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그들을 직접 만나면서 이는 한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평소 내가 원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직접 만나본 노숙인 상당수가 삶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애착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해 두손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첫 사업 아이템으로 ‘옷걸이’를 선택했다. 수익성 담보, 노숙인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두손은 옷걸이 몸체에 기업들이 광고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몸체와 손잡이를 조립하는 일은 노숙인들에게 맡겼다. 또 완성된 옷걸이는 서울 시내 세탁소에 무료로 배포,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광고를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광고 효과를 느끼고 다시 광고하고 싶어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씨와 박씨는 “옷걸이는 ‘가정으로 배달되는 타깃형 광고 매체’다. 자체 조사에 의하면 평균 30회 정도의 반복 노출효과가 있고 주목도가 100%에 달한다”며 “현재는 숙명여대 앞, 강남구 오피스텔 등 서울 소재 50여개 세탁소에 옷걸이를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두손’의 첫 사업 아이템인 옷걸이. 광고를 넣을 수 있어 수익성이 담보되고 몸체와 손잡이를 연결하는 단순 작업이기 때문에 노숙인 누구나 쉽게 일을 할 수 있다.
■ “착한기업이 강한기업 되는 신화 만들고파” = 그러나 두 청년을 곤경에 빠트린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영업’이다. 사회 경험이 없는 두 청년에게 광고 영업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광고 수주를 위해 찾아간 기업·기관에서 입도 열어보지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두 청년은 차분히 노력해 현재까지 3차례 광고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고 많지는 않지만 수익도 냈다.

박씨는 “사업 아이템에 자신이 있었고 좋은 뜻까지 담긴 일이기에 (기업들이) 잘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에 뛰어들어 보니 기업에게는 두손도 수많은 광고매체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며 “그러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대학생이 아닌 동등한 기업 대 기업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하다 보니 하나둘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몇 개월 후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이 종료된다. 그러나 두 청년에게서는 두려워하거나 염려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노숙인을 상품화하게 되는 것”이라며 “‘노숙인을 돕는 좋은 일에 동참해주세요’가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가치, 지속가능성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당당하고 야무진 두 대학생 사장님의 꿈은 더 많은 노숙인에게 희망을 주는 것, 착한 기업이 강한 기업이 되는 신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씨는 “두손을 포함한 노숙인 관련 사업들이 잘 되면 거리에 있는 분들도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며 “부지런히 노숙인들을 만나고 사업적으로는 일자리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 더 많은 노숙인들이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박씨는 “착한 기업이 강한 기업이 되는 국내 첫 사례가 되고 싶다. 착한 기업은 가난한 기업, 도움을 받아야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해외에는 이미 착하면서도 강한 기업들이 많다”며 “착하게 일하지만 주류인 기업이 되고 싶고 남을 위해 일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작업장을 나서면서 두손은 이미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강한 기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과 함께 하는 노숙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새로운 희망을 선물해줬기 때문이다. 두 청년에게 배경민씨는 “지금과 같은 마인드로 살다보면 정말 의미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힘이 돼준 대학생 사장님들께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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