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 세계대학평가서 약학 분야 세계 135위 진입

‘전임교수 1인당 학생 수 6명’ 교육여건 국내 최고
세종시·오송생명과학단지 인접 약학연구 최고 적지

▲ 고려대 약대가 설립 1년만에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약학분야 국내 5위, 세계 135위에 올랐다.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국가 신성장동력 분야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신약개발 1건은 소형차 수백만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매출을 올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화이자제약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의 연간 매출액은 80억 달러(한화 약 8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전체 규모는 18조9000억 원 규모다. 리피토의 연간 매출액을 겨우 2배 정도 웃도는 수준이다. 아직 연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신약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개교한 고려대 약학대학은 차세대 신약개발을 선도할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약과학자를 키우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개교 직후 국내 최상위권 약대 진입= 고려대 약대는 개교한 지 불과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벌써부터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9월에 발표된 QS 세계대학 평가에서 약학 분야 세계 135위, 국내 5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QS평가는 학문평판도(40%)와 졸업자평판도(10%)가 전체의 5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고려대 약대처럼 이제 설립 2년차를 맞은 신생 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평가기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등 기존에 약대가 설치된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성적을 거둔 것이다. 박영인 약대학장은 이에 대해 “연구력이 우수한 교수진 덕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약대 개교 이후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했다. 기존 세종캠퍼스 경영관을 약학관 건물로 리모델링하고, 약학대학 연구실험동을 신축했다. 여기에만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투입됐다.

또 기존 약대 출신 교수들 외에도 올해 안에 4명을 더 충원, 모두 14명의 교수진을 확보하게 된다. 내년에는 3명을 추가 임용하는 등 2015년에는 21명의 교수진이 갖춰진다.

현재 고려대 약대 학부 정원은 30명(정원내)이다. 4학년까지 편제정원이 모두 갖춰지면 학생 수는 120명이 된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이 6대 1을 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밀착 지도가 가능하다.

더욱이 약대 학생들 모두가 교내 기숙사에 거주한다. 정규 수업시간 외에도 실험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교수·학생과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옥기원씨는 “자율적으로 원하는 시간에 조별로 모여 실험을 하는데 그 때마다 교수님이 오셔서 지도를 해 준다”며 “강의실 수업에선 모르는 부분을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실험실에서는 적은 인원을 대상으로 교수님이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주 약대 교수도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실험은 그만큼 학생들의 역량을 길러준다”며 “학생들의 실험을 지도하면서 밤 10시가 돼야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지난해 완공된 약학대학 연구실험동.
◆ 약과학자 꿈꾼다면 고려대로= 고려대 약대에 진학하는 학생 가운데는 약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다. 졸업 후 신약개발을 연구하거나 학자나 교수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옥기원씨는 “학생들 대부분이 약과학자를 목표로 들어왔다”며 “고대 약대는 작년 3월에 개교했지만 실험실과 기자재가 잘 갖춰져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약대 연구실험동은 고려대가 약대를 유치한 직후인 지난 2010년 10월 착공했다. 대학본부에서 5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지상 6층 연면적 4413㎡ 규모로 작년 6월 완공됐다. 1층 산학협력 공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약대 실험실로 할애됐다.

학교 측은 ‘글로벌 리더로서의 21세기형 전문약학인 양성’을 약대의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실험실습이 중심이 되며, 전체 강의의 45%가 영어로 진행된다. 박영인 학장은 “의료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인 환자에게도 복약 지도가 가능한 국제적 소통능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신약개발 연계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전문 약학인으로서 신약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고려대가 지난 2010년 약대 유치 이후 76억 원의 기금을 별도로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중 현재까지 50여억 원을 투입해 필요한 연구 기자재들을 구입했다. 신약개발 연계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연구역량을 키워주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21세기는 맞춤의약품의 시대다. 맞춤의약품 시대에는 개인별 유전체 분석을 통한 적정한 약물요법을 사회에 제공해야 한다”며 “신약개발 연계교육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약사 배출을 위해 제시됐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이 임상약학·산업약학·연구약학·보건사회약학 등 어느 분야로 진출하더라도 신약개발에 대한 전문적 소양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 학생들은 '교수 1인당 학생 6명'이란 최고의 교육 여건에서 밀착 지도를 받고 있다.
◆ 3학년부터 실습은 고대 안암병원서= 고려대 약대는 지리적으로도 약학교육의 최적지란 평가를 얻고 있다. 인접한 오송생명과학단지에는 이미 식약청·질병관리본부 등 6대 보건의료 관련 정부기관이 입주해 있다. 더욱이 오송 지역은 지난 2010년 첨단의료복합단지로도 지정됐기 때문에 신약개발지원센터·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등 국책연구시설이 들어선다.

또 고려대가 위치한 세종시에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부처가 이전한다. 박 학장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이후에는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이 이곳으로 바뀐다. 고려대 약대도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고 밝혔다.

고려대가 지난해 약대를 신설할 수 있었던 것은 약대 학제가 기존 4년제에서 6년제(2+4학)로 바뀌면서 가능해졌다. 약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15개 약대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2011학년도 25명, 2012학년도 30명 정원을 받았다.

약대가 ‘2+4학제’로 바뀜에 따라 약대가 아닌 다른 학부(학과)에 입학한 학생도 2년 과정을 이수하고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을 통해 약대에 진학할 수 있다. 고려대에도 지난 2년간 입학한 학생 중 화학·생물 등 자연과학대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화학공학·기계공학·전자공학·건축학 등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속속 입학하고 있다.

약대 학제가 기존 4년제에서 6년제로 바뀐 이유는 약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3~4학년 때는 집중적으로 실무실습 교육을 받는다. 이는 임상경험을 가진 병원약사를 확충하고, 신약개발을 연구할 약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고려대 약대는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에 거주하며 수업 시간 외에도 실험에 몰두한다. 약대 학제 개편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인근 오송지역에는 대웅제약·종근당·엘지생명과학·동아제약 등 실습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약사들도 많이 포진돼 있다.

특히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부터는 서울에 위치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실무실습 교육을  받는다. 박 학장은 “고학년 때부터는 의무적으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안암병원에서 실무실습교육을 받게 된다”며 “철저한 실무실습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갖춘 ‘21세기형 전문약학인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선발 창의성 중시···졸업 후 1년이면 석사취득 가능”
[인터뷰] 박영인 약대 학장

▲ 박영인 약대학장
- 지난해 3월 개교한 이래 1년 8개월이 지났다. 교수·실험실·기자재 확보는 어디까지 와 있나?

“작년 3월 개교했는데 교육·연구에 부족함 없도록 교수를 확보한 상태다. 올해 안으로 4명을 더 충원해 전임 교수 수를 14명으로 만들고, 내년 3명을 더 임용할 계획이다. 2015년까지 21명의 교수진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학부생 120명에 교수 21명의 갖춘 최고의 교육여건을 갖추게 된다. 연구 기자재도 지금까지 50억원을 들여 확충했다. 향후 20억원을 기자재 확보에 더 투입할 예정이다. 연구실험동은 1층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교수 연구실과 실험실을 배치했다. 학생들이 실험하고 교육을 받는데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

- 약대 유치가 고려대 발전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의약학 분야에서 기초가 되는 학문은 생명과학이고 임상에 적용하는 학문이 의학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중개하는 분야가 약학이다. 그 동안 고려대에는 생명과학대와 의대는 있었지만 약대가 없었다. 약대신설로 기초와 응용, 적용 3단계가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 연구를 통해 신약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 약과학자를 목표로 입학하는 학생이 많은데.

“최고의 교수진을 갖췄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약과학자로서 탄탄한 기초역량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겠다. 학부생들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수들로부터 밀착된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약대 연구실험동에도 학부생들을 위한 실험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밤에도 이곳에서 실험에 매진할 수 있다. 학·석사 연계과정을 통해 학부 졸업 후 1년만에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 고려대 약대가 갖는 강점은 뭔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산업단지, 세종시, 대덕연구단지가 인접해 있다. 이런 지리적 여건이 고려대 약대를 약학 연구·교육의 최적지로 만들고 있다. 현재 세종시에 위치한 4년제 대학은 우리 대학과 홍익대뿐이지만, 약대를 갖춘 대학은 우리가 유일하다. 이런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21세기형 전문약학인 으로 키우겠다. 조만간 글로벌 신약개발이 고려대 약대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 이번 신입생 모집에서 원하는 인재상은?

“창의적 학생들을 많이 뽑으려고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그 부작용에 착안해 만들어진 신약이다. 해열제인 ‘아스피린’은 최근 들어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효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신약은 창의성이 바탕이 된 아이디어가 있어야 개발할 수 있다. 때문에 학생 선발도 PEET·공인영어성적·서류평가로 모집인원의 3배수를 뽑은 뒤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심층면접에서는 발전가능성과 창의성 등을 눈여겨 평가한다."

<박스> 고려대 약대 신입생 어떻게 선발하나
PEET·영어·서류로 3배수 선발한 뒤 심층면접 실시
창의성 중시···신약개발 주도할 예비 약과학자 양성

고려대 약대가 21일부터 신입생 모집에 나선다. 이날부터 23일까지 원서를 접수받는다.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26일~28일 사이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약대 입학전형은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에선 PEET성적(30%)·공인영어성적(30%)·서류평가(40%)로 모집인원(정원내 30명)의 3배수를 먼저 선발한다. 재외국민전형에서만 PEET성적이 제외되고 공인영어성적과 서류평가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1단계 합격자 발표는 내년 1월 4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단계에서는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1단계 성적 60%와 심층면접 4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교수 2인씩 꾸려진 4개 조의 면접관들이 해당 학생의 △창의성 △발전가능성 △전공적합성 △인성 및 기본소양을 평가한다.

정원 내 모집에선 일반전형으로 27명을, 지역균형 선발로 3명을 선발한다. 지역균형선발은 ‘대전시를 제외한 충남소재 고교에서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등이 모집 대상이다. 충남 소재 대학을 2년 이상 수료했거나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2년 이상 충남지역에 거주’한 학생도 지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정원외 특별전형으로는 △농어촌지역학생전형 △교육기회균등전형 △재외국민전형 등으로 각각 2명 내외씩을 선발할 계획이다.

최종합격자 발표는 내년 1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며, 같은 달 25일까지 등록을 해야 한다. 추가합격자 발표는 2월 19일 개별 통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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