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캠퍼스 활용 융합교육에 박차…“재도약할것”

[한국대학신문 홍여진 기자] 배재대에는 어느대학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과대학, 문과대학 표기가 없다. 대신 대학의 설립자 이름을 딴 ‘아펜젤러대학’, 동문의 이름을 붙인 ‘서재필대학’, ‘김소월대학’ 등이 눈에 띈다. “백화점식으로 전공을 나열하는 대학체제에서 벗어나 학문간 벽을 허물고 진정한 융합학문을 실현하자”는 김영호 총장의 취지를 담아 단과대학 명칭과 숫자를 대폭 개편한 결과다.

이처럼 배재대는 자체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올해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다. 128년 역사의 배재학당이 운영하는 대학으로서 누구보다 자긍심이 컸던 구성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총장은 “이번을 대학 내부에 남아있던 안일함을 벗고 외부평가를 만족시키면서도 대학 고유의 정체성도 함께 발전시켜나가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구조조정의 초점이 대학 서열화가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에 있었으면 한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제 막 1년 반 임기를 보내는 가운데,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안타까움이 클 것 같다.
“우선은 아쉬운 게 굉장히 많다. 시대흐름에 따라 대학도 구조조정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취임 후 자발적으로 교과부에 신청해서 컨설팅을 받았다. 객관적 지표를 쌓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차곡차곡 발전해 나가고 있던 과정에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것이다. 우리가 구상하고 있던 나름의 체질개선 등 운신의 폭이 확 줄어들어 안타까웠다. 또 한편으로는 수많은 선배들의 노력 하에 128년 역사를 키워왔는데 정부가 정한 룰을 못 맞추고 오명을 남겨 죄송하다. 늘 우리대학은 외부의 악조건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생각의 전환이 됐다.”

-앞서 말했듯, 128년 역사의 배재학당이 운영하는 대학이라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이 의아하다는 시각이 많다. 지역 반응은.
“실제 지역에서는 이번 선정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대전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입시설명회를 했는데, 고 3선생님들과도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분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취업률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교과부의 대학평가방식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한 고3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총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작년에는 학부모, 학생들이 재정지원제한대학지정이 진로 결정의 결정적 잣대인 냥 물어보고 요구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상황이 다릅니다’라고 말이다. 교과부 평가가 무리라는 게 고교 현장에서도 인식이 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부 학부모들은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대학의 정책들이 더욱더 학생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되겠구나라는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 후, 대학을 비상체제로 운영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원래는 긴 호흡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하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시간을 안 준다. 당장의 지표관리가 불가피한 것이다. 그래서 8개 지표를 집중관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자체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대교협 인증평가도 준비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대학으로서 근본적으로 잃어버리면 안될 것들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인성, 교양교육을 해야 하는 대학의 의무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에 따라 미래전략위원회를 만들어 지표와 상관없이 긴 호흡으로 대학의 정체성을 살리고, 본연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정책들을 교수와 직원이 함께 참여해 만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대는 위기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다. 하도 이야기해서 혹자는 식상한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교육정책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지방사립대를 육성,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방대 육성이 지역경제 발전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 산업시대에 지방대가 국가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나. 정부의 교육비 투자가 OECD국가 평균 1.2%라는데, 우리는 0.6%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지방대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 전제는 시대 트렌드에 따라 자구노력을 하는 대학에 해당될 것이다. 대학을 서열화시키는 구조조정이 아니고, 지역 균형발전을 가치에 두고 재원을 배분하는 방식이 된다면, 지방사립대의 문제점 상당수가 극복될 것이라 본다.”

 
-올해 대학 자체적으로 9개 단과대를 5개로 줄이는 대대적인 학사개편을 했다. 단과대학 명칭도 서재필 대학, 김소월 대학 등 설립자·동문 이름 표기방식으로 바꿨는데, 반응은.
“내적으로는 많이들 공감했다. 단과대학 명칭을 전공영역을 표시하는 것을 벗어나는 데 대한 생소함은 있었지만 그간 백화점식 전공나열 방식은 식상하지 않느냐는 데 뜻을 같이 했다.이는 과거의 산업화시대 대학체제에서 지식사회의 대학체제로 바꾸자는 시도였다. 단과대학 체제부터 특정 소속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들어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일부에서 공동표기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졸업생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면접장에 가서 면접관이 ‘아펜젤러대가 뭐야?’라는 질문을 유도해 면접관의 관심을 한 번 더 얻을 수도 있다고 본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배재대가 세계축제협회로부터 3년 연속 교육부분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세계 축제 협회에서는 전 세계의 축제에 관련돼 있는 대학과 기관 등을 평가한다. 직접 실사단이 나와서 평가한 후 상을 주는 것이다. 영광스럽게도 3년 연속 우리대학이 받고 있다. 특히 관광문화대학의 교육과정과 성과의 우수성을 높이 인정받았다. 그 대학에서는 금산인삼축제를 비롯해 보령머드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김제지평선축제 등 국내의 유수한 축제를 컨설팅해 지역개발형 축제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학생과 교수의 아이디어가 지역사회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낸 점이 좋게 인정을 받은 것 같다.”

-전국에서 7곳만 선정하는 정부 산업단지캠퍼스 조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운영 효과는.
“우리대학은 대덕테크노밸리 내에 연면적 16,073㎡의 초대형 산학협력관을 보유하고 있다. 위치나 규모면에서 산학협력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전국에서 7곳만 선정하는 교과부 산업단지캠퍼스 조성사업 지원 대학에 선정돼 2015년까지 총 30억원의 국고를 지원받는다. 산단캠퍼스는 산학협력관 내에 입지해 있어 대덕연구개발특구는 물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구로 승용차로는 5~10분 이내에 모든 지역의 기업체, 연구소를 방문할 수 있다. 현장실습과 융합교육에 더욱 탄력을 받게된 셈이다. 현재 산단캠퍼스에 현재 BT-IT-NT 관련 4개 학과를 입주시켰다. 학생들은 연구단지 내에서 더욱 강화된 현장실습 교육을 받고, 취업의 기회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대학을 만들고 싶은가.
“학생들 각각의 끼를 살려줄 수 있도록 독특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등록금 부담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들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단과대 개편은 독특한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한 첫 단추였다. 우리나라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잘 만들어진 완제품을 만드는 데 급급하다. 이러한 현실은 금방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학은 그래선 안 된다. 대학은 똑같은 방식으로 키워진 애들이 자신의 끼를 발견하고,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본다. 정부와 대학이 고등교육 재원을 확충해 독일식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도 고등교육재원 확보 방안을 제안했다. 재정부담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대학, 그 꿈을 실현하도록 총장으로서 계속 노력할 것이다.” 

■ 김영호 배재대 총장은

김영호 총장은 배재고를 나와 고려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대, 프랑크푸르트대, 트리어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뒤 트리어대에서 사회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1년 배재대 교수로 부임한 뒤 총장비서실장, 기획홍보처장, 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대전여성발전기금관리위원, 대전규제개혁위원,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재정지원사업평가위원, 한국사회사학회 이사, 대전충남사회연구회장, 한국지역사회학회 부회장, 한독사회학회장, '자랑스러운 대전인' 선정위원, 대전공익사업선정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대담=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홍여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